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 완화는 절박한 과제


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2022년 8월 5일자 로동신문에 "전반적인 고등교육수준제고와 중요대학들의 역할"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 완화가 현재 교육부문의 절박한 과제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요대학"(이하 "주요 대학")들이 지방대학의 교육수준 향상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 완화는 2021년 1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와 이후 열린 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들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과제이다. 이는 초강력 대북제재와 코로나 19에 대응한 자체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부문·단위가 과학기술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들 (조선중앙통신, 2020.1.22., 2021.1.19.)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들 (조선중앙통신, 2020.1.22., 2021.1.19.)

김정은 집권 초부터 학술일원화 추진

북이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부터 추진해온 사업이 학술일원화이다. 이는 주요 대학들이 여타 대학, 학부, 강좌들에 최신 과학기술 자료와 최신 교육내용·방법을 제공함으로써 교육내용과 수준의 차이를 줄이고 전반적인 대학교육 수준을 높이려는 것이다. 

북의 주요 대학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과 부문별 거점대학들(평양기계대학, 평양건축대학,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김형직사범대학, 평양교원대학, 평양의학대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대학들은 전국적 범위에서 학생을 선발, 배치하는 '중앙대학'들이다. 2020년에 진행된 통일연구원의 연구(조정아 외, <'지식경제시대' 북한의 대학과 고등교육>)에 따르면 북의 중앙대학은 약 40곳이다. 

북의 대학은 270곳 이상. 그러나...

위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의 북 문헌에서 확인 가능한 대학은 약 270곳이다. 이 연구는 보도 또는 공개되지 않은 대학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남측의 경우 2021년 9월 기준 일반대, 전문대, 교육대, 산업대를 포함한 대학 수가 336개라고 한다(국가통계포털 홈페이지 참고). 인구 대비 대학 수를 단순비교하면 북에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이 존재하는 셈이다. 게다가 270개가 넘는 대학들 내에서 40곳 안팎의 주요 대학들과 다른 대학들 사이의 교육·연구 수준 차가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대학의 수준을 동시에 올리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주요 대학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그 학교들의 최신 교육내용과 우수한 경험을 다른 대학들로 확산시키려는 것이 학술일원화이다. 이 사업은 주요 대학의 교육자들이 담당 대학에 직접 내려가거나 또는 원격체계를 이용해서 강의, 발표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각종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으로 올수록 시공간 제약 극복의 편리성,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활동의 필요성 등 때문에 원격체계의 활용이 크게 늘었다. 

원래 '종합대학화'와 함께 추진

북은 원래 학술일원화를 주요 대학의 '종합대학화'와 함께 추진했다.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대 등 기존 종합대학은 물론이고 부문별·지역별 거점대학들을 종합대학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이들 학교가 자기 부문이나 지역에서 학술일원화의 중심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평양기계대학, 평양건축대학,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원산농업대학 등 부문별 거점대학들이 종합대학이 되었다. 또 황해북도와 평안북도에서는 도내 단과대학들을 통합하여 각각 황북종합대학과 평북종합대학을 만들었다. 

위 학교들 중 평양건축대학이 '종합대학화, 학술일원화'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그 출발이다. 이곳은 1953년 11월 평양건설대학으로 문을 연 뒤에 몇 번 이름이 바뀌어 2012년 12월 평양건축종합대학이 되었다. 개교 60주년을 맞은 2013년 11월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해서 명예총장을 자처하면서 여러 과제를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지역에 있는 건설 부문 교육기관들에 대한 교육학적 지도, 학술적 지도'였다. 

2013년 11월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건축종합대학(당시) 현지지도 장면 (조선신보, 2013.11.27.)
2013년 11월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건축종합대학(당시) 현지지도 장면 (조선신보, 2013.11.27.)

평양건축종합대학이 학술일원화의 원형

평양건축종합대학은 2014년부터 국가의 지원 속에 백수십 개의 전공 및 기초과목 내용을 업데이트했고, 첨단과목 수십 개를 신설했으며, 교과서와 참고서도 200여 건을 새로 썼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각 지역에 있는 건축교육기관과 전문 건설기관 등 수십 곳을 원격교육체계로 포괄해서 원격강의와 최신 과학기술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이 인재강국 실현과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위한 '새 세기 교육혁명', 즉 대대적인 교육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이때 평양건축종합대학(당시)의 위와 같은 사례를 확대해서 주요 대학들을 종합대학화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일원화하는 것이 대학교육 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후의 일원화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평양건축대학은 원격교육체계를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화상 학술토론회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건축 관련 학과가 있는 직업기술대학, 공장대학 10여 곳을 새로 포괄하는 등 일원화체계를 개선, 확대했다. 

2017년 평양건축종합대학(당시)의 실시간 원격강의체계 (메아리, 2017.9.13.)
2017년 평양건축종합대학(당시)의 실시간 원격강의체계 (메아리, 2017.9.13.)

평양의학대학과 김형직사범대학의 사례

의학 부문 거점대학인 평양의학대학은 2015년 7월부터 의학교육 일원화를 준비해서 2016년 평성의학대학, 남포의학대학 등 전국 10여 개 의대 교원을 대상으로 일반기초과목, 임상 과목 강습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대학 도서관에 원격 화상회의와 원격강의가 가능하도록 전자칠판, 전자교탁, 프로젝터, 카메라, 컴퓨터 등을 갖춘 일원화사업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평양의학대학 도서관 (려명, 2020.4.29.)
평양의학대학 도서관 (려명, 2020.4.29.)

김형직사범대학은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이름을 딴 곳으로서 교원양성 부문의 일원화 거점이다. 구체적으로 이곳은 전국의 사범교육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현대 교육발전 추세와 전공별 최신교육 흐름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다. 이 중 전공별 강의에서는 이 대학 교원뿐 아니라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평양미대, 평양정보기술국 등의 교원과 연구사들도 강연자로 나선다고 알려졌다. 

교원 양성과 체육 부문의 학술일원화

평양교원대학은 소학교 교원을 양성하는 3년제, 유치원 교양원을 길러내는 2년제를 운영하는 학교이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2018년 우리 언론들이 VR(가상현실) 고글을 쓰고 수업을 받는 학생,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가상교실 앞에서 수업실습을 하는 모습 등을 보도했던 곳이 바로 평양교원대학이다. 이곳은 VR, 가상교실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교육방식과 교육내용을 개발해서 전국 각지의 교원대학들에 보급하고 있다. 

평양교원대학의 VR을 이용한 수업(좌)과 가상교실(우) (연합뉴스, 2018.6.14.)
평양교원대학의 VR을 이용한 수업(좌)과 가상교실(우) (연합뉴스, 2018.6.14.)

체육부문의 거점대학인 조선체육대학도 쌍방향 영상회의가 가능한 원격학술일원화체계를 구축했고, 체육교육과학 실적 평가체계를 개발했으며, 수천 건의 전자강의안과 종목별 질의응답 DB를 만들어서 각 도체육대학에 제공한다. 

이곳들 외에도 평양기계대학,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평양콤퓨터기술대학, 평양교통운수대학, 장철구평양상업대학, 김원균명칭평양음악대학 등이 부문별 일원화의 거점대학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평양콤퓨터기술대학은 직업기술대학, 공장대학, 기술고급중학교의 ICT 과목 담당 교원들을 교육하는 거점대학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사회과학·인문학·외국어·생물학 부문 등에서 학술일원화의 거점 역할을 한다. 김책공대는 최고의 공대답게 공학 계열 거점대학들의 거점대학, 그리고 원격교육대학의 원조로서 새로운 원격교육 방법 개발 및 확산의 거점 역할도 한다고 알려졌다.

김책공대의 원격강의 촬영실 (조선의 오늘, 2020.2.29.)
김책공대의 원격강의 촬영실 (조선의 오늘, 2020.2.29.)

2019년 가을 종합대학화 방침 폐기

북은 2019년 9월 제14차 전국교원대회 이후 종합대학화를 폐기했다. 북이 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북의 기사에서 여러 대학을 통합하여 종합대학이 된 경우 통합 이후 교내 자원 배분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우수 교원들의 역량을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지적이 제기된 적이 있다. 앞서 인용한 통일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종합대학화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종합대학'이라는 명칭에 비해 실질적인 개선은 미흡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아마 이런 문제들 때문에 북이 종합대학화를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문별 거점대학들의 이름에서 '종합'이 모두 삭제되었고, 황북종합대학과 평북종합대학도 여러 단과대로 다시 분리되었다.

학술일원화는 지속, 강화

북은 종합대학화 폐기 이후에도 대학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학술일원화는 더욱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가의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과학기술의 질적 수준이 기대한 만큼 높아지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학술일원화를 통한 전반적인 고등교육 수준 제고가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평양건축대학은 2021년에 원격학술일원화체계를 이용해서 수백 개 과목에 대한 교수 요강과 강의안, 다매체 편집물을 이용한 전자강의안 약 천 건, 건설 부문 최신 과학기술 자료 만 5천 건 정도를 보급했다. 또 함흥건설대학 등 다른 대학, 학부 수십 곳에 대해서 과목별 강습, 학술토론회, 초빙 강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평양의학대학도 함흥의학대학 같은 지방의대에 최신 교육내용과 교무행정관리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등도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각자가 담당한 대학들의 교육발전과 연구사업을 지원했다고 한다. 

교원양성 부문의 학술일원화를 부쩍 강조

최근 북은 교원양성 부문 학술일원화사업의 중요성과 이 부문 거점대학들의 활동을 특히 부각하고 있다. 교육의 질적 발전,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교원들의 실력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형직사범대학을 예로 들면, 이곳은 가상현실·증강현실·인공지능을 결합한 교육방법 수십 건을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했고, 각 사범대학의 박사원(대학원) 과정 교육혁신을 주도했다. 또 10개 과목으로 구성된 각 도사범대학 교원 대상의 원격재교육 프로그램을 2021년에만 3회 실시했다고 한다. 

평양교원대학도 김형직사범대학과 마찬가지로 교원대학 교원들에 대한 재교육과 각 대학 박사원 과정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적용한 첨단 교육방법을 교원양성 부문 대학은 물론이고 강건의학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등에도 보급하였다고 한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어린이 교육용 로봇 등 유치원생, 소학교 학생 대상의 교육방법과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평양교원대학이 개발한 교육용 로봇들 (조선중앙TV, 2021.10.22., 내나라, 2021.8.22.)
평양교원대학이 개발한 교육용 로봇들 (조선중앙TV, 2021.10.22., 내나라, 2021.8.22.)

이 글 처음에 언급한 기사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평양건축대학 등이 지방대학의 교육수준 제고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하지만 "일부" 주요 대학들은 담당대학에 몇 번 다녀가고 자료를 일부 보급하는 등 여전히 체면치레 정도의 활동만 하고 있다고 한다. 북의 학술일원화 시도가 교육수준 향상과 과학기술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지켜볼 만하다.

"북한의 학술일원화 체계"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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