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뉴스타파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주장을 담은 영화에 대해 3번째 검증을 했다고 밝혔다. 18대 대선이 조작되었다는 주장을 담은 영화 "더 플랜"과 누군가가 고의로 앵커를 내려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그날 바다"에 대한 검증에 이어,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 "유령선"에 대해 검증을 했다. 뉴스타파가 검증한 것은 위 세 개의 영화에서 주장하고 있는 음모론이다. 결론은 그야말로 음모론은 그저 음모론일 뿐, 근거 없는 위험한 주장이라는 사실이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김어준 총수의 영화에 대해 검증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는데, 김어준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영향력이 매우 크기에 적절한 견제와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최승호 PD가 적확하게 지적한 부분은, 김어준 총수의 태도와 대중들이 그에게 보여주는 관대한 태도이다.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칩니다. 때로는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시합니다. 대중들은 그의 이런 행동방식에 대해 매우 관대합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가 언론이 얼어붙었을 때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PD수첩에서 쫓겨나 아무 일도 못할 때 <나꼼수>의 역할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를 구하러 나타난 어벤저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날 김어준 총수의 영향력은 그동안 언론이 보여준 행태에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B급을 자처하는 딴지일보의 김어준이라면 개인적 상상에 근거한 음모론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 PD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얼어붙었을 때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라는 기발한 매체를 통해 거의 유일하게 목소리를 냈던 김어준이기에 지금 현재 김어준은 기존 언론사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언론이 되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그는 기성 언론과 사회에 대해 똥꼬 깊숙이 똥침을 놓는 풍자와 해학의 광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많은 일반 대중들이 그를 언론인이라 생각하며 그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존재가 되었기에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져서는 안 되고,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타파의 문제의식과 지적은 적절하다. 하지만 이것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대놓고 기성 언론과 사회를 조롱하는 것을 표방한 딴지일보이기에 김어준은 언론의 책임감을 가질 의무도 이유도 없다. 마음껏 질러대는 그의 행보에서 대중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것은 그만큼 기성 언론이 책무를 방기 했기 때문이다. 딴지일보의 출발점을 상기해보면, 그리고 김어준의 일관된 태도를 보면, 그가 자신의 태도를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기성 언론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론인을 자처한 적도 없다. 그렇기에 그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책무를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어준은 그냥 김어준이니 그가 변하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B급 광대를 표방하는 사람이 이렇게 영향력을 갖게 된 것 자체가 비정상인 사회이다. 얼마나 언론이 엉망진창이었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네덜란드에서 4명의 기자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설립한 언론사인 "드 코레스폰덴트"는 기존 언론의 문법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새로운 언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선과 변화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언론계에도 이처럼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으면 한다.

‘드 코레스폰덴트’의 웹사이트에는 이런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드 코레스폰덴트는 끊임없는 뉴스의 흐름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며, 선정적이고 눈길을 끌만 한 헤드라인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건설적인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최근 제기된 불안이나 폭로된 사안들에 대해 추측하지 않고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김어준이 유력한 언론이 되어버린 한국 언론계 지형에서 모두들 꼭 한번 참고해 볼만한 문구가 아닌가. 김어준을 한시 빨리 원래의 B급 광대 모습으로 돌려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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