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북조선-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저자] 와다 하루끼 [옮김] 서동만 남기정
[출판사] 돌베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의 새책 {북조선-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가 번역·출판되었다. 이 책은 1998년 {北朝鮮-遊擊隊國家の現在}란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며, 번역본에 `보론-김정일 체제의 구조와 정치문화`와 `후기-현재의 북조선 체제`가 더해졌다. 와다는 이미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역사로서의 사회주의}, {한국전쟁}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연구성과를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이 책들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1차 자료 활용과 이를 기반으로 한 탁월한 분석력을 보여줌으로써 `자괴감`과 동시에 `지적 자극`을 준 바 있다.
 
이 책은 북한에 대한 본격 연구서이면서 동시에 통사로서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체 11장과 보론 및 후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만주항일무장투쟁 시기부터 현재까지 북한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그는 이 긴 시간의 길이를 압축하면서도 정확한 자료와 함축적인 문장으로 흥미롭게 이끌고 있다. 딱딱한 통사 북한교과서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없다. 또 이 책은 북한 정치사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수준을 높여줌과 동시에 김정일시대의 북한을 이해하는 새로운 인식틀도 제공하고 있다. 역시 그의 특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주목할만한 역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체제의 군사적 성격과 관련된 논의는 와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1980년대에 이른바 `유격대국가론`을 전개하여 북한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가 그리는 오늘 북한체제의 상은 `정규군국가`이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시대가 정착하면서 북한이 `유격대 국가`에서 `정규군 국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적인 논지가 바로 이것이다.
 
먼저 유격대국가론을 살펴보자. 와다는 유격대국가 모델을 `김일성이 유일한 최고사령관이고 인민 전체가 만주파화, 유격대원화한 국가`로 규정짓고 있다. 그는 우선 국가사회주의 체제(system)를 `공산당, 국가, 사회단체가 일체화하여 이루어진, 이 공적 주체가 정치·경제 일체를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로 규정한다. 또한 북한에서 유격대국가의 성립과정을 `1961년에 성립된 국가사회주의체제 위에 67년부터 이차적으로 구성된 구조물이며, 70년대에 들어와 그 위에 다양한 간판이 바뀌어 걸린 것`으로 본다. 1961년 경제의 사회주의적 개조와 만주파에 의한 당군 일체화가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성립시키고, 67년 갑산계 정리 이후 70년대의 영도예술과 72년 `사회주의헌법` 등이 확립되면서 유격대 국가가 완성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와다는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가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김일성 사후 공식 이데올로기 및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 분석을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와다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최고지도부가 군부지도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규군국가`에서는 유격대국가로부터 정치체제 수준에서의 제도적 통치 기반이 변화했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군대라는 물리적 폭력을 담당하는 거대한 군사조직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기존의 `유격대국가론`을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여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김일성 사후 본격적인 이론화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 북한이 정규군국가가 됨으로써 `당국가 체제`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검토 과제로 남는다. 즉 실제 북한 최고 지도부가 당, 정치국 등 이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군 수뇌부로 바뀌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당과 군 중 어느 조직이 우위에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체제 내 군대의 역할 변화와 사회적 차원에서의 군사국가화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기에도 정규군국가론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보다 단순화시키면 와다의 논지는 군의 권위 및 권한 진폭과 당의 위상간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군대의 역할과 그것의 사회와의 상호작용 전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실제 오늘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의 핵심은 군대의 부상 그 자체라기보다는 군사화한 담론이 사회 전체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군국가론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보다 완전한 북한체제의 성격 규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성격과 관련한 논쟁거리를 다시 제공한 와다의 노력과 정규군국가론의 유의미성은 중요한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와다의 `정규군국가론`에 한 단계 상승한 우리의 대답이 있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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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약력 및 저서

현재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학력 : 동국대 정치학 박사
박사논문 : "북한의 군사국가화에 관한 연구: 1950∼60년대를 중심으로", 2001
경력 : 현재 동국대 북한학과, 상지대 강사
저서 : 북한학 입문(공저, 2001), 통일·북한 핸드북(공저, 199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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