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북의 사상과 정치) 정치학 박사, <수령국가> 저자,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기대가 컸다. 통일노선을 자기 노선으로 갖고 있던 전대협 의장 출신에다 4선의 중진의원, 거기다가 직전 집권 여당 원내대표까지 역임했으니 이제는 통일부가 뭔가 좀 달라지겠지, 뭔가 좀 변화가 있겠지, 남북관계에 뭔가 숨통이 좀 트이겠지 등등 그러한 기대가 정말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를 알았는지 장관도 나름 열심히 노력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취임 한 달여가 지났으나 기대는 난망으로 바뀌는 듯하다. 

그 중심에 해법의 번지수를 잘못 짚은 원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물론 아직까지 여기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좀 더 기다려 보자는 말도 서슴없이 꺼낸다. 여전히 기대를 못 버리는 여운이다. 

그렇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지금 안고 있는 이인영의 통일부는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잘못 짚은 해법의 번지수에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크게 2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취임과 함께 교착되어있는 남북의 판을 흔들지 못한 것이다. 

즉, 취임과 함께 장관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이 교착되어 있는 판을 흔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기껏 생각해낸 것이 인도적 지원단체의 장이나, 사업체 CEO로써 자기 역할을 자임한 자충수였다.  

또 다른 하나는, 여전히 지금까지 실천적으로 정신 못 차리고, 번지수도 잘못 짚고 있는 실체적 징표이다.

크게 세 가지가 이를 증명해 준다. 

첫째는, 통일부가 참으로 맥없이 무너진 것이 그 첫째이다. 

아시다시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취지는 북의 핵 문제를 푸는데 있다. 그래서 결의안 원문에도 ‘resoluti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해서 결의안 그 자체의 정신은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핵 문제를 풀어내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통일부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그 ‘작은 교역’은 유엔 안보리 정신을 절대적으로 위배하지도, 벗어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물물교환 방식의 교류 협력사업은 유엔에서 문제를 삼았던 ‘벌크 캐시’ 문제에 전혀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제재의 목적이었던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데 전용될 위험성이 전혀 없다는 말과도 동의어다.(이 접근법도 맞는 것이 아니지만, 설령 유엔 정신을 수용한다하더라도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니 통일부는 유엔과 미국의 강압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유엔과 미국에게 ‘대북 제제 결의안’ 정신을 지키라고 외교적 노력을 했어야 했고, 우리 국민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그 홍보를 다각적으로 해내었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그런 노력은 전혀 없이, 덜커덩 미국의 한마디에(그것도 대북 제재 전문 변호사의 발언 한마디 포함), 또 국가정보원의 ‘친미적’ 판단에만 맡겨 너무나도 허망하게 ‘없었던 일’로 한, 통일부의 무기력 그 자체에 다름 아니다. 

둘째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28일 통일부 장관실에서 금강산 기업인들과 면담을 하면서 밝힌 "개별관광의 형태를 통해서라도 금강산 사업이 재개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놓으려고 한다"이다.

결론적으로 이 발언이 갖는 문제점은 관광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관점)이 북의 의도하고도 전혀 맞지 않으며, 또 지난 김연철 장관이 추진하려 했던 그 ‘잘못된’ 접근방식에서 단 1mm 오차도 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북은 관광이 재개되고 안 되고 그 자체에 대한 결과보다는, 관광 재개를 통해 반드시 회복되어야 할 민족공조적 관점을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더 중시해서 보고 있는데도 여기에 대한 시그널을 전혀 보내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그 결과 이인영의 통일부는 여전히 두 정상의 합의정신과 공동선언에 맞게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려 하기보다는 어찌됐든 ‘모로 가더라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개별’관광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북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혀 합의정신과 공동선언에 맞게 문제를 풀려는 기대 반영이 아니다.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남과 북, 즉 민족 내부의 문제인데, 이를 마치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미국에게 ‘뭔가 우리가 잘못했으니’ 우리가 죄지은 사람 마냥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개별관광) 내에서 그 문제를 풀려는 대한민국 정부를 전혀 신뢰할 수 없음이다.  

이렇듯 문제의 본질은 관광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풀려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 문제에 있다. 그러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과연 이인영 장관이 북의 그러한 메시지를 읽을 정치적 감각이 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북의 그러한 메시지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그냥 ‘나는 (엄청) 노력하고 있다’, 그런 메시지를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를 하고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자라면 무능함을 드러내서 문제이고, 후자라면 통일부장관이라는 직보다는 ‘정치인’ 이인영을 드러내 보이고 있어 문제이다. 

세 번째는, 9월 2일 추석을 앞두고 정치인 출신답게 타이밍을 잘 잡아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 간절... 北이 마음먹으면 장비 전달"이라고 밝힌 데서 확인되듯이 ‘잘못된’ 번지수 인식에 있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이 안 되는 것이 그 어찌 ‘장비 문제’이겠는가? 또한 이산가족 상봉이 안 된 것이 어찌 북의 잘못이란 말이겠는가?

그런데도 잘못한 북의 결단을 압박하는 것 같은(‘평양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뉘앙스가 그 인식의 한 단면이다. 즉, 장관의 이 워딩은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절실히 바라는데, 마치 북이 호응하지 않아 이산가족 상봉이 안 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의 한 단면이 노출되어 전형적인 ‘내로남불’ 인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접근법으로는 절대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풀려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질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이산가족 문제가 풀려지지 않는 것은 9.19공동선언을 합의해놓고도 이를 전혀 이행해내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탓이 크다. 

미국 핑계만 대면서 정상의 합의도 못 지켜내는 우리 정부를 향해 전혀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근원이 자신(문재인 정부)에 있고, 그 지점에 대해 주무부서의 장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하건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정직하지 않은 장관의 모습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북을 악마화 하는 프레임에 동조한다. 아니라면 이런 시각이 맞는 것이다. 

북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 두 정상이 그렇게 어렵사리 합의해냈음에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한 발짝도 이행해나가지 못한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해서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합의서 이행을 위해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70여 년간 헤어진 혈육의 정을 반드시 다시 잇게 하겠다. 그러니 북도 혜량하여 조금만 시간을 내어 기다려 달라. 그러면 반드시 그 길을 열어 내겠다. 북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과 유감을 표한다.” 뭐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메시지를 담으려면 그 정도는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도 분명하다. 남북관계는 그 대상이 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남쪽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가 될 수 없다. 즉, 북을 마치 남측에서 정치하듯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산가족 문제를 마치 정치적, 혹은 정략적으로 활용해 북이 호응해오지 않아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둔갑시켜 모든 행위의 잘못을 북에게만 전가시키려 하는 그런 행위야말로 정말 정직하지 못한 장관의 모습이다. 

자꾸만 그렇게 북을 악마화해 놓고, 어떻게 북의 실체적 진실에 우리 국민들이 접근하길 바라는가? 과거 정부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해서 이인영 장관께 정말 고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북에게만 있는, 즉 북을 악마화 하는 프레임 유혹에서 벗어나 그 방법론도 ‘작은 교역’과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접근, 금강산 관광과 같은 교류협력 추진이 지금의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가 절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지금의 시기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혹은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변화를 통해 큰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그런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데 착목해야 한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러한 방법론에 환상을 가져 빠져나올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건 무식하거나, 아집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기 이전이라면 그러한 접근법이 일정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시간을 이미 훨씬 넘어서 버렸다. 

철저하게 철지난 방법론에 불과하다.(그러한 방법론으로 백날 문을 두드려봐야 북은 절대 호응 해오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근본문제, 남북합의문 이행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하시라. 그 근본문제 매듭이 풀려지지 않는다면 절대 다른 매듭도 풀려지지 않음을 명심하시라.

그리고 그 매듭을 풀려면 이인영 장관은 ‘정치인’ 이인영에서 통일부 장관의 ‘이인영’이 되어야 한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써서라도 성사시키려고만 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라, 또한 모든 대북사업 하나 하나를 정치적 이벤트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맞잡아야 할 상대인 북에게 그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에 대해 진정성 있게 대해주고, 공동선언을 이행하려는 실천적 진정성에 ‘신뢰’를 더하시라. 

이름하여 민족공조의 관점에 철저히 서시라. 오직 그것만이 지금 이 파국 직전의 남북관계를 풀어낼 수 있다. 꼭 명심해주길 바란다. 

첩경은 다시 한 번 ‘북이 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지’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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