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의 비밀(秘密)

이지러진 세상(世上)엔 무력(無力)

 

3월 31일(금요일) 맑은 날씨

 

자물쇠에는 풀 수 없는 숱한 수수께끼가 담겨있다.

백환짜리에서부터 2천환짜리까지 여러 종류 중에서 사가는 사람도 여러 층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팔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50종 - 이렇게 많은 중에서 오늘 팔린 것들은 그 대부분이 2백환짜리아니면 3백환짜리들뿐이었다. 억센 손으로 잡아 당기면 부수어질 그 연약한 자물쇠들을 사다가 어디에 다 쓰는 것일까?

세상이 이지러진 판에 도둑을 막으려는 것일까? 도둑을 막으려면 그까짓 열쇠로는 아무래도 막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 따위 열쇠는 웬만한 도둑들이 다가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세상이다.

육중한 철문에 주먹만 한 쇠를 잠그고 담벽에는 철조망으로 온통 「바리케이트」모양 친 데다가 번견(番犬)을 풀어 놓은 굉장한 저택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파는 자물쇠 따위는 아무래도 쓸모없으리...

그러나 내가 파는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이면 고작해야 서민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들이 집을 비우고 나갔을 때 도둑이 들어도 가져갈 신통한 물건이 없는 사람들이니 명색만의 「쇠」를 잠그는 사람들뿐이리...

가난을 터는 가난한 도둑 - 괘씸하기 짝 없다. 왜 이다지도 강도가 성하는 세상이 되었을까? 오늘도 신문에 강도사건이 몇 곳에서나 일어났다. 날치기, 들치기, 좀도둑, 매일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물고 뜯고 때리고 죽이고 빼앗고 - 잠시라도 마음을 늦추면 알몸 뚱아리 밖에 안남을 몹쓸 세상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백성이나 위정자는 함께 내 나라를 위해 가슴에 칼을 앉고 자성해야할 부대낌 속의 세태이다.

정의가 뭐고 힘이 뭐고 감투가 뭐고 정치가 뭐든지 간에 나는 아랑곳없다.

나는 내가 파는 「쇠」를 더욱 좋은 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의 그 조그만 재물이라도 못 털어가도록 힘써야겠다. 내일도 또 내일도...

 

김인태 

을지로 5가(乙支路 五가)

▲ 거리의 초상(肖像) (3) [민족일보 이미지]

< 민족일보> 1961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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