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를 배제한다는 것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원칙에도 맞지 않고, 6.15정신에도 맞지 않습니다. 6.15공동선언 이행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은 민족공동행사에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인천에서 남북해외가 함께 치를 ‘6.15 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를 앞두고 이 대회에 참석이 불허될 것으로 보이는 범민련 남측본부 한 관계자의 말이다.

사실 6.15 남북공동선이야말로 남과 북이 지난 냉전시대를 청산하고 화해와 통일로 가는 역사적 이정표라는데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 선언에 따라 남북간에는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각종 정부간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민간차원에서 각종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에는 민간차원에서 남북해외 대표들이 매해 기념대회를 치러오고 있으며, 2001년과 2002년에는 금강산에서 공동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2003년에는 사스로 인해 남북에서 따로 열렸지만 대표들의 육성 축하 메시지를 서로 교환하고 ‘7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남북해외 3자연대를 통한 통일운동을 앞장서 실천해온 범민련 남측본부는 2001년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축전 이후 2002년과 2003년 행사에 공식 참석이 정부에 의해 가로막혀 오고 있다.

심지어 작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3주년 기념행사에서는 96세의 신창균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이 대회장에 참석한 사실을 쉬쉬하느라 신 옹을 눈에 잘 띄지 않는 뒷줄에 모시고 기자들에게 보도자제를 요청한 웃지 못할 일마저 발생했다.

올해는 인천에서 북측 대표단 100명과 해외 대표단 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민족대회’ 형식으로 수만 명의 시민들이 함께 할 예정이다. 물론 범민련 남측본부 관계자들은 정부 공안기관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공식 참석의 길이 막힐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이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는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남쪽에서 개최하는 공식행사에 나란히 서서 연설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반국가단체’인 북을 이롭게 해 ‘이적단체’라고 판결받은 범민련 남측본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대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공안기관의 이중잣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참 정신이다.
6.15 선언은 사상과 정파, 종교와 계층을 모두 뛰어넘어 7천만 민족이 손잡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남과 북, 해외동포 누구나 통일의 주인이 된다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과거의 잘잘못이나 남북의 국내법적 제약 따위는 모두 지난 냉전시절의 유산으로 전락하고 오직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은 통일의 길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범민련과 한총련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라는 이유로 남북공동행사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공안당국의 구태의연한 냉전적 사고와 잣대만이 아니다.

“범민련 활동의 제약은 국가보안법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남의 시민사회단체 운동진영을 보면 많은 단체들이 범민련이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남북공동행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남의 연대운동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느덧 정부의 범민련 배제가 남측 시민사회단체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것을 지적하는 범민련 남측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을 맞아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깊이 되새겨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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