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련 공문을 공개했지만 야당의 ‘북한 원전 지원’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핵심 당사자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어불성설’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2018년 4.27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후보자는 2일 오후 5시께 서울 광화문 대우빌딩 로비에서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청해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우리 정부가 원전을 지원하기로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매우 비상식적인 논리의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그 어떤 나라도 원전을 제공할 수 없다”며 “우리 나라도 북에 대한 원전 제공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도 안했다. 특히 청와대 NSC 차원에서 검토도 안했다. 북 대화 과정에서도 원전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확언했다.

그 근거로 “북에 원전 제공하려면 최소한 5가지를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야만 검토가 가능하다. △유엔 포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모두 해제되어야 한다 △비핵국가로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해야 한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세이프가드 협정을 별도 체결해야 한다 △북에 원전 제공하는 나라와 별도 원자력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미국 부품이 있으면, 미국과도 별도의 원자력협정 체결)고 설명했다.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검토했다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북측에 건넨 USB에 대해서는 “4월 27일 판문점 회담 때 한반도신경제구상 포함 USB를 북측에 전달했다”며 “USB에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동해, 서해, 접경지역 벨트 중심 경협 구상을 주로 담았고, 몇 가지 협력방안을 제시했는데, 에너지 및 전력 분야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에서의 협력, 그리고 낙후된 북한의 수력 화력 발전 개선 재보수 사업, 몽골 포함 수퍼그리드망 확충 방안 등 아주 대략적인 방안이 포함됐다”며 “원전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이런 내용 미국과 충분히 공유했다”며 “4.27판문점 회담을 앞두고 또 이후에 제가 세 차례 미국을 방문해서 당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신경제구상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줬고, 특히 회담 직후 다시 워싱턴 방문해서 미국에 북에 제공한 동일한 내용 USB를 제공했다. 제공하고 한반도신경제구상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동일한 내용의 USB를 볼턴 보좌관에게 전달한 것은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이 있을 경우 경협의 비전을 제시하는 목적의 자리였다는 점을 설명하고, 미국이 충분히 수긍했고, 미국도 긍정적 반응 보였고, 이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우리가 제공한 것과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 제공해서 아이패드로 북측에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USB 공개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 판단임을 전제로 “정상회담 차원에서 정상 간 논의의 보충자료로 제공한 자료를 공개한다는 것은 정상회담 관행이라든지 남북관계 전반 상황 비춰봐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USB 내용은 언젠가는 공개될 거다. 공개될 때 공개되는 것이지, 지금 공개하는 것은 제 개인 생각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것.

외교부 청사 인근 대우빌딩 사무실에서 국회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저로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