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이 / 총무, 종주대원
 

산행일자: 2020년 6월 13일(토) 무박
산행구간: 조침령~북암령~단목령~오색삼거리~점봉산~망대암산~한계령
산행거리: 24.1Km(접속구간 1km 포함)
산행시간: 14시간26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1명


긴장 속 출발

7개월 만에 재개하는 백두대간 산행, 늦은 밤 집에서 나서는 발걸음이 떨린다.
오늘 산행 난이도는 보통 수준이지만, 24km의 장거리이다.
지난달 ‘북한산성 16성문 종주’로 체력 단련을 한다고는 했지만 산행은 언제나 부딪혀봐야 그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금요일 밤 11시 30분, 사당역에서 11명의 대원이 모여 출발했다.
평소에 타던 버스가 너무 좋았던 탓일까? 새로 만난 버스에서 잠이 오지 않는다.
좁고 불편한 좌석, 불안한 승차감, 긴장감, 잠이 오지 않는 이유가 수두룩하다.
도착하고 보니 다른 대원들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잠깐 조는 것도 큰 힘인데, 새벽길이 걱정이다.

▲ 조침령 표지석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조침령에서 산행 시작

잠시 몸을 풀고 새벽 2시 30분, 산행을 시작한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이지만 770m 고도의 숲속은 서늘하다.
임도를 따라 1km를 걸어 ‘조침령’ 표지석 앞에서 들머리 단체사진을 찍고 왼쪽 나무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평이한 길을 부지런히 걷다 보면 국내 최대 양수발전소라고 하는 진동호의 상부댐 안내문을 지난다.
진동호의 상부를 지나는 길이다.

▲ 산행중 밝아오는 하늘.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숲속에서 본 일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앞 사람의 발끝과 길의 모양새만 살피며 걷는데 집중한다.
몸은 쉴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상의 분주함이나 상념을 잊고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렵지 않은 숲길을 걷다 보니 4시 40분 멀리 여명이 밝아 온다.

여름이지만 어둠의 한기는 몸을 스산하게 감싼다.
밝아오는 빛의 기운은 어둠에서 벗어난다는 안도감과 함께 눈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그러한 빛의 위대함으로 사람들은 일출의 찰나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산행 초반 편안한 길

새벽 5시 26분 북암령에 도착했다.
3시간쯤 걸으니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초콜릿의 당 보충으로는 부족하다.
잠시 쉬는 틈에 홀로 도시락을 까먹었다.
무박산행에서 도시락을 까먹는 건 대간길 3년 만에 생긴 나만의 노하우다.

다시 힘을 내어 푹신한 흙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린다.
길 아래쪽으로 계곡이 지나는지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놓여있다.
대간길에서 계곡을 만나다니... 흔하지 않은 일이다.

단목령을 지나

오전 6시 34분 드디어 단목령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관리초소를 지나 진행 방향 직진으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파른 오르막에 나무를 놓아 정비하였으나 관리를 하지 않는지 흙이 파이고 훼손되어서 오르기가 불편하다.

북암령 부근부터 왼쪽 무릎 옆으로 통증이 시작됐는데 길이 좋지 못하니 크게 느껴졌다.
몸 관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아파서 산행을 못했던 일을 없었는데, 내 몸이지만 당황스럽다.

▲ 아침식사 후 휴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아침식사와 휴식

7시 30분 단목령을 지나 아침식사를 한다.
새벽 이동 차량에서 잠을 설친 대원들은 잠시 눈을 붙였다.
다리 아플 때는 누워서 편히 쉬어야 한다고 해서 민망함을 내던지고 누웠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낙오하거나 폐가 되는 일은 반드시 없어야 한다.

점봉산을 향한 오르막

9시 18분 오색삼거리, 10시 너른이골 갈림길.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되다가 점봉산을 2km 정도 앞두고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최대한 통증이 없는 자세로 천천히 오르면 못 오를 리는 없겠는데, 뒤에서 살피며 따라오시는 오 대장님이 속도가 느려서 힘들지 않으실까 걱정이 된다.

▲ 주목나무 앞에서 오동진 후미대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0시 28분 오르막 중간에서 멋진 주목나무를 만났다.
“오대장님. 사진 찍어 드릴게요.“
서로 사진 한 장씩 찍으며 잠시 쉬어 간다.

변광무 대원이나 김종택 대원처럼 재미난 말솜씨가 있다면 오 대장님을 즐겁게라도 해드릴텐데 심심한 성격이 이럴 때는 원망스럽다.

점봉산 정상에 도착

우와! 조금 더 오르니 나무 사이로 설악산 풍경이 보인다.
멋진 풍광을 기대하며 걷다 보니 금세 정상이다.

10시 45분 점봉산 도착.
설악산의 귀떼기청봉, 대청, 중청의 서북주능선이 넓게 펼쳐져 한눈에 보이고, 아래로 남설악의 암봉들이 하늘을 향해 자라나듯 삐죽이며 모여 섰다.

▲ 점봉산에서 바라 본 설악산 전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점봉산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정상석 뒤에는 ‘점봉산은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숲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2000.11.23.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라고 새겨져 있다.

설악의 풍광을 보며 ‘그럼. 보존해야만 해’라고 바로 동감이 된다.
멋진 풍광에 매료되어 감탄하며 사진 찍고 잠시 쉬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능선 너머 망대암산을 향해 다시 출발.

철쭉꽃 핀 점봉산을 상상하며

점봉산 하산 시작부터 좁고 가파른 길이다.
철쭉나무와 덩굴나무가 엉겨서 길이 좁아 지나기가 쉽지 않고, 미끄러운 바닥이 잘 보이지도 않아 조심히 내려간다.

내리막에서 다리 통증이 심해져서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런 중에도 내려다보이는 설악의 풍광을 보며 5월 철쭉이 필 때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다시 올 수 있을까?

▲ 망대암산에서 김태현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고마움

오후 12시 10분 한 시간 만에 망대암산에 도착했다.
개인 사진을 찍고 출발하는데, 이종규 대원이 가방을 달라고 하신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애써 다리를 굽히지 않고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다리 상태를 유심히 살피신 모양이다.

대간 산행을 하면서 첫 번째 목표가 폐를 끼치지 않고 내 몫은 알아서 하는 것이었는데, 산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됐다.
미안한 마음으로 거절하지 못하고 가방을 맡겼다.

▲ UFO바위 앞에서 이종규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하산에 대한 기대

오후 1시 26분 내리막길을 한참 걷다 보니 UFO바위가 놓여있다.
대간길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유명한 바위라고 하는데, UFO라기보다는 거북이나 요트를 닮았다.
이제 3km정도만 가면 날머리이다.
아무리 암봉구간이라도 2시간이면 도착할거라 생각했다.

▲ 돼지코바위 앞에서 이석화 대원과 심주이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암봉 위에서 이지련 단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깔딱 오르막을 올라 산죽 지역을 통과하니 기암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후 2시 38분 우뚝 솟은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나오는데 ‘돼지코바위’라고 한다.
왜 돼지코바위인지 궁금증이 생기는 바위인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암봉구간이다.
경사도는 심하지만 아래 한계령 도로가 보인다.
목적지가 보이니 힘이 솟는다.

▲ 암봉 위에서 내려다본 한계령 도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암봉구간

암봉이 솟았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얇은 밧줄이 네 군데 정도 놓였는데 밧줄을 잡고도 한 명씩 앞뒤를 봐주며 조심히 내려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예상치 못한 난코스다.

▲ 암봉에서 바라 본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암벽을 오르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암벽을 내려가는 김익흥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목표한 하산 시간은 잊은 지 오래, 안전하게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차분히 이동해서 5시 무사히 한계령 도로에 내려섰다.
도로를 조금 걸어 오색령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마음을 쓸어내리며 긴장이 풀린다.
길고 반전 있던 산행을 마친 대원들은 힘들면 입맛도 없다고 간단히 막국수를 먹고 산행 여정을 마쳤다.

56구간 산행을 마치며

이제 남쪽 백두대간의 두 구간만이 남았다.
돌이켜보면 산행 초보로 시작해서 완주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 땅을 사랑하기에, 걷고 싶었던 마음으로 참여해서 그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경험했다.
그리고 함께 걸었던, 응원해 주었던 사람이 남았다.

56번의 대간길을 걸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땅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그 안에서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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