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국장)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대표단이 15-18일 북 의료시설을 방문했다.
사진 오른쪽이 대동강구역병원 안덕성 원장. [사진제공 - 지원본부]

지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하 지원본부) 대표단으로 평양에 다녀왔다. 이번 대표단은 이미숙(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지원본부 이사), 홍경표(내과의사), 이건영(의료장비 DMC대표), 김종호(엑스레이설치), 김진숙(지원본부 사무국장)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 북측의 조선의학협회와 평양시 내의 '구역병원 현대화사업'에 협력하기로 의향서를 맺고, 4월에 엑스레이와 초음파, 내시경, 심전계 등의 의료장비를 보내고 이번에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방북하게 된 것이다.

구역병원지원사업은 재미가 있다?

지원본부가 올해 집중 지원하게 될 구역병원은 대동강 동쪽 동평양지역의 '대동강구역'병원이다. 지난 3월 안덕성 원장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대동강구역병원의 현황은 1965년 9월에 개원하여 의사를 포함한 360여명의 보건일꾼과 450개 병상, 25개의 전문과를 갖춘 병원이다.

북에서의 '구역'의 의미는 남의 '구(區)'에 해당한다고 보면 대략 맞을 것이다. 대동강구역은 평양시민을 200만명이라고 볼 때 이 구역의 주민이 20만명이므로 평양시의 10%가 거주하는 인구밀집지역이다. 서울의 종로구를 예로 들면 종로구 보건소처럼 구마다 보건소가 하나씩 있지만 그 기능은 위에 열거한 것처럼 남측의 2차 병원급에 속하는 입원병동까지 갖춘 제법 큰 병원이다.

구역병원지원사업은 기존의 지원사업에서 볼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지원본부가 구역병원지원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하면서 내부에서 공유된 의견은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보통 방북하면 참관하게 되는 평양산원이나 평의대병원은 외부에 많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서로 자연스럽지 못한 면이 있다. 하지만 구역병원은 그 위치 상으로도 대로에서 몇 블럭 들어간 주민들의 주거지 안에 있다.

대동강구역병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주민들의 한가한 일요일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릉라소학교에서는 6월1일 국제 아동절(북측의 어린이날에 해당)을 맞아 운동회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고 빨래를 하는 아줌마, 종이를 깔고 장기를 두고 있는 할아버지, 아저씨들(아줌마들도 장기를 두고 있었다), 평상에 누워 숙제를 하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아이들.... 일상적인 우리네 모습이었다.

▶렌트겐과 엑스레이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지원본부]
▶초음파실에서 초음파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지원본부]
방북기간 내내 대표단은 의료장비를 설치하고 사용법에 대해 북측 의사들에게 알려주었다. 초음파의 경우 구역병원까지는 아직 공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모들은 평양산원까지 가야했다고 한다. 이제 가까운 구역병원에서 산과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 고마워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용법을 알려주는데 한계가 있겠다는 걱정을 했는데 북녘 의사들은 이미 이론숙지는 충분히 되어 있었고 중앙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서 실습을 받는다고 하면서 배움에 열의를 보여 걱정은 기우로 그쳤다.

열악한 수술방, 부러운 의사들의 열정

수술방과 어린이입원병동을 둘러보고 호담당의사와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북측의 대표적인 의료체계중 하나인 '호담당의사제'는 한 의사가 130-150가구를 책임지고 한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의 병력관리와 예방교육, 접종, 일상적인 섭생 등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지원본부는 이 의사들이 주민들을 만나러 다닐때 들고 다닐 왕진가방을 1차로 200개 지원했다. 대동강구역의 호담당의사가 500여명이므로 추가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왕진가방에는 혈압기, 청진기, 체온계, 이경, 설압자 등의 진료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으며 이번 방북에서 간단한 응급치료세트와 침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원본부는 2004년 올해를 구역병원 지원사업과 사랑의 왕진가방 보내기 운동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이 호담당의사들은 처음에는 매우 긴장하는 듯하더니 우리가 왕진가방을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하니까 호담당의사의 역할이나 사명감 등을 매우 열정적으로 토로했다. 방북기간 중 가장 뜻깊은 순간이었다.

▶대동강구역병원 수술장에서. [사진제공 - 지원본부]
북측 의료실태의 어려움은 다 아는 바이지만 수술장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수술장 복도에서는 난로에 물이 끓고 있었고 수술의자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였지만 의사들의 열정은 너무나 부럽고 고마웠다. 꼼꼼히 기록한 수술대장을 보여주며 구역병원에서 빈번하게 하는 수술이 무엇이며 그에 따른 수술장비들은 어떤 종류가 지원되어야하는지 매우 진지했다.

어린이입원실 방문은 서로 사전 협의된 사항이 아니어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방문을 했기 때문에 더 절실히 지원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폐렴과 설사로 입원한 만 1세미만의 아이들에게 아무 처치도 되지 않은 채 그저 엄마와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것이었다.

'사랑의 왕진가방'을 보내자

북녘의 어려운 상황은 이제 별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트럭에 '대한민국"이 선명한 쌀포대가 보이고 전체 룡천지원의 1/5이 남측에서 온 거라며 거듭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지원본부처럼 이제 주민들에게 가까이 가는 지원사업의 내용들이 계속 북측과 협의 중에 있다.

룡천역 폭발사고로 이어지는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이제는 크게 우리 민족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인가의 틀로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평소 꾸준한 지원이 있었더라면 제2, 제3의 룡천은 그토록 무방비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소독약 한번 발라보지 못하고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20만원이면 왕진가방 하나를 북녘 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 지원본부의 '사랑의 왕진가방 보내기' 운동에 참여하면 20만원으로 150가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지원본부는 오는 6월 9일 오후 7시 한미파크홀에서 평양구역병원 현대화사업과 왕진가방 지원을 위한 후원의 밤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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