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미중 간 패권 경쟁은 날로 최악의 길로 진전되고 있다. 최근 미 해군이 보유한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과 니미츠 항공모함이 남중국해 해역을 나란히 순항하였다. 거의 동시에 남중국해 해역에 중국 함대도 순항하였다. 

이런 미중 양측의 군사력 과시로 인해 우연히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미중 간 해군충돌이 불가피하게 되고 이런 위기를 잘못 관리하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을 우려한다. 남중국해 해역에서 미중 간 무력충돌이 불가피해지고 있어 불안하고 한국정부가 원하지 않은 미중 간 국지전에 휘말려 들어갈까 봐 대단히 우려스럽다. 

미국의 대중 봉쇄전략 구상: 인도 태평양 형 나토(NATO)

미중 간 패권경쟁 시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반 중국 전략구상이 점차 노골적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미국은 대중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들을 연합체로 묶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와 같은 '인도 태평양 판 나토'를 출범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네트워크화 된 대중국 연합체'를 처음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은 8월 26일 하와이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특별강연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네트워크 화된 대중국 연합체 구성'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보도되었다. 미국이 구상하는 대중국 연합체가 단순히 경제·통상 등의 분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 군사작전까지 염두에 둔 '집단안보체제' 차원임을 우회적으로 밝힌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8월 31일 '미·인도 전략적 동반자 포럼'에서 밝힌 내용에 보다 구체적으로 모습이 드러났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는 나토와 같은 수준의 협력체가 없다면서 "쿼드 4개국으로 작게 출발해 회원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정리하면, 미국의 '쿼드'(Quad·4각 안보협의체[미·인도·일·호주])를 확대하여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3국이 포함된 미국의 새로운 대중 연합체 구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나토 형 (NATO type)의 대중봉쇄전략 구상에 한국의 참여를 강요하고 압박하고 있어 현재 문재인 정부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일부 보수논객들이 동영상을 통해 미국 쪽에 줄 서는 것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의 참여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균형 외교를 잘못 이해하고 반대하는 이유는?

일부 논객들은 한국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 쪽에 줄을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신빙성 있는 근거가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균형 외교를 반대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요약 한다.

첫째, 균형 외교(balanced diplomacy)의 개념과 균형자(balancer) 외교의 의미를 이해 못하거나 이 두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두 개념은 아주 다르다. 일부 논객들이 두 개념을 구별하지 않고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균형 외교 개념을 잘 이해한다면 오해나 편견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부 논객들이 문재인 정부가 균형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미 친중 외교를 한다고 맹렬히 비난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일부 논객들이 근거 없는 주장만 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주장은 대한민국의 국익신장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셋째, 일각에서 한국정부가 균형 외교를 추진하지 말고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승리하는 나라에 줄 서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지금 미중 패권경쟁에 승자는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에 줄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균형 외교와 미중 패권시대에 미국이나 중국에 어느 편에 줄 서는 것은 다른 개념인데 균형 외교를 지양하고 미국 쪽에 줄을 서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인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미중 패권시대에 미국이나 중국 편, 어느 편에도 줄을 설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오직 장기적인 국가이익 차원에서 균형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이 바람직하다.

넷째, 일부 논객들이 19세기 구한말 한반도 정세와 21세기 4차 산업 혁명시대의 한반도 정세를 혼돈해서 비유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현재 한반도는 75년간 분단 역사를 가지고 있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고 한국은 OECD 회원국이자 중견국가라는 현실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런 비유나 비교는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이런 논리 전개는 잘못된 역사관이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하고 국민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필자의 주장은 한국정부의 균형 외교는 한미동맹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앞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현 한국정부가 반미 친중 외교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균형 외교는 친미 친중 외교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전략은 대한민국이 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 때문에 국가이익 차원에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기조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이해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므로 국익 차원에서 한국정부는 절대로 어느 편에 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상으로 균형 외교를 반대하는 논객들의 잘못된 인식과 오류에 대해 지적하였다.

균형 외교의 성공사례: 베트남과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그러면 균형 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베트남과 키르기스스탄의 사례가 한국정부의 외교에 시사점을 주고 있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베트남은 미국의 대중연합체에 이미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2020년 6월 26일 화상으로 열린 제36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을 주재한 응웬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국익을 위해 베트남과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를 해 나가겠다고 이미 선언하였다. 

키르기스스탄의 균형 외교는 살아있는 사례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안보 유지를 위해 러시아 및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시킴과 동시에 서방국가 미국과 EU국가 등 그리고 중국, 터키 등과의 상호우호협력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등 실리적인 균형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아탐바예프 대통령 집권 후 정치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의 영향권 내로 확실히 편입되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약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여 균형 외교를 통한 국익을 신장하고 있으며 균형 외교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왜 균형외교를 해야 하나

그러면 한국정부가 미중 간 패권경쟁시대에 균형 외교를 해야 할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한반도는 지정학적 숙명으로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미중 패권경쟁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냉정하게 실리적이고 국가이익 차원에서 초이념적/초동맹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필자의 구상은 이미 칼럼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간략하게 미중 간 패권사이에 한국이 대중봉쇄 전략연합체에 참여하는 것은 장기적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둘째, 한중 상호간 경제의존도가 높아 경제적으로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유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도 상호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향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미국의 역할에 못지않게 핵심적이다. 앞으로 미·중·남북 4자간 긴밀한 협력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한국정부가 미국에 줄을 서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셋째,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군사안보(military security)와 동등하게 인간안보 특히 군사안보에 못지않게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는 국민의 행복한 삶과 번영을 위해 보호해야 할 핵심 이익이다. 한반도는 75년 간 남과 북이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중·러·일 4강에 둘러싸여 살아 왔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대한민국은 어느 한쪽 강대국에 줄을 설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이기 때문에 한국정부의 선택은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균형 외교를 통한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신장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의 향후 정책은 한마디로 "균형 외교"(balanced diplomacy)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정책방향은 일부 논객들이 주장하는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정부는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균형 외교가 가장 현명한 정책 선택인 것이다. 

한반도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여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미국이 자기 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로 국익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하여 균형 외교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한국정부는 당연히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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