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 이상 다른 말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순간을 향해 말하노니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면  
네가 나를 사슬로 친친 묶어도 좋다 
나는 기꺼이 멸망해 주마  
장송의 종이 울려 퍼지고 
너는 종자의 임무로부터 해방된다 
시계는 멈추고 바늘은 떨어진다  
나의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 -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는 장면이다. 

 첫 장면에서 파우스트 박사는 탄식한다. ‘나는 철학과 법학, 의학, 신학까지 연구했다. 무엇이 가장 깊은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지 인식하고 그 근원을 관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만 깨닫게 되었구나.’

 이때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로지 영원한 것은 저 생명의 나무이다.” 파우스트는 이 말을 듣고는 악마의 유혹에 기꺼이 제 영혼을 맡기게 된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가 가진 마법의 힘을 빌려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게 된다. 순결한 소녀 그레트헨과 신화 속의 미녀 헬레나와도 사랑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폭력과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다. 

 잿빛 이론의 밖으로 나와 ‘진흙의 세계’에서 여러 과오를 범했던 파우스트. 그는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하고 외치고, 메피스토펠레스는 계약대로 지옥으로 그의 영혼을 앗아가려 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실수하는 법이다.” 

 하지만 곧이어 천사의 합창 소리가 울려오고 천사들은 파우스트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   

 파우스트는 결국 진흙에서 연꽃을 피운 것이다. 악마에 의해 경험한 세계의 여정은 파멸이 아니고 그를 통해 자기실현을 하게 된 것이다. 

 파우스트는 모든 고통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며 전 인류의 자아로 넓혀간 것이다. 전체 인격은 자신의 자아를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악을 행하는 악마였지만 도리어 파우스트에게 선을 이룩하게 한 힘이었던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그림자였다.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는 의식이 수용할 때 자아는 더 큰 자아로 확장한다.  

 휴가철이다. 코로나 19의 팬데믹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파우스트처럼 일상을 뛰어넘는 어떠한 근원적인 것에 목마른 것이다. 영원한 것은 생명의 나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죽음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하지만 그러다 코로나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되면 그들은 파우스트처럼 구원을 받게 될까?

 그들은 파우스트처럼 온갖 이전투구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인류의 자아로 넓혀 갔을까? 오히려 점점 모래알처럼 잘디잘게 쪼개어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티끌처럼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그들의 외침은 티끌이 되어 허공으로 날아가는 먼지들의 비명이 아닐까? 

 인디언들은 죽음에 이르러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임을 안다. 


 모든 생명들이 나와 조화를 이루고
 모든 소리가 내 안에서 합창을 하고
 모든 아름다움이 내 눈에 녹아들고
 오늘은 죽기 좋은 날
 ......
 ......
 오늘이 아니면 언제 떠나겠는가 

( - 낸시 우드의 ‘오늘은 죽기 좋은날’ 중에서 )


 누구나 구원을 받았던 인디언들이 부럽다. 

 우리는 파우스트처럼 진흙의 늪에 빠졌다. 연꽃을 피우느냐 발버둥을 치다 진흙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사라지느냐는 오로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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