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의 제국
[저자] 김민웅,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작년말부터 여중생사건과 반전으로 이어졌던 국내의 촛불시위는 우리에게 미국의 존재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광화문에서의 촛불시위와 시청앞 보수세력들의 집회를 함께 보면서 아직도 이 땅에서 성조기를 앞세우는 사람들과 불태우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가 언제 미국에 대해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동시에 함께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던가 ? 미국은 영원한 혈맹이었고, 반대로 미국은 이 땅을 식민지화한 제국주의로 생각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아니었던가 ?

책이 출간된 지는 한 달 이상이 되었지만 뒤늦게 책을 읽으면서 과연 미국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의문과 이 땅에서 미국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기대하며 읽어 내려갔다.

김민웅의 <밀실의 제국>은 그가 미국에서 20여년간 살면서 느끼고 바라보면서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부제 `전쟁국가 미국의 제국수호 메카니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는 전쟁국가 미국의 참모습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현실과 대응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에서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반체제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팍스아메리카나에 대한 반헤게모니 투쟁이자, 길고 긴 제국주의의 지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역사의 당연한 요구임`을 주장한다.

최근 한반도내에서의 반전,반미운동과 관련해서 `이 운동이 더욱 진전된 내용으로 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아메리카 제국의 논리와 패권을 이제까지와 같이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 것이 중대한 발전이 일어났음을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이러한 현실과 관련하여 거대 제국 미국의 본질과 현실, 더 나아가 우리와의 관계를 조명해 보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특히 `부시정권이 추구하는 전쟁정책의 대상으로 화한 우리민족의 절박한 처지에서 제국의 면모를 파헤치고, 그 지배를 극복하는 일은 우리의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대아프카니스탄 전쟁을 통해 미국이 취한 입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하여 옳다는 견해와 그르다는 견해의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히고, 이는 `그르다는 견해가 견해의 차이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지배하는 원칙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유인인가 아니면 노예가 되는가의 중요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미국의 본질(제국주의적 속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은 "미국앞에 줄을 서라, 그리하면 살 길이 열린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 아프카니스탄 전쟁 개전 초기에도 전 세계를 향해 자신과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적대적 공격대상이 될 각오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내에서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도 지난 2001년 통과된 애국법안(Patriot Act)을 소개하며 이는 비애국적인 시민을 색출하는 법안이며, 작금의 미국현실에 비추어 보면 미국의 전쟁정책을 반대하거나 이에 비판하는 것을 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개한다. 미국의 사법권마저 군사재판으로 하는 미국의 모습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한다.

게다가 미국의 지난 반세기 대외정책사를 살펴보아도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테러를 자행한 나라임을 알수 있다고 주장하며, 53년 이란, 50년대 필리핀, 과테말라, 베트남, 쿠바 등의 예를 들며 그 내용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제국의 역습`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이후 미국이 보이고 있는 전쟁국가로서의 모습과 대 테러 전쟁의 본질에 대해서, 2부 `제국의 밀실`에서는 미국이 보이고 있는 음모와 공작들에 대해, 3부 `제국의 대변자들`에서는 팍스아메리카나의 허구적인 모습들을 그리고 미국의 본질을 알려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4부 `제국의 논리와 본심`은 한미관계, 동맹관계의 허상들에 대해서 그리고 마지막 5부 `아메리카 제국의 폭력, 우리의 평화`에서는 최근 남북, 북미, 현정권의 과제와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반도 영세중립화 방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미국이 9.11테러이후 전쟁국가로 치닫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방식이 투기자본들의 전횡으로 세계적인 저항에 부딪치며 결국은 전쟁경제를 통한 지배계급들의 노골적인 패권주의 형태로의 발현 모습이라고 소개한다.

이러한 미국의 팽창정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려 하지만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미국내에서의 저항운동 그리고 2002년 베네수엘라의 반차베스 쿠데타가 2일 천하로 끝나면서 당시 부시정권이 차베스의 실각에 환호를 보냈던 것들을 통해서 자기 모순과 당착에 빠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반대, 기타 다른 국제조약에서의 반대 등으로 미국이 보이고 있는 초국제법적인 태도에 대해 세계가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들을 알리고 있다.

저자는 1부를 마치면서 `민족문제의 자주적인 해결원칙, 제국주의의 군사주의적 패권체제에 대한 명확히 인식해야 약소민족이 존엄한 인권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역사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4부에서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이며 우리는 이 제국주의 지배 아래 놓인 식민지라는 사실, 이러한 식민지적 주종관계를 청산하기까지는 우리민족의 장래는 언제나 제국의 신민 또는 노예의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국의 지배아래 있는 민족의 제 1차적 과제는 민족의 자존을 회복하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는 민족해방투쟁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이미 낡아버린 구호가 아니라 엄연하고 절박한 현실인 것이다.(270쪽)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새로운 민족 주체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5부에서는 제네바합의부터 북미관계와 미국의 대북정책들의 본질에 대해 소개하면서,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우리의 기본자세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논리를 거부하는 자주와, 봉쇄전략 속에서 군사적 대결구조로 이루어진 냉전체제를 청산하는 평화, 분쟁의 요인을 본원적으로 해결하려는 통일 지향적인 민족내부의 연대와 단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과제를 하나의 통합적 목표와 역량으로 묶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향후 우리 민족 전체의 명운을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311쪽)

저자가 말하는 대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전쟁정책이 갖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평화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운동과 정치세력화. 둘째, 부시정권으로 하여금 공개적 인정과 분명한 지지를 이끌어 내도록 압박. 셋째, 미군철수 문제를 더 명료하게 공론화. 넷째, 유럽통합의 연방체제 성립에서 보여주는 공동번영 추구. 다섯째, 인류사회의 미래에 공헌할 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328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북간의 통일방안 중 하나로 영세중립화를 제안한다. `영세중립화는 한반도를 평화롭게 잘 살아가는 나라로 만드는 길이다. 평화와 통일, 자주와 번영을 하나의 틀 속에 용해시켜 이루어 나갈 수 있는 대안, 그것을 우리는 중립 한반도의 미래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331쪽)

기자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땅의 현실이 저자가 생각하는 만큼 미국의 제국주의 속성을 쉽게 국민들에게 알려나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읽는 도중에도 여러번 하게 되었다.

물론 저자가 체계적으로 낱낱이 소개하는 미국의 전쟁국가로서의 본질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미 자주외교를 이야기한 노무현 정부의 최근 이라크파병 결의 등 이 땅에서의 현실적인 문제들의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가 책 말미에 대안으로 제시한 영세중립화 방안도 국내에서도 논의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집중되거나 이슈화가 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면서 처음에 가졌던 의문, `과연 미국의 본질은 무엇인가?`에서 `그러면 지금 이땅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의 과제만이 더욱 가슴속에 커져 가고 있다.


<저자소개>

김민웅

1956년 일본 오사카 태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정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2년 도미 델라웨어대학 정치학 박사(정치철학)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 기독교 정치경제윤리학 박사학위(논문제목 : 제국의 윤리와의 투쟁)

코리아타임스, 미주동아, 말지 미주 특파원 역임
뉴욕 목요기도회 총무
뉴욕신학대 강사

현재
미국 뉴저지 길벗교회 담임목사

저서
물위에 던진 떡(한국신학연구소, 1995년)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당대, 1996)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뉴스앤조이, 2001)
보이지 않는 식민지(삼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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