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인간의 정신 상태에서부터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아직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대재앙은 특별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과거 약소국들에 자행했던 온갖 분열, 분할, 수탈, 패권, 식민 통치에 대해 반성하고 동시에 값진 교훈은 터득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교훈은커녕, 되레 제국주의와 패권주의 근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꼴을 보이고 있다.

무슨 사연인지 지구상에서 미국이 유일하게 가장 모질고 잔인한 코로나 희생을 치르고 있다. 감염자는 근 600만 명에, 사망자가 20만 명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12월까지 미국 사망자는 30만 명을 초과할 것이란다. 미국은 코로나 떼죽음, 인종 갈등, 경제 파탄이라는 3중고를 치르고 있다. 그간 쌓이고 쌓였던 사회적 불평불만이 인종갈등 소요를 계기로 전국적 규모의 폭력으로 발전돼 방화 약탈이 도시마다 자행됐다. 경찰병력으론 역부족이라 군대가 동원됐고 심지어 특수부대까지 동원됐다. 당장은 잠복해서 고요한 것 같으나,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알 길이 없다. 이번 전국적 폭동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가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대선후보인 트럼프나 바이든은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 대재앙에서 인류를 위해 뭔가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 것은 미국은 물론 전 인류에게 큰 불행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생사람 때려잡는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자하면서, 인류를 괴멸시키는 악성 바이러스 예방 연구 투자에는 인색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옳다. 초강대국 지도자라면, 먼저 전 인류 앞에 머리 숙여 사과를 하고 밝은 미래를 약속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세계적 지도자의 자격을 갖는 것이다. 코로나는 세계 경제를 완전히 거덜내고 있다. 기근이 닥친다. 떼죽음이다. 선진국들은 말이 없다.

사실상 지구촌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지상 최대의 위기를 앞에 놓고 초강대국 미국은 세계를 편가르기 하고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고 있다. 실은 미국 자신도 편이 갈려 죽이고 살리는 개판이 연출되고 있다. 아마도 11월 대선결과에 대한 시비는 화약냄새와 피가 뒤범벅이 되는 비극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전쟁을 벌이면 집권당에 유리하다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 대재앙 때문에 쉽지 않다. 미중 간 대결이 심상하지 않다. 경제적 군사적 대결로선 만족할 수 없는 대선전략이라 판단되면 전선을 더 확대해 북한-중국을 싸잡아 묶어 전쟁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미 대결 수위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면 평양이 새 첨단무기를 돌연 쏘거나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 중미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미국 경제의 심각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의 조급함, 다급함이 엿보이는 저질의 대선전략이다.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야 한다고 시비질을 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나물에 그밥”인 셈이다. 그래도 트럼프는 3번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한 유일한 미 지도자다. 전임자들과 차별화된다. 우리 동포들이 환호 지지했던 이유다. 허나 그도 클린턴(제네바 북미합의서)과 부시(9.19조미공동선언)와 같이 호전광 우익 네오콘 반대세력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샌더스가 지명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을 택한 것은 개혁, 진보, 변화를 거부하고 비틀거리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안주하려는 자세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게 바로 미국민의 수준이라 하겠다. 모든 미국 여론조사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사실, 그의 대선 실패는 곧 지옥행을 뜻한다. 중국을 족치고 물고 뜯는 대선전략은 기존 자기 세력 결집 효과밖에 없다. 열세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판사판인데, 뭔가 좀 큼직한 모험을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말이다.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 정신을 왜 다시 발휘하지 못할까. 이미 늦은 감이 있긴 하나 그래도 트럼프의 남아다운 배짱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을 걸 어쩌나.

코로나 척결과 백신 개발에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고 세계 평화 번영을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앞장선다면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재선 승리에 노벨평화상까지 목에 걸면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경천동지(驚天動地)로 들끓을 것이다. 인류역사에 가장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로 아로새겨질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 한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장부가 아니라 졸부에 불과하다고 밖에 달리 볼 도리가 없다. 볼턴을 내쫓았지만, 그와 별반 차이가 없는 강성 호전 우익보수 참모들이 트럼프 주변에 포진돼 있는 자체가 애초부터 문제라고 지적된다. 하긴 청와대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친미통일외교안보 보좌진도 문제이긴 하다.

청와대를 에워싼 참모진은 친미까진 나무랄 게 없지만, 미국 추종 일변도 정책을 입안 실천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문제다. 작금 남북, 북미 관계 답보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다. 한결같이 쭉정이만 남은 ‘한미동맹’ 또는 한물 간 ‘안보’를 들먹이면서 미국과 의견 대립이나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들 주장에 동조 지지하는 세력일수록 미국 학위 취득자다. 참 신기하고 요상한 일이다. 이들의 주장 속에는 하나같이 우리의 존재나 자주는 보이질 않고 미국의 주장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오죽했으면 트럼프가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한국은 아무것도 못해”라고 했을까.

누가 차기 집권자가 돼도 북미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오래 갈 수 없다. 핵보유국 간 적대관계는 미국 안보에 절대 위협이기 때문에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승리하면 제재 대결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한다. 허나 평양이 ‘힘의 균형’을 선언한 2017년 말부터 사정이 확 달라졌다. 핵심 관건은 우리가, 우리 겨레가 힘을 합쳐 자주성을 쟁취하느냐 못하느냐다. 이제는 해내외 동포들이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자주, 평화, 번영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한미합동훈련 영구 중단, ‘판문점선언’ 즉각 이행,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이 시급하다고 외친다. 무엇보다 남북 관계 발전이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걸 강조한다. 좋은 징조다, 자주의 깃발을 휘날리며 모든 장애물을 걷어차고 자주를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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