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 언론사회학 박사

 

26. 한국적 비정상과 국보법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7월 19일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후보자가 임명된 것을 놓고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에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것은 개념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파이낸셜뉴스 2020년 7월 19일>.

주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친북 성향을 지적, "국정원장 임명이 아닌 국정원 파견이라고 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원은 국가정보 기관인데 정보기관은 적을 추적하고 냉정하게 파악하고 이래야 한다"며 "적과 친분관계에 있는 분이 과연 국정원을 맡아서 되는 것인지, 전문성이 있는지부터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지원 후보자는 박 후보자는 "근거 없는 색깔공세로 대단히 모욕적"이라며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이 흠집 내기와 낡은 색깔론을 펴고 있지만 정치적인 공세에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 일부 통합당 의원들의 부당한 허위 발언에 항의하며 재발방지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한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전했다<연합뉴스 2020년 7월 20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 지명에 대해 기자들 앞에서 ‘정보기관에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 ‘적과 친분관계에 있는 분’ ‘후보자의 친북 성향 - 국정원 파견’과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국가보안법을 배경으로 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이 발언에 면책 특권이 적용되는지 확실치 않지만 수십 년 간 주목받는 정치력을 보였던 국정원장 후보에게 법적으로 극형에 처할 의혹을 제기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과거를 점검해 보면 살기 번득이는 극단적인 정치공세는 수구보수 세력이 수십 년 간 써먹은 수법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적 메시지는 세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렬하면서 때로는 섬뜩하기도 경우도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반복되면서 수구보수 정치 세력이 라이벌 정당을 비판할 때 써먹는 대표적 논리가 ‘좌파, 종북’ 등 국보법을 배경으로 한 비판이다. 걸리면 패가망신하는 국보법에 저촉되는 것을 연상시키는 종북, 좌파로 공격을 하는 것은 일거양득 이상의 정치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계산할 결과다. 냉전시대나 동서이념 대결이 종식된 지 오래인데도 수구보수는 옛 버릇을 고치지 않는데 이는 국보법이 존재하면서 유지되는 적폐의 하나다. 

국보법의 존재는 한국의 최고법과 그 하위 법에서 두루 확인된다.  87년 6월 항쟁으로 만들어진 헌법도 국보법을 십분 고려한 결과물이다. 남북이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대전제에서 국보법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것을 헌법에 반영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관련된 헌법 조항은 3조와 4조, 66조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해, 북한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국보법의 근거가 된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와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발전법 등이 마련됐다. 헌법 66조는 대통령의 지위와 책무와 관련해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2항),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3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 정신에 따르면 북한은 적이면서 평화통일의 상대로 교류협력의 대상이다. 1972년 7.4성명, 1973년 6.23선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등에서도 남북관계는 국가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차원의 관계로 전제되어 있다.

군사적 대치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 2016년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4년 국방백서에서 그 이전까지 표기된 '주적'을 삭제한 뒤, 공식적으로 주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 주민과 정권, 군을 분리해, 북한 정권과 군을 상대로만 '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헌법, 대북 군사 전략 차원에서 ‘북한은 적이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통합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선거철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상황이 되면 수구보수는 국보법에 뿌리를 둔 종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소모적인 낭비라는 비판을 받지만 근절되지 않는다. 냉전시대가 오래전에 끝난 지구촌 상황에서 남한에서만 민족을 갈라놓고 적대시하는 이념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국보법을 만든 이승만이 지하에서 손뼉 치며 좋아하고 있을 일이다.  

국보법은 남한 내부의 적을 상정하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도 처벌하는 법이다.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관심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법이 존재한다는 현실은 간단치 않다. 우선 상상력의 자유를 기본 전제로 한 진보세력이 등장하지 못한다. 서구의 진보 비슷하면 사법살인 등을 통해 제거한다. 국보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국민을 예비범죄인 들여다  보듯 하는데서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유린이며 사상의 자유에 대한 유린이다. 

국보법 최대의 폐해는 국민의 머슴인 공권력이 국민위에서 갑 질을 한다는 점이다. 즉 관존민비를 구조화한다. 이는 권력이 국민을 국보법 준수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갈라 지배하는 형식으로 연장된다. 더 나아가 주민 신고를 독려하거나 국보법 사건을 적발한 공무원에게 국가 유공자로 포상하는 것이다. 국가유공자는 공직자가 누릴 수 있는 최상급 예우다. 이런 미끼가 결국 국보법 사건을 조작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는 과거 국보법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무죄로 뒤집히는 사례가 빈발한 것에서 입증된다. 

국정원이 국내정보수집 및 사찰의 근거가 되는 국내보안정보 수집 권한을 행사하고 수사권을 휘두르는 것도 국보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서 국정원의 존속에 기여하는 국민을 수사 대상으로 삼거나 정보 수집을 하는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인권침해와 정치개입을 할 근거를 박탈하고 북한 및 해외에 대한 정보, 안보와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기구로 제한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국정원은 보수단체에 자금 지원을 하고 관제데모를 동원하면서 탈북자 간첩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국보법에 따라 국민 내부에 공공의 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작을 통해 날조한 것이다. 이런 범죄는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이런 폐해는 이승만 정권 이래 계속 자행됐는데 그것은 국보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보법이 국민을 양분시켜 지배하는 구조를 만든 것처럼 노동, 사회현장에서도 여러 계급이 존재하는 현실이 방치된다. 노동 현장을 보면 정규직, 비정규직, 인턴, 기간제, 무기계약직 등 수많은 노동자 계급이 존재한다. 이는 노동 현장의 양극화, 불평등을 구조화한다. 노동 현장을 여러 신분으로 쪼개놓는 것은 전체 사회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조치에 다름 아니다. 노동 현장의 양극화와 불평등은 전체 사회의 그것으로 연장된다. 같은 노동자라 해도 신분이 다르면 그 처우도 불평등하다. 예를 들면 세월호 참사에서 기간제 교사가 희생당했지만 정규 교사와 같은 사후혜택이 거부되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노동현장의 양극화, 불평등은 유럽연합의 노동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동일직장에서 동일노동을 하면 동일 급여를 제공한다’는 노동법을 만들어 30개 가까운 회원국이 비준했고 그 결과 그곳의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평등을 누리고 있다. 유럽연합 노동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단지 고용 기간 차이만을 인정할 뿐 급여, 보험, 휴가 등 다른 모든 조건은 동등하다. 유럽연합 회원국 노동자들은 자유롭게 회원국을 여행하면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연합으로 건너가려 한다. 이런 현실의 핵심을 국내 정치, 언론은 외면한다. 노동현장과 사회는 당연히 불평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국보법의 오염이 자심한 결과인지 모른다.

남한 사회는 노동현장의 불평등이 제도화 되어 있다. 이는 전체 사회의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으로 자살률 최고의 이유의 하나로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출구가 꽉 막힌 사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무기력한 개인, 대화와 소통이 안 되는 사회가 자살을 유인하는 요인이라 하겠다. 법은 간단해야지 너무 복잡하거나 빠져나갈 구멍이 많으면 곤란하다. 유럽의 노동법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제대로 봉급을 주지 않는 사장은 십여년간 사장을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노동현장과 전체 사회의 불평등이 법으로 보호받는 현상을 통해  국보법의 독기가 전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국보법이 수십 년 간 지배하면서 우선 대부분의 지배층의 태도는 거기에 맞춰져 있거나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구보수는 국보법에 의해 유권자를 갈라치기 한다. 좌우로 나누면서 좌파는 적대세력, 반체제 세력인양 공개적으로 매도하는 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려 한다. 이른바 진보로 분류된 세력은 그 프레임에 갇혀서 허덕인다. 좌파 공세에 몰린 끝에 자기는 좌파, 종북이 아니라고 하면서 정책과 비전을 수정하다 보니 보수와 차별성이 없어진다. 이른바 진보 정치의 실종이다. 간판만 진보일 뿐이다. 최근에는 이른바 진보세력이 진영논리와 내로남불의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옛 속담에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가르침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국보법이 영향을 미친 불행한 현상이라 하겠다. 

국보법은 남북 대치, 전쟁 가능성 등을 전제로 한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논의구조 또한 군대식이다. 당대표가 사단장, 국회의원은 그 부하 장교, 당원은 졸개라는 권력 구조, 논의구조가 여야 다 동일하다. 빅정희 때 만들어진 군사문화가 국회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당 대표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개개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고 조폭집단과 같은 떼거리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를 지배한다. 이런 정당구조 속에서 나오는 정치구조 또한 군사적, 또는 준군사적이다. 이런 모습은 진보를 내세운 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시정해야 할 일이다.  

국회의원은 대부분 당선만 되면 유권자를 향해 갑질을 한다. 개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비민주적인 국회의원보다 더 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면서 실정법과 맞지 않는 시행령을 만들어 행정 독재를 자행했다. 예를 들어 노동 개악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인터넷 언론 등록 강화 등은 모법을 제쳐놓고 위헌 소지가 다분한 시행령으로 밀어 부친 대표적인 행정 독재의 사례들이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헌법적 권한을 악용해 온갖 특혜를 자신들에게 부여한 법을 만들어 놓은 것도 군사문화를 연상케 한다. 국민을 하늘로 섬기는 정치 머슴이 아니다. 국회의원만 당선되면 그 혜택이 너무 엄청나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으로 비유될 정도다. 이런 특혜를 미끼로 당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르고 당선되면 다음번 공천을 받기위해 졸개 국회의원으로 전락한다. 초선의원들은 당내, 원내에서 발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바로 이른바 ‘짬밥’을 앞세우는 군사문화의 그것이다. 군사문화의 뿌리 일부는 국보법에 닿아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국보법이 북한 바로 알려는 노력을 불온시 하면서 생기는 폐해는 심각하다. 이는 전 사회적으로 북한에 대한 무지를 보편화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환상이나 북한에 대한 오해를 심화시킨다. 이 사회의 극좌나 극우가 가진 북한에 대한 환상은 심각하다. 북한의 선전처럼 지상낙원으로 여기거나 미국과 맞장 뜰 수 있는 군사 초강대국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오해는 수구세력의 반북선전을 맹신하면서 북한을 증오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연결된다. 

북의 핵이 남한을 겨냥한 것으로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과 같은 외세라는 변수를 배제한 채 남북 대결적 시각만으로 북한을 평가하고 결론 내는 식이다. 나아가 미국이 없으면 남한은 존재할 수 없다는 그런 논리로 연결된다. 남북이 평화통일을 통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북한을 접근하면 그 해답은 자명해진다. 그러나 그런 노력 자체를 범죄시 하는 시각이 완강해, 북한의 실상에 무지하고 그에 따른 심각한 오해나 환상이 온존한다. 이는 국보법의 음흉한 노림수로 해석된다. 북한에 대해 환상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국보법을 발동할 구실이 되는 것이고 북한에 대한 맹목적 증오나 적개심을 갖는 것 또한 국보법의 존속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국보법에 의해 남한에서는 ‘북한이 이런 점은 문제지만 이런 점은 잘했다. 매우 훌륭하다’는 식의 표현이 공개적으로 나온 적은 거의 없다. 정치권, 언론이 특히 그렇다. 언론은 북한의 호전성, 도발성을 강조하는 국방부, 국정원의 자료를 받아쓰는 데 익숙한 체질을 지니면서 남북 군사문제에서는 철저하게 한미 당국의 발표를 선전홍보 하는데 앞장선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남북전면전의 도화선이 되고 그럴 경우 수도권 2천 여 만 명의 생명과 재산이 위태롭게 되지만 언론은 거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중국에 대한 미국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구실이나 불쏘시개로 이용되고 있는데도 언론은 이를 한반도, 한민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다 국보법에 의한 세뇌와 자기검열 탓이다. 

중국이 사드보복 조치를 남한에 취하고 북에 대해서도 핵과 미사일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되면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변수가 냉전시대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이런 점을 남한 정치권이나 언론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권은 21세기에 걸 맞는 대북, 대 외세 정책을 추진하고 언론도 지구촌 차원의 정보화 시대, 4차 산업시대에 맞는 한반도 환경 조성을 위한 보도를 해서 국내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체질 전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동시에 국보법이 하루 빨리 없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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