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오늘(21일) 정부의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문제와 관련,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당사로 방문한 홍순영 통일부장관의 협조요청에 대해 ▲`북한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경제적 채산성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한편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즉 기업이 장사를 잘못해 수지타산이 안맞은 사업에 정부가 지원을, 그것도 금강산 관광사업 초기에 `정경분리` 원칙을 세운 현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리에 어긋난다.

하지만 다른 한편 꼭 그래야만 하나 하는 생각도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과연 이렇게만 봐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는 따뜻한 `민족`이나 `민족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오직 `차가운` `상호주의`만이 묻어난다.

`북한이 변해야만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식의 이 총재의 대북관은 남북이 합의하고 전세계가 지지한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통일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각이 아니라 과거 냉전시대의 낡은 시각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못하다.

게다가 올해는 대통령선거의 해다. 대권 후보자들의 대북발언이 예년처럼 색깔론이나 정권적 차원에 치우칠 우려가 크다. 그래서 연초부터 현안이 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부터 그 성격과 관점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금강산 관광사업은 고 정주영 전 현대회장이 민간사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민간차원의 경제사업에서 민족차원의 평화사업으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평화적 가치는 지난 9.11미국테러사태 이후 전세계가 대테러전쟁으로 한층 분위기가 긴장되었을 때, 한반도에는 그나마 전쟁의 그림자조차 드리워지지 않은 것으로 여실히 증명된다.
 
또한, 오늘 정부의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이 발표나자마자 곧바로 북측에서 4월29일부터 6월29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아리랑축전` 기간에 북측이 남측 관광객에게 금강산-원산-평양의 육로를 개방하겠다는 제의를 남측에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짜고 친` 것 같지만, 그래도 남북이 오랜만에 장단이 맞으니 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민간차원의 해결을 넘어선 금강산 관광사업의 적자를 정부가 기업에 지원해 주고 그 기업이 북측에 진 빚을 갚고, 그 대가(?)로 남측 관광단이 북측에서 열릴 10만명 규모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 결합된 `아리랑`을 구경하러 갈 수만 있다면, 상호주의라도 이 정도의 `따뜻한` 상호주의는 괜찮지 않은가? 이야말로 남북이 함께 이기는 `윈-윈 게임`이지 않은가?

이제 그 출발이야 어떻든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는 남북문제의 현안으로 되어 버렸다. 남북문제는 긴장유지가 아닌 평화정착 속에서 또한 정권적 차원이 아닌 민족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 핵심에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가 놓여있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사업은 경제주의나 상호주의 차원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사업과 `윈-윈 정책`의 일환에서 봐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의 총재이자 일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한 정치인이 금강산문제를 놓고 `돈놓고 돈먹는` 식의 경제주의나 철지난 바닷가의 방갈로 같은 현정권의 실정(失政)으로 모는 것은 누가 봐도 좀스럽다.

이회창 총재가 끝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의 정부지원을 반대한다면 그래서 이 문제가 당파적이고 정권적 차원에서 함몰된다면, 이는 향후 이 총재의 정치역정에서 부메랑이 될지도 모른다.(끝)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