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지난 12월 1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늦게나마 4.27 판문점선언과 동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전단금지법, 미국에서 지지 못 받아...문 대통령 법안 서명 거부해야”, “한국, 인권 문제에 침묵...민주주의 다자 연합에서 소외될 수도” 등의 비판을 했다. 특히 미국 의회 산하 기구 ‘톰 랜토스(Thomas Lantos)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새 회기 시작 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방한한 미국 국무성 비건 부장관도 간접적으로 우리 정부에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의 일환인 국회 법안을 가지고 타국의 국회 산하기구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란 전 세계 인권문제를 다루는 미국의회 산하 기구로서 초당적인 기구이다. 미국 의회 산하 기구가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에 대한 청문회 개최 그리고 국무성의 문제 제기 나아가 국무부 관련 인권단체의 국내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등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국내문제 불간섭원칙

국가는 타국읙 국내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국내문제 불간섭원칙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이다. 국내문제 불간섭원칙에서 ‘국내문제’란 무엇이며, 금지된 ‘간섭’(intervention)이란 무엇인가 라는 두 가지 문제가 핵심이다.

첫째로, 국내문제(domestic affairs)란 국제법의 규율로부터 자유로운 영역, 즉 오로지 각 국가의 국내법의 규율에 맡겨진 법영역을 지칭한다. 예를 들면, 국제법의 국내법 도입방식,정부형태를 포함한 헌법상문제,이민정책, 국적부여, 외교정책수립 등이다. 국내문제와 국제문제 사이의 경계설정은 상대적이라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국내문제라도 국제법규율사항으로 되면, 국제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간섭'에 대하여서는 전통국제법은 세 가지 관습법규를 형성하였다. (1)국가는 타국국내 당국(입법,사법,행정)을 압박하기위하여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2)국가는 타국에 해로운 활동조직을 선동하거나 조직하거나 지원하여서는 안 되며, 3)국가는 타국에서 내란 발생시에 반란단체를 원조하지 말아야한다.

우선, 미국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렌토스 인권위원회'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라는 한국 국회 국내입법을 가지고 인권보호 시각에서 토의하고 청문회를 여는 것은 자유이다. 문제는 청문회에서 나온 특정한 결과를 한-미간 협정과 같은 객관적 국제법상 근거도 없이 한국정부의 주권의지에 반하게 '북한주민인권보호'라는 명분으로 수정 내지 그 관철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상 국내문제 간섭(intervention)이다.

미 국무성 관련단체의 자금 지원

둘째로, 미국 국무성과 연계된 미국 인권단체가 전단살포를 주도하는 한국내 탈북자단체를 수년전부터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단살포를 주도하는 극우 성향 탈북자단체는 남북한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을 실천하여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을 방해하고, 대북적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의 국무성 관련단체가 한국의 대복정책을 방해하는 탈북자 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인권은 보편적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인권도 모두 소중하고 동등하다. 그러므로 비무장지대 접경지역 134만 명의 주민들의 70년간 인간적 고통 경감도 반드시 챙겨야 할 인권이다. 실제로 우리는 적대적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서 북한으로부터 군사적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의 위협과 생계에 위협을 받는 실제 경험을 현재 겪고 있다.

최근 12월 8~11일 사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컬 의원이 12월 14일 성명을 통해 “이 법이 북한의 독재정권으로 인해 수백만명의 주민에게 부과된 잔인한 고립...”이라고 언급했다. 법안수정 요구 및 ‘한미동맹’ 가치 손상 등을 운운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있기에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관없다. 또 톰 렌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 개최도 문제없다. 다만 청문회의 결과를 한국정부 의지에 반해 강제적으로 관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법상 국내문제 간섭이다. 만약에 미국이 ‘대북전단금지법’이라는 대한민국의 국내입법인 법안을 수정요구 한다면, 이는 양국 간에 합의한 국제법상 근거 없이 행하는 대한민국 주권 간섭이자 주권 침해이다.

4.27 판문점선언 합의 위반

70년간 미-소 강대국의 기획된 분단국가로서 한반도 주민들이 격고 있는 인간적 고통은 절박하다. 남북한 양국 정부는 냉전체제가 만들어놓은 이 분단의 빙벽을 깨고, 남북한이 어럽게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실천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증진시키고자 한다. 한미동맹의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도 이 땅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대북 적대적 전단살포는 4.27 판문선언의 합의사항을 명백히 위반하고, 비무장일대에 명백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한다. 진정한 한미동맹은 분단국인 상대의 특수한 상황을 세세하게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한 예로 분단국가인 남북 간에는 인권(human rights)보다는 인적교류(human contacts)가 더욱 중요하다. 인권의 보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남북사이에 인권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대화의 두절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제적 차원에서 국제기구나 제3국이 북한의 인권을 논의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당사국인 남북한 간에는 우선 인적교류를 통해서 상호 접촉유지가 더 주요하다. 적대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통해서 남북 인적교류가 단절되는 것은 더욱 사태를 악화시킨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법률” 일부 개정안으로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골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행위 등 남북합의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반대자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과는 무관하다.

남북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제2조 1항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는 것을 통해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법률개정이다. 군사분계선 일대라는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특수한 지역에서 상대를 극한적으로 자극하는 적대성 대북전단살포를 미연에 막아 비무장지대 평화지대설치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서울시 한복판에서 행하는 대북 적대적 전단살포 행위는 표현의 자유로서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이러한 북한 적대행위가 비무장지대와 북한지역 안으로 적대적 전단과 물질이 들어가는 것은 4.27 판문점선언 합의를 위반하고, 남북관계에 치명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또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며, 헌법 제37조에서 국가안보,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허용되는 제한적 기본권이다. 이 전단살포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접경지역 일대에 남북교류가 모두 끊어지고 관광객이 오지 않아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지역 주민들이 생명의 안전과 생계에 큰 위협을 느낀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핵심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이라는 남북한 합의를 실천하는데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등한시하거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는 무관하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

혹자는 처벌형량을 두고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지적하지만, 북한의 무력적 대응을 야기할 정도의 대북전단 살포를 고려하면,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동법의 적용이 비무장지대 접경지에 한정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회 산하기구와 미국무성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수정을 한국정부에 요구한다면, 국제법상 간섭으로서 국제법 위반으로 본다. 또 미국 국무부 관련 기구가 대한민국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을 반대하는 극우성향의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상 간섭금지에 해당한다. 즉, 국가는 타국에 해로운 활동조직을 선동하거나 조직하거나 지원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국제법위반이다.

만약에 미국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공식으로 수정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한국정부는 미국 정부에 그 재고를 정중히, 그러면서도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연대 상임대표)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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