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4돌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가 두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인천 문학경기장과 그 부대시설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민족대회'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토론회'이다. 전자는 민간 차원의 행사로서 네 번째를 맞이했고 후자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행사로서 첫 번째다.

한 시기에 두 개의 행사가 동시에 열리게 되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있다. '우리민족대회'는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줄곧 민족공동행사로 이어온 적자(嫡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측 인사를 초청한 '국제토론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값 덕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실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인천 문학경기장보다는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이 더 매력적이다. '우리민족대회'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의 수가 예년에 비해 적은 편에다 면면에 특이한 점도 비교적 없는 것에 반해, '국제토론회'에는 남북 공동주최에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 및 전현직 각료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국제토론회'가 세인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 '우리민족대회'가 '열린 행사'를 표방했지만 15일 오전 본행사와 오후 체육오락경기가 시민 참여가 없는 '닫힌 형태'로 진행됨에 따라 기자들은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이는 곧 기우임이 드러났다. 저녁식사 후 오후 8시 넘어 시작한 남북합동예술공연 '우리민족자랑대회'에 주최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수의 인천시민들이 참관했고 그 열기 또한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우리민족자랑대회'가 열린 SK야구장에는 행사가 시작도 하기 전에 입추의 여지도 없이 인천시민들로 꽉 찼다. 야구장 그라운드에 무대가 설치됐는데 스탠드에서 무대를 향해 관람할 수 있는 각도까지 좌석은 물론 이동로까지 빽빽이 찼다. 2만명은 족히 될 듯 싶었다. 참관 시민들은 단일기 수기나 대형 단일기를 들고 너나 할 것 없이 '조국통일'을 연호했고 흥이 날 때 파도타기를 연출했다.

남북 양측은 노래 선정에도 신경을 썼다. 남측은 북측에 널리 알려진 '직녀에게'와 '사랑의 미로'를 불렀고, 북측은 이제 남측 가요가 되다시피 한 '반갑습니다', '심장에 남는 사람', '다시 만나요'를 불렀다.

인천 시민들의 북측 대표단에 대한 배려는 북측 연주가가 '통일무지개'를 손풍금으로 연주하던 중 마이크가 잘못돼 소리가 멎자 이를 고치기 위한 어색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한 것에서 나타났다. 게다가 오후 10시 55분경 행사가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참관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노래도 자꾸 들으면 어색해지지 않는 법. 특히 북측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전 10일 전에 지었다는 노래 '민족공조 제일일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인천 시민들은 노래 '민족공조 제일일세'와 그 작곡자에게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제는 민족적 구호마냥 된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하는 인천 시민들의 모습에서 조만간 남측 국민들이 "민족공조 제일일세" 노래를 즐겨 부를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았다. 민족공동행사도 대중의 참여와 열기 속에 힘을 얻고 진행될 수 있다는 뚜렷한 교훈을 주었다. 인천시민들이 밋밋한 '우리민족대회'를 활기찬 대회로 반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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