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통일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의원을 지명한 이래 지난 한 달간은 가히 ‘이인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인영의 시간’을 보장해준 것은 단연 ‘이인영의 언명(言明)’이었습니다. 한 달간 펼쳐진 ‘이인영의 언명’들을 살펴봅시다.

그날 지명을 받은 이인영 후보자는 바로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지명 절차에 응했다”면서 “다시 평화로 가는 오작교를 다 만들 수는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하게 놓겠다. 이런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수락 심정을 밝혔습니다.

보름여가 지난 19일,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미워킹그룹과 한미합동군사훈련, 대북식량 및 보건의료 협력, 대북전단을 비롯한 남북관계 당면 현안에 대해 관료들의 기존 기조와는 다른 정책변화를 시사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 예로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할 일과 우리 스스로 할 일을 구분하고 보다 능동적·주도적인 노력을 통해 남북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이어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같은 인도협력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 스스로의 판단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점차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 ‘개별 방문’과 같은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자신의 남북관계 독트린을 천명한 것입니다.

이 후보자는 21일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정책 추진에 있어서 우리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 그리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대담한 변화 추진’을 예고했습니다.

23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는 “남북은 다시 마주 앉아 서로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또 약속을 실천하면서 멈췄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시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취임 첫날인 27일 별도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통일부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략적 행보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고,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됩시다”라는 취임 인사를 했으며, 이어 28일 첫 업무로 실국장들과 브레인스토밍을 갖고 “통일부는 천수답이나 간헐천이 아니어야 한다”며 통일부의 중심적인 역할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임명장을 수여받은 29일, 이 장관은 “한반도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 평화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한걸음씩 전진해 대통령 재임 중 평화의 숨결만큼은 반드시 실감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장관은 30일 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 “기회가 된다면 개성뿐만 아니라 북쪽의 어느 곳에서든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 우리가 협력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하겠다”고 밝히자마자 당일 그 언명대로 민간단체의 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승인 서류에 첫 결재인 ‘작은 결재’를 했으며, 31일에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북민협을 비롯한 민간단체의 활동에 동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달 사이에 그가 쏟아낸 언명들이 많기도 하지만 다소 화려하기도 합니다. 그 요지는 그간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온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고, 그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입니다. 즉 향후 남북관계를 ‘이인영의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인 셈입니다.

물론 그의 언명대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북측의 반응도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그가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인 1987년 6월항쟁과 1988년부터 대중화된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서, 수많은 학우들과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제 이 장관이 보답할 때입니다. 그 답은 언행일치입니디. ‘이인영의 언명’이 ‘이인영의 행동’으로 결과(結果)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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