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도 못 흔들게 하는 광복 60년 남북 축구」(조선), 「'대∼한민국' 못 외치는 8.15 행사」(동아), 「'통일축구' 응원단 순수성 훼손 말라」(중앙).

 

이른바 조중동 3사는 11일자 사설을 통해 약속이라도 하듯이 일제히 8.15민족대축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릴 남북축구경기에 대해 비판을 쏟아부었다.

비판의 초점은 대체로 주최측인 6.15남측위원회가 축구경기장에서 태극기를 흔들지 못하게 하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지 못하게 해서 '붉은 악마'가 응원을 포기했다는 대목과 소속단체를 통해서만 입장권을 배포하고 있는 점에 모아졌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6.15남측위원회 백낙청 상임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점심을 나누며 충분한 설명과 해명을 했던 터라 같은 자리에 있었던 기자로서는 의아할 따름이다.

백낙청 상임대표는 남북 민간공동행사에서 서로간에 국호와 국기를 사용하지 않고 남측, 북측으로 부르며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은 오래된 관례라고 분명히 설명했으며, 실제로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에서 북측도 한반도기를 사용했고 이같은 관례에 따랐다고 사례까지 제시했다. 또한 소속단체들을 통해서 표를 배부하게 된 경위와 보완조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해명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더라도 6.15통일대축전 개막식이 열린 김일성경기장에 모인 5만여 평양시민들이 인공기를 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쳤다면 과연 조중동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축구경기에 태극기를 못 들게 하고 대한민국 구호를 못 외치게 한다며 "주최 측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까지도 쉽게 포기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동아)고 주최측을 매도하는 것은 악의적인 보도행태의 전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대~한민국' 구호 제창과 태극기 응원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되고 치졸한 처사다"(중앙)는 비판은 '온건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의도적으로 주최측의 객관적 설명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편향된 보도라 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광복절을 기념하면서 태극기도 못 흔들고 대한민국도 외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 의도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조선)는 식의 기사는 차라리 솔직하게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 의도는 친북연공을 통해 국가를 전복하려는 것이다'라고 소리높이 외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남북축구경기를 주최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남북축구경기에 태극기나 인공기를 내걸지 말고 한반도기 물결을 이루자는 뜻이나 대한민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내세우지 말고 남측과 북측으로 부르자는 뜻을 이해 못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조중동이 하나같이 입장권 배부 등을 문제삼아 남북축구경기를 '그들만의 행사'로 매도하고 나섰지만 결국 모두가 아는 뻔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그들만의 신문'은 '그들만의 색안경'을 끼고 '그들만의 사설'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11일 통일부 당국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번 '8.15 남북통일축구경기' 개최와 관련하여 남북 양측 축구협회는 7월 26일과 28일 개성에서 접촉을 가지고 경기 응원은 공동으로 하며, 경기장에서는 단일기(한반도기)만을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백낙청 상임대표도 이날 인터넷통일언론인모임과의 간담회에서 "잠시만 우리가 조용히 생각해 보면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문제이다"며 "가령 남북간의 통일 축구를 하자고 북을 불러놓고 서포터스가 태극기를 흔들면 통일축구인가, 분열축구인가, 대결축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백 상임대표는 "공동행사장에서 태극기 사용을 자제하자는 것이지, 서울 시내가 온통 태극기 바다나 다름없고 북에서도 (이런 상황을)충분히 인지하고 양해하고 온 상태인데, 공동행사에서 상호 간에 쌍방의 국호와 국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합의를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민간과 당국 대표단이 공동으로 8.15민족대축전을 치르는 마당에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조중동의 공세가 시작되고 있다.

2001년 역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치러졌던 8.15민족대축전 당시 기존 보수 언론매체들이 '3대헌장탑 행사참관 문제', '만경대 방명록 사건' 등을 집중 부각시켜 역사적인 행사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켰던 전례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행사 이후부터 남북 민간공동행사에서 주최측은 보수 거대언론들과 별도로 대안매체들에게 행사취재의 문호를 대폭 개방함으로써 상호 균형을 이루도록 조치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1년 평양 8.15민족대축전이 열린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일부 보수 거대언론들의 보도행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보도행태가 계속될 경우 이제는 행사 주최측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 그들의 기사가 외면당할 것임을 미리 경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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