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북한에 대해서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외교부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유화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막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북 유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박진 후보자는 “지난번 저희 방미 대표단 귀국길에 제가 코로나 확진이 돼서 지난 일주일 동안에 자가격리를 마치고 오늘 처음 나왔다”며 “국제 정세가 엄중하고 또 한반도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시점에서 외교부 장관 지명을 받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지난 3~10일 미국을 방문 11일 귀국했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를 거쳤다. 방미 중 바이든 대통령이나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해 미측의 윤석열 당선자 ‘홀대론’이 나오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 “외교는 당리 당략이 아니고 국익과 국민을 우선해서 노력해야 될 분야”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번에 국민들께 제시했던 자유와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만들기 위한 외교 정책과 비전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상세히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간략히 언급했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움직임에 관한 질문에 박 후보자는 “북한이 이렇게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조 시키는 것은 우리 한반도 안보와 평화와 안정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서 이러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강력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의례적인 답이지만 ‘한미동맹’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계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문재인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북한이 여기에 제대로 호응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드러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상식이 통하는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서 압박과 설득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노력을 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 정책’으로 평가하고 균형 있는 정책, 즉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겠다는 것. 그러나 압박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확장 억제 실행력의 강화는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한미 간에 이러한 확장 억제 강화라고 하는 차원에서 강력한 공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번에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권영세 후보와는 그동안에 정치를 같이 하면서 4선 의원을 같이 하면서 많은 교감을 가져왔고 또 언제든지 격의 없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그런 사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우려하시는 북한의 이런 안보 위협 이것을 빨리 해소하고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외교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5월 하순 일본에서 개최될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계기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한미 정상회담의 일정이나 의제나 이것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이달초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방미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측에서도 많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한미 정상간의 현안으로 △북한의 고조되는 위협에 긴밀한 공조 방안 마련 △글로벌 공급망 급속 변화에 대한 경제안보, 기술동맹의 추진 △기후변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추진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평화‧독립을 위한 한미의 공동 노력 등을 꼽았다.

박 후보자는 “쿼드는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모임이고 또 인도 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그런 협의체”라며 “한국이 쿼드 정식 회원은 아니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도적인 분야에서 쿼드와 같은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특히 워킹그룹을 통해서 코로나 19라든지 기후변화 그리고 신흥 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참여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가는 것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향후 적극적 행보를 예고했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경제 통상은 물론이고 문화 교류에 있어서도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상대국”이며 “전략 소통이라는 면에서도 중국은 중요한 나라”라고 전제하고 “지난번에 윤석열 당선인이 3월 25일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를 통해서 양국이 상호 존중과 협력의 정신으로 양국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자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고 상기시키며 “앞으로 중국과의 고위급 전략적 소통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정진석 의장을 단장으로 해서 전문가들이 일본을 방문해서 일본의 정부와 의회와 학계 전문가들과 지금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한일 관계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양국 관계를 개선할 것인지 협의를 가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이 이루어져서 우리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만 답했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과거사‧독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

오늘 방한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날 계획을 묻자 박 후보자는 “성 김 대표를 지난 4월 초순에 미국 워싱턴에서도 만나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번 주에 서울을 방문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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