'북 찬양 책.CD 대거 반입', '신원조회 없이 520명 방북', '민간단체가 무허가 모집'.

 

12일자 중앙일보를 집어든 사람들은 1면에 「아리랑 방북... 끊이지 않는 잡음」이라는 제하에 이같은 굵은 활자들을 접하고 잠시 당황했으리라.

마치 북측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하기 위한 '평양 문화유적답사 참관단'의 방북이 무슨 대단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날 오후 문화일보는 「'아리랑' 방북 끝없는 잡음」이라는 판박이 제목의 기사는 물론, 한발 더 나아가 「'6.25때 국군 5명 살해' 김영승씨 7월에 방북」이라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이미 「남한 관객 앞에서 '적군' 격퇴 장면 연출」(중앙일보 4일) 「공무원까지 "北아리랑 보러가자"」(동아일보 7일자) 등의 기사를 통해 한 차례 '아리랑 때리기'에 팔걷고 나섰다가 망신당한 전력이 있는 보수언론이 2차 총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통일부가 이날 부랴부랴 보도해명자료에 이어 '보도해명자료에 대한 보충자료'까지 내놓고 있지만 한번 보도된 기사가 달라질 리가 없다.

언론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 기능까지 탓할 이유야 없지만 북한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철저한 검증도 없이 무조건 1면에 굵은 글씨로 박고 보는 어처구니없는 보도행태나 '국군 5명 살해'와 같은 선정성도 마다 않는 '과감한' 보도작태를 보노라면 아직도 우리는 냉전의 한가운데 서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통일부의 해명자료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리랑' 참관단의 방문 이전부터 북한을 방문한 남측 인사들이 북한관련 서적이나 비디오, CD 등을 가져오다가 압수된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들의 항의도 줄을 이었다.

이미 TV에서는 북한의 동영상들이 방영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매일 노동신문을 볼 수 있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수천명이 관람한 '아리랑'공연을 담은 CD 하나도 들여올 수 없는 현실과 법제도의 괴리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리랑 때리기'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보수언론의 인터넷 사이트조차도 이른바 북한의 주장이 고스란히 담긴 '원전'을 그대로 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장 보수적이라는 조선일보의 'NK조선'(www.nkchosun.com)의 경우 '김일성 문헌', '김정일 문헌' 등을 저작권료 한푼 내지않은 채 통째로 제공하고 있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이란 이런 경우를 위해 준비된 말이리라.

지난 10일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참관단의 경우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같은 '황당한' 사태를 맞아 공항측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돌아온 것은 경비대에 의한 철저한 격리와 압수조치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이고 비판적인 언론이라면 이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도와 법집행 관행을 지적하고 개선책 제시에 나서야 마땅할 것이나 어찌된 일인지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방북단이나 '불철저한 단속'을 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비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해 지난 10일 방북 중이던 황선 통일연대 대변인이 평양산원에서 '통일동이'를 출산한 '경사'에 대해 보수언론이 보인 태도는 지극히 인색했다. 1면은커녕 안쪽 면에 작은 박스 기사정도가 고작이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고 선도해야할 책무를 지닌 언론들이 모처럼 수천명의 사람들이 북을 오가며 민족화합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이때, 경사를 보도하는 데는 인색하고 시대착오적인 트집잡기에 골몰하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황 대변인이 출산한 '통일동이', '아리랑동이'가 자라날 내일에는 보수언론들의 이같은 자가당착적 행태가 말끔히 청소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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