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이 장기 답보 상태에 있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권한 있는 대표를 임명하고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9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발표한 국제기구대사의 성명을 통해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됐는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권한 있는 협상 대표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미 간 공식 협상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 협상 이후 1년 가까이 전무한 상황이자, 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구체적인 징후도 현재로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VOA는 “미국 측의 이런 메시지가 원론적 차원인지, 향후 계획을 염두에 둔 것인지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북한 측 협상 상대의 ‘재량권’ 문제를 미국이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8월, 미국은 실무 협상을 총괄할 인물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했으며, 당시 비건 대표의 북측 상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1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웨덴에서 열린 미국과 남북한 협상 대표 회담에서였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북한이 외무성이 아닌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대사를 내보낸 것.

김혁철-비건 라인은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현지에서 수차례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정상회담은 결렬로 끝났다.

이후 비건 대표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주최한 대담에서 ‘권한 없는 상대’와 협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19년 6월 ‘김정은-트럼프’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 가까스로 열린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 협상에서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북측 대표로 나왔지만 양측은 6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실질적인 협상 없이 서로의 입장만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건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했고, 앞서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가 다시 북한 측 상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후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비건 부장관은 지난 7월 서울 방문 중 최선희에 대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VOA는 “이런 가운데 북미 협상이 재개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 측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자신 명의로 발표한 대미 담화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DVD를 갖고 싶다’고 말해 주목받았다면서, 이에 대해 앤드류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미국 측에서 누군가 평양에 온다면 상대는 내가 될 것이다” 혹은 “나를 미국으로 초대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고 VOA는 전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 국제기구대표부의 재키 월코트 대사는 16일 IAEA 이사회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 두기 위한 조치들을 거듭 취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는지 결정하고 권한 있는 대표를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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