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 언론사회학 박사

 

32(최종회). 문재인 정부의 국보법과 한미동맹의 비정상 정상화 시급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미래의 침략 전쟁 포석, 남북 공동대처 방안 강구해야 

 

한반도 대내외 정세가 급변하고 요동친다. 한반도 비핵화, 북한 비핵화에 이어 한반도의 평화체제, 남한의 군사주권 회복과 같은 문제들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될 것이다. 세계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한반도 비핵화가 어디로 갈지 속단키는 어렵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목적 달성까지 최소 2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막힘없는 상상력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외를 지배하고 있는 한반도 관련 고정관념이나 평화통일 세력이 갇혀 있는 프레임이 심각하다. 그것은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과 불평등한 한미동맹관계다. 

이승만 정권시대부터 국가보안법과 한미군사동맹에 재갈이 물린 처량한 모습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 동조를 처벌하는 국보법 7조와 미군의 한국 주둔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족쇄에 짓눌린 상태다. 국보법이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해왔고 한미군사동맹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결정을 여러 차례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 추진을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쇠말뚝인 국보법과 주한미군 사례를 살펴보자. 

국보법을 보면, 북한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가 매우 좁고 옹색하다. 물론 통치권 차원이라는 면에서 정부의 대북 접촉은 허용되지만 일반 국민의 경우는 항상 ‘고무찬양 또는 동조’로 처벌될 것을 염려해야한다. 평화통일 노력은 공동체 전원의 참여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이법은 중대한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극찬하는 트윗을 날리거나 발언하면서 북 비핵화에 부정적인 미국은 물론 세계적 여론을 제압하면서 주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다 말조심, 글 조심을 한다. 남북이 교류협력 단계로 가야한다면서도 국보법이 존속하는 한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서 이 법이 개폐되도록 하는 노력까지는 가지 않는다. 물론 국회가 적폐의 온상처럼 되어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촛불혁명의 여운이 아직도 다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할 말은 해야 하고 행동도 삼가서는 안 된다. 북의 비핵화 주장의 동기나 그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 등이 활발치 않은 것도 국보법 탓이 크다.

국보법을 수구세력이 종북몰이에 악용하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밝힌 남북 교류 노력에 대한 견해를 보면 분단 기생세력의 견해가 어떤 것인가가 드러난다. 그는 2018년 3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특사단이 가져온 남북회담 합의문은 위장평화 공세로 문재인 정권은 나중에 통치행위가 아닌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를 자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라고 원색 비난했다. 이런 색깔 공세는 국보법에 두 발을 딛고 하는 것으로 일반 국민들을 겁박하고 수구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다. 이승만이 깔아놓은, 사상의 자유조차 억압하고 남북평화통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악법 국보법이 21세기에서도 심각한 독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다.

국보법이 적용되는 범위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는 그 사례가 수도 없지만 평창올림픽에서 등장한 이른바 ‘김일성 가면’을 예로 들어보자. ‘김일성 가면’이 사실일 경우에 대해 <법률방송>은 2018년 2월 12일 “그것은 이적 표현에 해당해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에 해당하며 현장에서 그것을 본 사람들과 이를 중계한 방송사 관계자들, 해당 영상을 퍼 나른 사람들 모두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죄 위반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남북 교류를 활성화한다 해도 국보법이 유지되는 한 그것은 대단히 제한적인, 그러면서 수구세력에 의해 언제든 깨질 유리그릇과 같은 그런 형국을 면키 어렵다. 국보법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평화통일의 파트너로 삼아 미래를 구상하는 작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미래학은 국가단위로 설계되는데 남측에 이 학문이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가 바로 이 국보법 때문이다. 국보법은 북을 해치기보다 남측 내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독버섯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합의에 대해 국회비준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6.15선언과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이 국보법의 장벽에 막혀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세계인권선언에 반하는 국보법이 지배해 온 지난 70년 동안 양심과 언론 자유, 민주주의는 처참하게 유린돼왔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961년~2008년 2월까지 1만 400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는 매년 298건이 기소된 것으로 거의 매일 한 건 꼴로 국보법 위반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남한의 위상은 추악하게 일그러지면서 후진국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다.

강대국들은 국보법의 그늘 속에서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에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속셈을 펴고 있다는 점, 정전협정과 사드 문제에 내재된 강대국간 이기주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내포된 심각한 한일 충돌 가능성 등을 경계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야만적인 국가이기주의가 독기를 뿜고 있어 자칫 하다가는 강대국의 노리개로 전락한다.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이 바로 이런 경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자주성을 상실할 경우 국가 단위 공동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 주목할 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같은 미래의 전쟁을 예비하는 행위는 인류 전체의 이름으로 규탄되어야 한다. 나아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탁월한 대북 정책 개발 등을 위해 상상의 자유에 족쇄를 채운 국보법 철폐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본이 미일안보조약을 앞세워 미래의 한반도를 침략할 경우 남북한이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상상력이 허용되는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 국보법을 당장 없애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남북이 유엔에 가입되어 있어 각각 독자적 국가라는 국제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국보법에 따른 불법 집단으로 규정한 논거를 바탕으로 분단 문제를 접근하고 있고 국제 사회에서 이런 점이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법과 충돌하는 국내법이 대외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그에 따라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냉정한 접근이 절실하다.

정부는 유엔 등이 악법으로 규정하고 개폐를 요구한 국보법을 존속시키기 위해 북한의 국제법상 위상에 대해서 외면하거나 그 의미를 가급적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다. 외세는 일본처럼 한반도에서 이익을 챙기려 온갖 방법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한은 국보법에 묶여 한반도 외세가 침략세력으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유사시의 상황에 대해 북한과 협의하는 일 등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외세의 부당한 한반도 침략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남북이 힘을 합쳐 대처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보법에 의해 미래의 사태에 대해 대처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국보법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는 꼴이다. 이승만이 만들어 놓은 국보법이 21세기 국제상황에서 한반도 미래를 망치는 최악의 악법이 된 것이다. 국보법이 미래 세대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

한국이 자국의 헌법에 따라 북한이 한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급변 사태 등에 의해 정권이 붕괴하면 당연히 북한 땅이 한국 영토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외세는 그것을 인정치 않는 징후가 농후한 것은 이미 여러 방향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수년전 북한 정권 붕괴 시 중국, 러시아 등과 분할통치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한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중국도 동북공정 사업을 벌이면서 동북아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고 특히 한반도에 대해서도 자기 논에 물 대는 식의 역사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유사시 자위대의 북한 진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우리 땅’이라는 국내법적 당위론만을 앞세운 채 미국과 함께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에 매몰되거나 ‘북한이 도발하면 천배로 갚아주겠다’며 전면전도 불사하는 식의 결의만을 내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에서 파면되기 전 ‘통일대박’이라며  통일의 환상을 기회만 있으면 제시하면서도 통일을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침묵했다. 이는 외세의 침략적 근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직무유기였다. 모든 경우에 대비한 통일 방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인데 국내에서는 국보법에 막혀 멸공통일 방식 외에는 공론화가 불가능하고 이런 상황에서 외세는 미래의 한반도에서 이익을 챙겨갈 갖가지 요리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이미 박정희 때부터 남북이 공멸하는 식의 전쟁을 통한, 또는 그에 준하는 방식의 재통합 시도가 가져올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고 그 결과가 7.4공동성명 등으로 합의한 바 있다.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의 평화적인 재통합 이정표인 7.4공동성명이나 6.15공동선언 등을 외면한 채 통일 대박론만을 앞세우며 남한 주도의 통일 방식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하다가 한반도의 전쟁 위기만이 고조되었다. 외세는 박근혜의 근시안적이고 비자주적인 대북 정책의 허점을 노려 자국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 형국이었지만 국내 어디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나 대처 움직임은 없었다. 

국보법은 남북을 단일 변수로 삼아 미래를 평화적으로 개척하는 상상을 불허한다. 단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흡수통합과 같은 방식에만 주력하는 식의 남북정책은 우물 안 개구리의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냉혹한 국가이기주의를 앞세운 살벌한 이해득실 논리만이 춤추는 국제사회에서 단세포적인 대북정책으로는 설 자리가 없다. 한국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북 정책의 허점을 노린 것이 일본방위상 발언 등에서 드러난다. 아전인수 격 대북정책만으로는 다양한 시각과 논리가 횡행하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 먹거리로 전락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남북이 갈등 대립하면 외세가 한반도를 주도하고, 남북이 화해하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다.’ 이는 한 북한 전문가의 충고다. 오늘날 한반도 사태를 보면 이 말이 무겁게 와 닿는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로 한반도의 주역 행세를 한다. 일본도 한반도를 구실로 재무장을 위한 개헌을 시도하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이다.

미국은 북한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북한은 미국 국력의 600분의 1정도다. 미국은 아시아 최빈국인 북한이 미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과장법을 쓰면서 남한을 농락하고 중국에게 큰 소리 친다. 미국은 북한을 핑계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전략을 추진하려 북한 변수를 부풀리고 있다. 중국은 자국 이기주의라는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북한에 대해 핵을 없애라는 압박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국제사회는 눈 뜨고 있어도 코를 베가는 식의 험악한 국가 이기주의가 판치는, 힘만이 정의인 정글과 흡사하다. 

남측은 북미 대화를 촉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정부는 남북관계 추진에 사사건건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식으로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8년 10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며 미국의 동맹들에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할 것을 독려해 왔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헤럴드경제 2018년 10월 11일>. 이는 외교 결례는 물론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발언이었지만 한미 종속관계의 현주소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치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은 주한미군에 매년 1조원 정도를 퍼주고 미제 무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이는 입장이지만 미국 앞에만 서면 꼬리를 내리고 몸을 비트는 식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가는 정부의 한심한 모습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한국을 미국의 군사 식민지상태로 만들어버린 한미 군사관계를 보자. 미국은 군사적으로 한국에 대해 갑이다. 그것도 슈퍼 갑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권리(right)로 인정받으면서 SOFA로 주한미군 부대의 시설과 토지를, 방위비분담협정으로 주한미군 방위비를 한국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조야의 보수 세력은 주한미군 감축에 결사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상하 양원은 최근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아래로 감축할 경우 미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후에도 그 주둔을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한미 간에 발표가 된 바 있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한미동맹, 즉 주한미군이 그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면서이 미국의 그런 행동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미국의 비합리적인 대북 정책이 남발되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5027, 5026, 5028, 5029, 5030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주한미군의 존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트럼프 등의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 위협이 항시적으로 취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위기가 높아지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공갈이 그치지 않는 비정상적 현상의 뿌리인 한미동맹관계를 시급히 정상화해야 할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주한미군의 위상이 변화한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등의 정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와 함께 동북아 역내 안정을 위해 계속 주둔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언급되면서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이 미국의 ‘권리’로 규정된 것에 대한 전면 수정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적 필요성 등이 커지는 것에 대한 한국의 입장 정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둘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군사훈련이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포함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면서 북한이 반발하고 남북 대화 중단을 선언한 것처럼, 한반도에서의 군사작전 필요성 등에 대한 판단 시 한미 두 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구속을 받게 되는 것이 그 원인의 하나로 보여 시정이 불가피하다. 

남북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조되지만 두 가지 목표 추진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한국의 대북 군사훈련 등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수한 경우에 한미간의 입장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상화로 가능하다. 

셋째, 한국이 세계 최대의 무기수입국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상징되는 한미동맹이 자칫 한국의 효율적 자위력 강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한국이 연간 수입하는 4조원의 미국 무기도 주한미군의 전략을 보완하는 기능에 그칠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 뒤 미국 조야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되더라고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반대라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이런 추정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핵 없는 북한과 남한의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한반도라는 미래상에 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한반도를 빌미로 하거나 무대 삼아 다른 면에서 서로 다투고 챙기는 작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 보아야 한다. 주한미군은 유엔사 소속이면서 한미연합사 소속이라는 이유를 앞세우지만 이는 눈감고 아옹하면서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측면이 있다. 즉 현재의 주한미군이 최초로 주둔할 당시 분명 유엔사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한미연합사 소속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억지가 아니냐하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자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으로 평화협정 체결 시 반드시 협정 서명국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평화협정 체결 당시 중국이 주한미군 문제를 강력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버틴 것도 주한미군 때문이지만 평화협정이 맺어져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는 꼼수의 하나로 한미연합사령부를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간특한 제국주의답게 용의주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여기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존재를 결부시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평화협정은 전쟁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인데 미군이 한국에서 제국주의적 특혜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계속 현재와 같이 살아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평화협정 자체의 추진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국가 간 관계는 서로 상대방의 손바닥 안에 있는 협상 카드를 확인하면서 벌리는 게임과 같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남측 정부가 트럼프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동일한 보조를 맞출 수는 있다. 판이 깨질 것을 두려워하면서 그렇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통일운동권은 어떤가? 운동권은 정치권이 아니다. 정치권이 하지 못하는 논리를 펴야 한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리드라고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 정치권과 운동권,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미국, 중국 등이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상상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결사적으로 챙기는 것은 그 전략적 중요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이면서 일본의 핵무장을 저지하고 한국군의 대북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등 그 효용성이 엄청나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위세에 눌려 독자적인 논리를 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남측 통일운동진영이 침묵하거나 정부의 보조역할을 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볼 경우 한국의 대미 종속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너무도 분명해 진다. 

필리핀과 미국이 맺은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이 그런 경우다. 두 나라는 본문 12개 조항을 통해 미국이 반입하는 무기를 재래식 무기로 국한하고 미군이 사용하는 필리핀 내 기지의 환경 보호 등 세세한 문제까지 필리핀의 주권을 보장하고 있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크게 비교된다. ECDA는 필리핀 영토에 미국의 핵무기 반입 금지와 영구적 미군기지 건설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 세계 12-3위권 경제 강국에, 미국 등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의 위상으로 성장한 점을 고려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받아드리기 어려운 내용으로 필리핀과 미국의 방위협정 수준으로 고치거나 폐기해야 한다.

미국의 제국주의 속성은 간단치 않다.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별, 동시적 이행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돌발적 행동을 하지 불투명한 측면도 있다. 20세기 초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첫 단추였던 카스라-테프트 밀약과 그 이후를 살피면 미국의 민낯이 확연히 그러난다. 미국은 1905년 7월 카스라-테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묵인한 뒤 그해 11월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국방권을 일제가 강탈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미국은 1919년 3.1항일운동이 발생하자 미국 공관이 일제의 만행을 외면하고 미국 언론의 보도를 철저히 통제해 일제를 실질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일제가 항복한 이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 문제를 제외함으로써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카스라-테프트 밀약을 참고하거나 준수한 결과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특권을 앞으로 미국이 쉽게 양보하거나 포기할 것으로 생각키 어렵다. 정치권이 이를 외면한다 해도 언론, 통일운동진영은 반드시 그 문제점을 지적해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발생한 금강산 관광 중단과 천안함 사고와 5.24조치, 개성공단 폐쇄 등에 대해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깊이 살필 일이다. 촛불 혁명의 정신을 살피면서 추진할 남북관계는 상호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적폐청산 차원에서 다뤄야 할 남북관련 사안이 많은데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북한 여종업원 기획탈북 논란도 그 가운데 하나다. 민변 등이 국정원의 문제점 등을 적지 않게 제시하는 등 기획탈북 공작 혐의가 농후한데도 현 정권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100% 호응하는 상황에서 북미 및 남북관계 활성화를 시도하는 것도 그 한계가 명백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보법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 또한 불행한 일이다. 매사가 그렇듯이 뿌린 만큼 거두게 된다. 눈치를 보면서 양다리 걸치는 지혜의 한계는 명백하다. 주변 정세의 등에 올라타는 식으로는 감동을 주기 어렵고 자칫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교류협력 증진을 약속했는데 이의 이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즉 남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정상적인 외교력을 발휘하기 위해 우선 미국에 종속적인 군사동맹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동시에 남북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정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기해야 한다. 

남북은 분단 이전 1300년 동안 통일 상태였다는 점에서 미래의 어느 날 한반도의 재통합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제사회는 야만적인 국가이기주의가 독기를 뿜고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자주성을 상실할 경우 재통합의 그 날은 더 멀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할 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같은 미래의 침략전쟁을 예비하는 준범죄 행위는 인류 전체의 이름으로 규탄되어야 한다. 나아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탁월한 대북 정책 개발 등을 위해 상상의 자유에 족쇄를 채운 국보법 철폐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본이 미일안보조약을 앞세워 미래의 한반도를 침략할 경우 남북한이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상상력이 허용되는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 국보법을 당장 없애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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