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성사가 구체화 되어 가던 올해 초, 북미 협상 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된 강경 주장을 하는 미국 관리의 발언이 간간이 신문지면을 탔던 적이 있었다. 북한 민주조선은 1월 20일자 기사에서 한 미국관리가 "올해 3월 말까지 핵문제에서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PSI의 전면발동과 유엔안보리 회부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주장했다면서 이에 대해 강한 비난을 퍼부었던 사례가 그중 하나이다.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또한 2차 6자 회담이 확정된 2월에도 동일한 그 미국관리가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얻는 유일한 길은 그 프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방법은 물론 우라늄을 이용한 방법까지 제거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경주장을 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 된 바 있었다. 이 두 기사에 인용된 미국관리는 현재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을 맡고 있는 존 볼튼이라는 인물로 알려졌다.

인권을 이슈로 하여 북한을 압박할 목적으로 지난 11월 미국 상.하원에 상정된 "북한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이 최근 국내 시민단체 등에 의해 그 의도와 목적이 매우 불순하다며 반발하는 등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 법안에 적극 개입한 인물은 지난 7월 "북한자유연합"을 결성하여 회장에 취임하기도 한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였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세간에는 이들을 통칭하여 네오콘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게 보면 네오콘은 단지 중동에서 아프칸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 정가의 강경파라고만 치부할 수 없게 된다. 바로 한반도에서 대북 강경책을 앞장서 주장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며, 한반도 군비 증강을 선도하는 세력이기도 한 것이다.

국내의 언론사 국제부 기자 출신 이장훈씨에 의해 이들 네오콘의 실체를 소상하고 전면적으로 밝힌 책이 출간된 것이 새삼스레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인듯 싶다.

네오콘은 대외정책 측면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자(paleoconservative)와 구분되는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로 분류된다. 이들 네오콘은 "미국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세계를 지배하는 논리로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을 선호하고, 전쟁당(The War Party)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전쟁에 의한 해결에 집착하며, UN등 국제기구를 무시하고 미국의 독자적인 행동을 주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네오콘-팍스아메리카나의 전사들"(미래M&B 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하여 이들의 실체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필자는 이 책을 쓰는 목적에 대해 서문에서 "이들(네오콘)의 네트워크와 정계, 경제계,학계, 언론계,군산복합체, 싱크탱크,석유업계,이스라엘등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들의 조직과 자금줄, 혈연관계 및 정치철학과 군사전략"을 살펴보겠다고 기술했다.

이같은 필자의 목적에 따라 서술된 이 책은, 90년대 국제부 기자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이 잘 발휘되어 생생하고 풍부한 사례와 자료를 가지고 있다. 현재 부시정권의 정책 특히, 대외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네오콘의 사상 철학, 사고구조, 정책방침, 주요 인물들이 잘 표현되어 있고, 그들의 인맥, 조직, 경제적 지원기반 등도 철저하게 파헤쳐져 있다.

저자는 수십년간의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네오콘이 부시행정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전면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2001년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으며, 2002년 10월 이후 대북정책을 강경 적대정책 기조로 몰고 갔다고 분석한다.

핵심인물로는 로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리처드 펄 국방정책 자문위원, 윌리엄 크리스톨 PNAC 공동대표를 꼽고 있으며, 루이스 리비 부통령비서실장, 엘리엇 에이브럼스 국가안보회의 극동 및 중동 국장, 존 볼튼 국제안보담당 차관을 거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들이 인맥적으로 보면 대부분 뉴욕 출신의 유대인들이고 유대국가안보연구소등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때문에 극단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이스라엘의 이익과 등치시켜 사고하는 집단이라고 분석한다.

네오콘들이 결사된 대표 조직으로 저자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를 꼽았으며 PNAC은 사실상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네오콘의 싱크탱크로서 미국기업연구소를 상세히 분석하고 있으며, 유대인과 우익보수재단들이 이들의 자금줄로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네오콘들의 철학과 사고구조를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네오콘이 "미국은 국제 보안관으로서 그들 스스로 무법천지라고 생각하는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강제해야 하며 세계에서 날뛰는 무법자들은 때대로 총구를 들이대서라도 제압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2년 9월 17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 등을 사례로 들면서, 네오콘이 "미국이 세계적 주권(Global Sovereignty)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로서 새로운 제국의 전략중 가장 중요한 점은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UN과 NA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미국의 제국적 질서 유지에 제한이 된다면, 국제기구에 개의치 말고 독자적으로 행동하여야 하며 궁극적으로 이들 기구들을 미국의 이익에 맞게 개편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지만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미국의 자위권 행사를 하기 위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는 것이 그들의 정책 기조이며 더 나아가, 선제 또는 보복공격으로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 사용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시행정부 4년간의 대외정책이 흘러온 과정의 배경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고, 이들의 일방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사고의 위험성을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책 내용중에 덧붙인다면, 저자는 이라크 전쟁을 석유전쟁으로 묘사하면서 부시 행정부를 오일맨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실감있게 파헤치고 있어서 읽을 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 특히 관심이 되는 네오콘의 대북전략 부분은, 매우 간단히만 언급이 되어 있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넘지는 못하고 있어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책 전체를 통해 흐르는 네오콘의 사고구조와 정책기조, 그리고 이들의 인적,정치적, 경제적 배경을 잘 탐독한다면, 네오콘의 대북정책의 근간에 흐르는 맥을 충분히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흠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러 가지 네오콘에 대한 자료적 가치나 네오콘의 실체적 구조를 파헤친 장점을 가진 이 책의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네오콘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정보가 다소 나열식으로 예시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일 것이다.

즉, 일관적인 체계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입증 하기 보다는, 저자의 풍부한 정보와 자료를 일정한 테마에 따라 예시하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생동감은 있지만 이론적 설득력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이다. 이점은 생생하다는 강점을 가지면서 동시에 이론적으로 치밀하지 않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네오콘이 득세하게 된 구조적,역사적 배경과 흐름에 대해서는 취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저자 자신이 인물중심으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담아내겠다는 의도를 애초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가 말하듯 80년대 또는 90년대초에 이미 그 윤곽이 설계된 네오콘의 정책이 왜 하필이면 부시대통령 시기에 와서 전면적으로 채택되었는가, 그리고 미국 행정부에 의해 전격 수용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점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 또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철학, 정책이 특정한 시기에 국가 정책으로 현실화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사회의 구조적, 역사적 흐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의 말대로 'before 9.11', 'after 9.11'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가 급변하고 있고, 21세기가 지난지 얼마 안되어 벌써 지구상에 두 나라의 정권(아프간,이라크)이 사라진 지금, 우리도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전략'에 추종하는 것이 아닌,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우리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절박감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한 저자의 호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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