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아태평화재단 연구위원, 정치학)



안팎으로 급변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국정을 감시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지요? 오늘 외람되게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총재님이 코리아타임즈에 기고하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칼람을 보고 몇 말씀 올리기 위해섭니다. 차기 대권에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시고 특히 거대야당을 책임지고 있는 총재님의 대북관, 통일관은 단지 한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장래와도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무례를 양해하신다는 전제에서 총재님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통일의 과정으로서 남북연합과 연방제를 반대하고 자유왕래에 의한 통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종전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반대하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우리 정부의 공식적 통일방안인 남북연합까지 반대했다는 점에서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 나라 일을 책임지셔야 할 총재님이 이 기회에 통일관을 구체화시킨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만 그 내용을 접하는 저로서 웬지 모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총재님의 통일관이 너무도 흡수통일 지향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과거 김영삼 정부시절 조기 북한붕괴론에 근거한 흡수통일 정책이 남북관계에 얼마나 해악을 미쳤는 지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방에 의한 무력통일이나 일방의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통일은 남과 북의 상호인정과 공존에 의한 점진적인 통일 외에 달리 대안이 없을 것입니다.

1980년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이 제출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반대논리는 그것이 한반도를 적화하기 위한 통일전선전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체제를 달리하는 두 국가가 단번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통일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두고 그 방식의 과격함을 비판한 것이었죠. 최근 총재님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결국은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가는 경로라는 점에서 이를 반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신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연방제 주장은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권 붕괴와 체제위기의 심화를 겪으면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남북 양측이 정치, 외교, 군사권을 보유하는 국가연합의 방식에 상당히 접근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입장변화는 자신의 체제유지와 보장을 위한 장치로 연방제의 성격이 변화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총재님이 우려하시는 적화통일이나 자유민주주의 훼손은 이제 단순한 기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칼람에서 총재님의 생각은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남북연합까지 반대하시는 총재님은 분명 적화통일을 막기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시려는 의도를 넘어 이제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흡수통일 말고는 어떤 형태의 통일과정도 반대하시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적화통일을 막기 위한 연방제 반대가 이제는 흡수통일을 위한 연합제 반대로 발전한 것이지요. 그러나 남북이 평화를 정착시키고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북이 적화통일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남측 역시 흡수통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로의 한반도 통일을 열망하시는 총재님의 충정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인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흡수통일의 강조는 상당부분 뒤로 미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남북간 상호인정과 평화공존에 토대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지금의 대북정책이 통일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실제 통일을 다질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식이 아닐까요?. 이는 또한 총재님이 강조해 마지않는 자유왕래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총재님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과도한 흡수통일 주장 때문에 실제로 흡수통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비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회담의 역사적 성과를 인정하고 6.15 공동선언에 총론적 지지를 표명했던 총재님께서 이제 와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반대하고 나아가 정부의 통일방안인 연합제까지 반대하는 것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될 뿐 아니라 총재님 스스로의 입장마저 혼란스러운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앞으로도 한반도 통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라고 총재님의 앞날에 건승이 있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