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 역사NGO포럼 이사장, 한국외대 명예교수 

 

광복75주년, 정전체제 67주년인  2020년 광복절을 맞으면서, 만감이 교차된다. 전범국가인 독일은 스스로 철저한 나치전범자 과거사 사죄와 역사 청산 토대위에 독일통일(1990.10.3.) 30주년을 오는 10월에 맞는다. 반면 한민족은 식민지강점도 불법이요, 분단도 미국과 소련이  1943년 카이로선언  및 1945년 포츠담선언이라는 국제사회합의를 무시하고 냉전을 대비한 기획분단으로 분단의 고통이 70년이 넘어가고 있으니 더욱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민족은 언제까지 역사의 아픈 유산과 장기 분단의 멍에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가? 도대체 왜 우리 민족만이 이 국제적 패권권력과 장기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만 하는가?   
    
광복75주년은 한반도에서 한일식민역사 청산과 역사정의의 구현의 문제와 직결되고, 정전체제 67주년은 남북 적대관계 종식,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평화통일의 문제와 직결된다.  곰곰이 살펴보면, “역사정의”와 “평화통일”이라는 두 잣대에 의하면  광복75주년의 성적표는 몇 점이나 될까? 정량적 평가는 힘들지만, 정성적 평가는 상식적 선에서도 가능도 할 것이다. 
    
우선 역사정의 측면에서 상대인 일본이 1965년 한일협정체제를 고집해, 한일역사 청산은 한 발짝도 역사정의 구현을 향해서 나아가지 못했다. 일본은 부분적으로 사실인정을 하면서도 식민지역사 범죄에 대해서 말로만 유감을 표하지만, 법적으로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체제-1965년체제에 기반한 냉전체제(군사패권주의)와 일제강점식민지 합법성을 고집한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일본군성노예문제, 강제동원문제, 독도영유권침탈 문제 등에서 근본적으로 법적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사실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범죄성에 대한 법적 사죄와 국내적 입법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도 역사정의를 망각하고 65년체제를 묵인하고 친일인사를 동원해 역사정의를 훼손하려는 행태를 시도한 바 있다. 좋은 사례가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진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가 그것이다. 독도문제도 일본정부 자체가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하고도 불법적인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한반도 역사정의 성적표를 상중하(上中下)로 구분한다면 하(下)에 속할 것이다.    
        
둘째로 정전체제67년의 적대관계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은 온탕냉탕을 오가면서 매우 혼란스럽다. 그래도 냉전시대를 거쳐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는 처음으로 북이 남측을 평화문제 당사자로 인정한다. 이어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2007년 10.4남북정상선언–427판문점선언-919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명백히 적대관계 종식-군사적 신뢰구축-평화체제 구축-통일방안 공통점 모색에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를  방해하는 UN 안보리 대북제재와 미국의 국가단독제재 그리고 UNC의 근거 없는 간섭이다. 그러나 남북은 미국과 UN안보리의 방해가 이렇게 있음에도 불구하고,427판문점선언-919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남북의 진정성을 명백히 확인했다.  문제는 남북한이 어떻게 민족적 자주역량을 집결시켜, 외세와 국제사회의 방해를 슬기롭게 평화적 방법으로 설득, 극복시켜 나가느냐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확고한 정책기조 유지와 남한사회의 평화세력 성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비록 2020년 6월 16일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한 모든 교류협력을 현재 거부했음에도 남북당국간의 평화체제에 대한 합의는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의 방해만 없다면 다시 정상화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반적으로 4.27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 단계 높여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남북이 신뢰를 더욱 키우고 민족적 자주역량을 확장한다면 UN제재, 미국의 국가단독제재 그리고 UNC방해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평화통일의 관점에서 성적표를 매긴다면 한반도 평화체제지수는 중상(中上)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광복 75주년을 맞이하여 한민족 역사정의의 성적표는 최하위(最下位)이고, 평화통일의 성적표는 중상(中上)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전자 역사정의 구현의 저조한 성적표는 일본이라는 상대가 전혀 이에 협조하지 않는 점과 우리 내부에 친일 동조세력이 엄존한데 연유한다. 

후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상위 성적표는 미국이라는 상대가 한반도에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는데 있고, 우리 내부에 분단으로 기득권을 향유하는 냉전세력의 방해에 연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시민사회가 확고하게 한국사회에서 뿌리를 내려서 이들을 슬기롭게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역사와 국제사회의 큰 흐름은 탈식민지화, 인도주의 그리고 평화라는 큰 목표를 향해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이는 UN헌장의 제1의 목적이기도 하다. 남북한이 이러한 대의를 향해서 4.27판문점선언을 국내외적으로 법제도화시키고, 민족적 신뢰와 역량을 기초로 민족 자주역량을 넓히는데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국제사회도 이를 결코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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