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진주지역 관공리.유력자 인
명록 표지. [사진 출처 - 민족문제연구소]
해방 60주년을 맞아 친일파 청산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사 청산의 이정표가 될만한 책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 소장 임헌영)는 28일, 삼일절을 맞아 친일인명사전편찬사업의 일환으로 '일제강점기 인명록Ⅰ-진주지역 관공리.유력자'를 출간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진주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인명록 출간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인 김경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은 "지역에서 떠도는 소문을 철저히 문헌을 통해 확인했다"며 "자료를 수집하는데 한계를 느낄 때마다 조국광복에 헌신한 독립운동가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그쳤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진주지역에서 활동한 3천 4백여 명의 행적이 실린 이 책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사초로 활용될 예정이며, 당대 신문자료나 문헌자료에 등장하는 많은 친일파와 그 군상을 쉽게 추적할 수 있게끔 사전식으로 집필되어 있다.

인명록에는 진주에서 한때 관공리를 지냈거나 면협의회.읍회.부회.도회.상공회의소.경방단 등 친일관변단체에서 사회활동을 했다면 진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조건 없이 수록되어 있다.

또 본적지가 진주로 확인된 자들도 비중 있는 인물이라면 게재돼 있으며 비록 진주에 있는 동안에는 친일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진주를 떠난 후 주목할 만한 친일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실렸다.

심지어 진주에서 구장이나 국세조사원 등 말단관공리나 협력자들도 수록됐다. 그 당시 진주에서 일제식민통치와 관련된 인물이라면 모두 실린 셈이다. 또 책을 통해 일제 시대 관공리를 지낸 이들이 해방 이후 어떻게 실세로 자리잡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일제 때 진주역장을 역임한 김석관은 해방 후 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또한 진주부청 내무과에서 군속을 지낸 이계순은 해방 후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해방 후 내무부장관까지 역임한 김현옥은 일제 때 진주에서 청년훈련소 군사교관 보조수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일제 때 진주법원에서 판임관 견습으로 시작한 정창운은 해방 후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초대 대구시장을 역임한 허억은 일제 때 경상합동은행 진주지점장을 지내면서 진주경찰서 연무장에서 결성된 조선특별지원병 진주후원회의 평의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허억은 대구시장을 지낼 때 박정희와 육영수의 결혼식 주례를 선 인물이다.

대기업 LG그룹 창업주 구인회는 일제 때 진주상공회의소 의원을 지냈으며, 식산은행 진주지점에서 찾은 돈으로 토지매입에 투자해 대지주가 되었고, 해방 후 이 돈으로 기업경영을 하는데 자본의 밑천을 삼았다.

해방 후 초대 진주시장을 역임한 정종철은 일제 때 진주부청에서 국민총력계 주임을 지냈고, 이후 2대 부산시장, 9대 경남도지사 그리고 서울시장 직무대리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일제 때 근무했던 국민총력계는 징용 등 황국신민화정책을 담당한 부서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사로잡았던 진주출신의 대중가수 남인수를 비롯해 작곡가 이재호와 손목인의 친일가요가 밝혀져 있다.

김경현 위원은 "진주 지역에서 이처럼 많은 부역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한 때 진주가 도청소재지였기 때문이기도 하나 비단 이러한 현상은 진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책에 수록된 인명이 모두 친일파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친일행위자를 포함하고 있다"며 "친일파는 민족문제연구소와 학계가 추진중인 연구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부족한 자료와 지역사회 기득권 세력의 적대적이고 냉소적인 시선 등 열악한 여건을 극복하고 방대한 역저를 완성한 저자의 오랜 작업이 얼마나 고단하였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노작이 전범이 되어 전국 각 지역에서 친일문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고 친일인명사전 편찬에도 유용한 기초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친일인명사전편찬사업은 2001년 기획되었으며, 2006년 8월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