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 언론사회학 박사

 

29. 통일부 장관의 국보법 발언, 실망스럽다
  - 국정원장도 마찬가지 – 수구보수의 틀에 갇힌 한심한 태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후보자 입장이었던 지난달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개최한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색깔론' 공세에 시달리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폐지 여부는 지금 논의할 상황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대미 종속성 심화 등에 대한 비난이 고조된 뒤 이른바 정권 실세들로 통일안보 공직자를 교체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것으로 대단히 실망스럽다. 

태영호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에게 국가보안(국보)법 철폐에 대한 폐지 여부는 지금 논의할 상황이 아니라는 서면 답변을 받았다. 국보법 철폐 이후 누가 주체사상연구소를 만들어 법인으로 등록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인영 당시 후보자는 이에 "국보법 폐지와 관련해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말 그대로다. 소모적 논란을 반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응수했다.

이어 "국보법 폐지와 관련한 논의는 완전 폐지와 독소조항 폐지를 통한 개정이 있었다. 그동안 너무 소모적이었다. 따라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소지가 크면 정치권에선 그 건을 참작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보법 폐지 논란이 급하게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정을 토대로 대답 드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도 큰 축으로 있다"고 덧붙였다<뉴스1 2020년 7월 23일>.

이 장관의 국보법에 대한 견해 가운데 ‘소모적 논란’ 등의 언급은 표현과 언론자유의 억압은 물론 현재도 국보법에 의한 공안당국의 행패가 자심하다는 점, 평화통일 추진은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장악되어 있다는 점 등을 외면한 냉전적 사고와 근접해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의 ‘실세’ 통일부 장관과 걸 맞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관계의 개선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 뒤 지난 7월 31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가 되고 접경지역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면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도 추진해 새로운 한반도 경제질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일요신문 2020년 8월 1.일>. 

이 장관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 얼마나 현실화될지 알 수 없으나 한국 정부의 유엔을 통한 대북 지원 실적을 보면 한국이 한반도의 당사국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미미하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것으로 비춰졌지만 실제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유엔이 밝힌 7개 지원국가운데 액수로 보면 꼴찌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대북 코로나19 대응에는 2위로 나와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아닌 서울시의 공여 자금이었다. 이 장관 취임 뒤 이런 부분에서 변화가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제사회 대북지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북한 필요와 우선순위 예산’(DPR Korea Needs and Priorities 2020)의 경우 국가별로 스위스가 약 522만($5,224,660)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러시아가 300만 달러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스웨덴($2,503,520), 캐나다($896,129), 노르웨이($682,461), 독일($385,273), 한국($9,64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총 약 170만 달러에는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의 약 90만 달러와 한국의 30만 달러, 스웨덴 약 28만($279,665) 달러, 스위스 약 12만($123,839) 달러, 영국 10만 달러의 자금들이 배정됐다. 한국의 30만 달러는 지난 2월 서울특별시가 유니세프, 즉 유엔아동기금을 통해 북한에 공여한 자금이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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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촛불의 저항은 개성공단 폐쇄와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 등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치른 지난 4월의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은 수구보수 야당의 정치적 행태가 대단히 후진적인 것에 대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있었다. 개헌 빼놓고 모든 것을 의결할 수 있는 의원수가 확보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는 국보법에 대해 수구보수의 틀에 갇힌 논리를 되풀이 한 것이다. 

한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국보법 존속 여부에 대해 "북한이 대남 적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엄중한 안보 현실이다. 형법만으로 대남공작 대응에 한계가 있어 국보법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 국보법 제2조(정의), 제7조(찬양·고무 등)에 대한 위헌제청·헌법소원 등 10건이 청구돼 있다"며 "향후 헌재 결정에 따라 개정 필요성 등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뷰스앤뉴스 2020년 7월 26일>.

박 원장의 이런 발언은 국정원이 간첩 조작 등 수많은 공안사건을 통해 국보법을 악용한 대표적 기관이라는 사실에 대해 함구한 채 수구보수들이 내세우는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박 후보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밝혔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도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 또한 수구보수가 내세우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주장은 미국이 특히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원으 포함한  현 정권이 미국과 군사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동일한, 냉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증거의 하나라 하겠다. 

박지원 후보가 원장으로 임명된 뒤 당·정·청은 지난 달 30일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꿔 국정원을 '해외'와 '안보'분야에 집중하고 국내정치 개입 차단을 위한 개혁을 하기 위해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연합뉴스 2020년 7월 30일>.

당·정·청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직무 범위에서 국내정보 및 대공수사권 삭제 ▲국회 정보위·감사원의 외부통제 강화 ▲감찰실장 직위 외부개방,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영 등 내부통제 강화 ▲직원의 정치 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 강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위와 같은 개혁 추진이 국보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파격적으로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인영, 박지원 두 공직자의 국보법에 대한 태도는 현 정권이 행정부 입법을 통해 이 법의 개폐를 주도할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들어 낸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국보법 개폐에 대해 실망스런 태도를 보인 것과 엇비슷하다. 이는 십여 년 만에 이른바 진보정치 세력이 유엔 등 세계가 규탄하는 악법에 대해 무감각한 실상을 또다시 들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권의 북한에 대한 교류협력 의지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등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속에서 어떤 식으로 대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틀지 알 수 없지만 평화통일 추진을 가로막는 두 개의 쇠말뚝인 국보법과 한미동맹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여 과연 꽉 막힌 남북관계가 잘 뚫릴지 걱정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을 밝혔던 2004년 10월로 되돌아가 보면 반대 세력이 얼마나 극성스러웠는지가 확인된다. 이 장관이 당시 상황을 염려해서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일 수 있으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돌파력과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수구보수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을 두려워해서 몸을 사리는 것은 자칫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전제로 2004년 당시로 되돌아 가보기로 하자. 

당시 조중동은 국보법 폐지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수구 보수 세력과 함께 “국보법 폐지절대 안 된다”는 연합전선을 형성해 저항했다. 이 신문들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보법 합헌 결정에 맞서는 모양은 좋지 않고, 이 법이 없이 북한의 위협에서 대한민국이 견딜 수 있겠나 하는 등의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의 주장은 서구에서는 3백여 년 전부터 제시된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 검열의 불합리성 등과 관련한 교과서적 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 등을 좀 더 묶어 두자는 조중동의 집요한 반대와 독선 같은 비이성적인 태도에 대한 반론은 유럽에서 이미 17세기부터 제기된 바 있다. 우리에게 실락원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국의 시인이자 청교도 사상가 존 밀턴(1608 - 1674년)은 3백60년 전 자유로운 논쟁을 통해서 진리와 허위가 구별되어 결국 진리가 승리한다는 ‘사상의 공개시장’ 개념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론에 대한 헌법재판소, 대법원을 포함한 수구 보수 세력의 반대 논리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후진적인가 하는 것이 자명해진 바 있다. 이런 점을 더욱 주목하면서 세계가 악법으로 규정한 국보법 개폐를 강행했다면 오늘날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상상할 때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국보법이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은 다각도에서 제시될 수 있지만 이 법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석학들에 의해 거듭 확인된다. 

강정구 동국대 전 교수는 “국보법은 법치주의에 의한 법의 보편성 기반을 아예 외면하면서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재단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 법”이라며 다음과 같이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법은 찬양, 고무, 동조 등의 의사만 있다고 판단하면 처벌한다.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도 사상과 의식이나 마음까지 예단하고 처벌하는 것이 국보법이다. 국보법이야말로 觀心(관심)법이다. 관심법은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법으로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사실에 의해 검증을 받는 과학적 지식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보법은 참이나 진실을 전제로 하지 않은 법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법이다.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법 아닌 법이다.”<위클리 서울 2007년 12월 6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국보법이 있는 조건에서 사실 자가당착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어떤 행위를 국보법에 의해서 처벌할 수도 있고, 같은 행위를 `남북교류촉진법`에 의해서 권장할 수도 있다. 같은 행위를 이처럼 달리 해석하는 법이 있는 조건에서 행위자는 항상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북이 `평화통일의 동반자`라고 하면서도 이를 동시에 `주적`이라고 보는 모순의 구체적인 표현인 국보법을 미래지향적으로 폐지하지 못할 때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의 사고와 정치행위도 적극적으로 될 수 없다. 바로 이점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이어 다음과 같이 국보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보법의 `고무, 찬양`은 가령 학문적 판단이나 주장도 처벌할 수 있다. 즉 사상과 양심에 근거한 주장도 `친북`이라는 정치적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친북`과 구별된 `종북`이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이 개념을 보수우파만 아니라 이른바 좌파도 사용하고 있다. `친북`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을 인정하는데 반해 `종북`은 아예 이조차 인정하지 않고 순전히 수동적으로 따라하는 맹신적 행위라고 여긴다. 국보법은 그러나 이 둘 사이에 어떠한 의미론적인 차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둘 다 `고무, 찬양`에 속하고 처벌될 수 있다. 따라서 `친북`이나 `종북`을 두고 설전하기 이전에 국보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철폐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나는 `친북`도, 더구나 `종북`이 아니기에 국보법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사실 국보법을 지금까지도 온존시켜왔지 않았는가.”<위클리 서울 2008년 5월 20일>.

이상에서 발췌 소개한 두 교수의 논리를 통해 국보법의 독소조항이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것이 명백해진다. 이 법이 지닌 문제점과 함께 우리가 고려할 사항은 이 법이 실행되고 있는 21세기 시대 상황이다. 냉전시대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이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법은 그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보법이 시대 상황에 걸맞지 않는 부정적 특성 가운데 하나가 지구촌의 정보화 수준이다. 세계는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은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고 각계각층의 민주화 욕구 수위를 높이는 의식화 작업의 수단이 되고 있다. 정보화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정보화 수준에서 세계 상위권이다. 가짜 뉴스가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이는 강력하고 합리적인 근절책을 마련하면 해결될 일이다. 

독일의 경우 SNS상에서의 혐오 발언과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법안을 의결했는데 불법 내용을 신속하게 지우지 않는 SNS 회사에게, 최고 6백억 원이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명예훼손, 부당한 피해 등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재벌의 횡포, 강자의 약자에 대한 폭력 등이 근절되지 않는데 이런 것을 도입하고 국보법은 폐기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같은 첨단 과학문명 시대를 맞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자유까지 허용해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유포될 것이며 북한을 찬양 고무 하는 사태가 과연 우려할 수준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보법은 한국 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을 외면하고 저능아 집단이라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최악의 인권 탄압 법 이자 야만적인 악법이다. 

거짓과 허상은 진실한 정보 앞에 가장 허약하다. 이는 박근혜가 언론을 청와대 나팔수로 전락시켰지만 결국 파면되는 것에서도 입증되었다.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보의 바다는 계속 넓고 깊어지고 있다. 손바닥으로 진실의 하늘을 가리려는 폭력적 어리석음은 타파되어야 한다. 국보법의 폐지에 반대하는 수구 보수 세력들의 대오각성이 이뤄져야하고 이른바 진보세력도 좀더 과감하고 대의에 주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발밑만 주시하는 근시안적인 정치논리에 급급한 나머지 세계가 지탄하는 국보법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식의 태도를 지녀서는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다. 정치논리, 정치 공학적 사고방식으로 일시적 승리나 승기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역사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결정적 한계를 지닌다. 오늘날 진영논리에 함몰된 여야가 ‘내로남불’을 되풀이하는 식의 정치를 반복하는 것은 국민을 깔보는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정치는 머잖아 새롭고 참신하고 대의명분에 부합한 정치에 밀려 역사 속에 묻힐 것이다. 

이 장관이 국보법에 대한 태도를 밝힌 것과 관련해 집권층의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의 퇴진으로 집권한 뒤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운전자 론을 앞세워 군사적 충돌과 전쟁 없는 한반도와 함께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종전 및 군축 조치를 취하려 시도했지만 한반도의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이 얼마 전 남측의 그런 태도를 정면에서 비판하면서 개성공단에 남북협력의 상징이던 건물을 폭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문 정권 지지층은 미국의 남북교류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통령의 측근들을 통일안보 분야에 전면 배치하는 등의 태도를 보여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국보법에 대한 태도나 여권의 한미동맹 철저 준수를 강조하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미국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정책으로 독자적인 남북교류의 틈새를 얼마나 넓힐지 알 수 없으나 낙관적 전망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국 사태 이후 합리적 윤리적인 기준을 외면한 유불리를 최우선하는 진영논리로 국론이 분열되면서 석연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적폐를 청산하는데 열심이었던 여권은 여전히 개혁 조치를 취하는데 능력이나 철학 부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하던 여권이  열렬히 박수갈채를 보냈던 검찰총장을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낙마를 유도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현 정권의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개혁 입법 추진에 얼마나 노력했느냐 하는 것을 살피면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이 개혁 입법을 위해 여야영수회담에 올인 했다거나 집권 여당이 개혁성을 앞세워 보수 야당을 선도하거나 압박한 사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정원이나 행정부 개혁 등은 실종상태다. 위장 전입 등 실망스런 인물들의 고위층 기용 강행과 거듭된 실정으로 적폐청산 대상인 일부 야당에게 기사회생의 빌미를 준 것은 큰 실책이었다. 촛불 혁명에 앞장섰던 여러 진영에서 문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다. 지지세력 상실과 반대세력의 결집이 자칫 큰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현 정권이 남북관계에서는 교류, 협력의 성과를 많이 내는 것 같다가 북한의 맹비난에 직면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두 개의 쇠말뚝인 한미동맹 관계와 국보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남북관계를 추진한 것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집권층이 외면하거나 모르쇠하고 있는 듯한데 이런 태도로는 향후 바람직한 남북관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권의 현상 유지 정책은 총선에서 대승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까지 비슷한 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까지 대소 대북 정책 추진은 문 대통령만 보일 뿐이다. 집권 여당, 전문가, 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이 분단 적폐 청산과 평화통일을 향해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그것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도록 해야 그런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불평등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상징되는 한미동맹이 존속되는 한 자주적인 평화통일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보법이 여전히 남북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어 전 국민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극대화시킬 체제의 등장을 저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도덕적 결함, 힘을 앞세운 외교와 미국 우선주의 강행 등과 같은 심각한 정치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르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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