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에 발표한 칼럼 등을 통해 '6.25전쟁을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24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바야흐로 '6.15 통일시대'에 역사의 무덤으로 마땅히 사라져야 할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다시 한번 살아나는 듯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이 발표되기까지, 국가보안법의 향수에 젖은 이른바 '보수단체'의 '강정구 규탄' 시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들은 강 교수의 자택과 동국대 앞에서 '강정구 화형식'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북한 '인권의 해방'을 부르짖는 '뉴라이트' 운동단체 '자유주의연대'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강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이들이 말하는 인권의 핵심은 바로 '자유'가 아닌지. 북한 인민의 자유를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우리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왜 그토록 부정하는지 요지경이다. 바로 이들이 국헌을 문란케하는 자들은 아닌가.

지난 22일에는 서석구 변호사 외 819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강 교수의 칼럼이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에 해당하며, 형법상 내란선동죄에 해당되는 중대범죄라고 강변했다.

반인권의 대명사 보안법을 들이대며 학문적 견해를 형사처벌하자는 이들이 북한인권해방을 말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고작 글 하나가 내란선동이라면 국군총궐기를 부르짖는 광고를 실어대는 이른바 '우익'세력은 내란죄로 처벌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보수단체 회원들은 강 교수 외에도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한 강희남 목사를 비롯해 강만길 교수, 유홍준 문화재청장,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한다.

이들의 고발장을 보며 7.80년대 고문으로 조작된 수 많은 사건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기소장을 그대로 베껴낸 판결문이 떠오르는 공포감마저 든다.

이 땅의 민주와 통일을 부르짖었다는 이유로 수십일 동안의 불법 구금과 함께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고문을 자행하게 만든 국가보안법을 어떠한 이유로 그토록 신주단지 모시듯 숭배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을 혼동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열사들의 피로 지켜내고 이룩한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체제의 물고문, 전기고문, 성기고문이 지켜냈다고 인식하는 착란 증세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자는 이들에게 전국민을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해 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을 시도한 100만명의 금강산 관광객과, 이번 '8.15민족대축전'의 남북통일축구경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 대다수의 국민들을 고무.찬양죄로 고발하라고.

민족 화해.협력과 통일의 '6.15시대'에 더이상 국가보안법 논란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가보안법은 논란과 토론 거리가 아니라 작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그냥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전시'하면 된다.

그러나 경찰의 이번 강 교수 처벌 방침은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면 언제든 국민에게 철퇴를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철폐되지 않는 한 '무력화'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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