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 6·15합창단 단원

 

▲ 경의중앙선 국수역에서 모여 출발한 6.15산악회 회원들이 청계산 초입에서. [사진제공-6.15산악회]

6·15합창단 활동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많지만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픈 한 가지가 바로 합창단과 늘 함께하는 6·15산악회(회장 권오헌)의 산행이다. 평소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이 다인지라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산행은 지친 일상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참여를 다짐하지만, 전날 얻어걸리는 술자리의 유혹에 매번 카운터펀치를 얻어맞고 결석하기가 일쑤... 제발 좀 정신 차리고 살자! 다짐만 오백만 번째 하다 오늘은 드디어 출정의 깃발을 올렸다.

역시나 전날 늦은 술자리로 온전치 못한 심신이었지만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거창한 명분으로 나를 다독이고 산행 약속장소인 국수역에 도착해보니 같은 전철을 타고 온 회원들이 대부분이어서 대열 정비는 간단히 끝내고 추가 합류키로 한 일행을 잠시 기다렸다.

6·15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래곤 형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캠핑용 다목적 그릇을 선물로 회원들에게 나눠주어 모두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가방에 챙겨 넣고 대기할 때, 박희성 선생님께서 산행에 필수인, 사랑 가득 담은 사탕을 모두에게 한 움큼씩 나눠주셨다. 선생님께선 늘 당을 보충하라며 사탕을 챙기신다. 고맙기 그지없다. 말학 후배인 내가 챙겨야 할 것인데... 한 알을 까서 입에 넣으니 달콤하기가 천상 왕꿀 맛이다. 언제나 얻어먹는 게 젤 맛있다.

드뎌 출발~ 높은 산이 아니라 해서 편한 마음으로, 발걸음 가볍게 일행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 초입에 산행길을 표시한 안내 표지판이 있어 그곳에서 김영승 선생님께서 멋진 한 컷을 담아 주셨다. 장기수 선생님들께선 모두들 하나같이 멋지게 즐기며 사시는 것 같다, 배워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쉬엄쉬엄 오르는 산행이지만 전날 마구 달린 술자리의 후유증으로 발이 천근만근이다. 그렇다 해도 내색은 못 한다. 저만치 앞에 무거운 카메라를 걸치고 쉼 없이 걷고 계신 김영승 선생님이 계신다. 박희성 선생님께서도 강단 있는 걸음걸이로 앞 대열에 스셨다. 어디서 엄살을...

중턱에서 간단히 막걸리 한잔 나눠 마시고 산행을 재촉했다. 새벽까지 술을 들이켜 놓고도 또 술이 들어간다. 이게 산행의 맛이니까. 오르는 만큼 땀범벅이 되어 안경을 쓰고 있어도 뵈는 게 하나도 없다. 숨도 가쁘고. 그러나 누구 하나 찡그림 없이 담소 속에 산행을 즐기며 가고 있다. 정말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멋있다.

▲ 청계산 형제봉에 올라 단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형제봉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동서남북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내 조국 강산도 못 가본 곳이 이리 많은데 해외여행이 왠말이냐~ 남한강 유역이 고층 아파트와 푸른 숲 높은 바위와 버무려져 멋진 화폭이 되었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 유구무언이다.

▲ 형제봉에서 즐거운 점심식사 시간을 가진 6.15산악회 회원들. [사진제공-6.15산악회]

식사시간이다. 모두 각자 산행을 위해 싸온 음식들을 돗자리 위에 펼쳐 놓는다. 항상 바리바리 싸 와서 회원들에게 감당 못할 배부름을 선사하는 진덕이 배낭이 젤 많이 쏟아내고 있다. 진덕인 이때만 젤 이쁘다. 오늘 깜짝 메뉴가 등장했다. 세상에~~~~ 통일뉴스 김익흥 대장님이 새벽같이 시장에 가서 사왔다는 문어가 먹음직스럽게 찬통에 담겨져 왔다. 어찌나 깔끔하고 맛있게 손질해 오셨는지 새삼 달리 보인다. 멋있어 보이면 안 되는데... 그냥 멋있다. 젓가락도 필요 없다. 그냥 손으로 주섬주섬 초장 찍어 입으로 직행했다. 산 정상에서 먹는 점심도 꿀맛인데 문어라니... 익흥 형님에게 하트 열 개 쐈다.

식사 후 청계산 정상 다녀올 사람과 남아서 대기할 사람으로 나눴고 나는 청계산행 조에 합류해 속도전으로 내달렸다. 미쳤지... 얼마 못가 숨쉬기도 버겁고 다리는 억만근이 되었다. 짐도 다 벗어두고 맨몸인데도 어제의 술이 과하긴 과했나 보다. 진덕인 생각보다 산을 잘 타고 있다. 역시 깡순이.

기어이 청계산 정상에 올랐다. 사방이 멀티스크린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좀 전 형제봉에서 본 경치보다 몇 곱절 아름답다. 강줄기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나뉘는 두물머리로부터 좌우로 펼쳐져 양평을 에워싸고 흐르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봉우리들이 아늑함과 함께 절경을 선사한다. 이 맛에 정상에 오르는 것이지.

▲ “주한미군철수” 기치를 새긴 펼침막을 들고 결의를 다졌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주한미군철수” 기치 새긴 플래카드 들고 모두 개별 기념촬영으로 트럼프에게 우리의 의기를 전달하였고, 산 정상에 바로 붙어 있는 간이주막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씩 들이켰다. 뭘 마셔도 꿀맛이겠지만 진짜 맛있다. 구수하게 볶은 멸치와 함께 곁들인 막걸리.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먹고 싶다.

▲ 이종문 6.15합창단 산악대장이 산상강연 순서로 간단하게 정세를 설명하며 일정을 공유하였다. [사진제공-6.15산악회]

형제봉에 집결해 6·15산악회의 백미인 산상강연을 열었다. 오늘은 국제정세를 한눈에 꿰고 있는 류경완 형님도 아니고 객원으로 초빙된 명사도 아니지만, 산행 이후 진행될 진보단체들 및 장기수 선생님들에 대한 일정 공유를 통해 모두가 함께 가고자 한, 이종문 형의 담백한 설명이 모두에게 각인되는 시간이었다. 한시도 민중진보 대열에서 벗어나 있으면 안 된다. 미아가 된다.

▲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와 기념관 앞에서.[사진제공-6.15산악회]

내려오는 하산길에 몽양 여운형 선생 생가에 들러 잠시 잊고 있었던 참혹했던 일제 강점기 및 해방 이후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던 해방정국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신의 안위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살다 가신 수많은 애국지사들, 의병들, 독립군들, 그들과 함께 매 순간 싸웠던 우리 민중들의 삶을 음미하고 곱씹어 나 역시 보다 더 진실된 삶을 살 것을 다짐해 보았다. 작심삼일이라도 갔으면 좋겠다.

맛있는 미나리전에 막걸리, 시원한 콩국수로 뒤풀이까지 마치니 온몸이 나른해진다. 몸은 지쳤으나 찌든 머릿속을 비우고 닫힌 마음을 열고 지난 역사를 곱씹어 다짐으로 자신을 다잡으니 커다란 보물을 가득 얻어 들고 가는 기분이다.

산은, 자연은 사람 곁을 떠나 본 적이 없다. 멀리한 적도 없다. 배척한 적도 없다. 우리가 다가서지 못한 것일 뿐. 오늘 얻어가는 이 깨달음과 배움이 내 삶에서 오롯이 피어나기를 고대하며 다음 산행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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