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恨) 
 -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뻗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위로 뻗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설움이요 전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술을 좋아 하는 박재삼 시인에게 한 후배가 충언을 했단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십시오. 건강을 생각하셔야죠.” 그러자 시인이 대답했단다.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술도 중요하다네.”

 나도 술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봐 두렵다. 그런 상황은 내게 지옥일 것이다.

 술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음식이라고 한다. 마실 때는 물이지만 마시고 나면 불이 되는 술. 모든 생명체는 물과 불의 만남이다. 그 둘이 만나면 생명이고 흩어지면 죽음이다. 

 그래서 인류는 오랫동안 신을 만날 때 술을 마셨다. 목으로 술이 넘어가며 우리는 서서히 접신(接神)이 되어가는 것이다. 

 술을 마시며 불꽃이 되었던 시인. 불꽃이 된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다. 가슴에 한(恨)이 있다.
   
 ‘감나무쯤 되랴,/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위로 뻗어가서/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그러나 그 사람이/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전생의 내 전설움이요 전소망인 것을/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사랑은 늘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일찍이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하지 않았던가.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워도 가까이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19로 인해 떼죽음을 당하는 사람들. 우리의 가슴은 너무나 아프다. 하지만 우리는 견디기 위해 외면한다. 모든 인류의 아픔을 담기에는 우리의 가슴은 너무나 작지 않은가!

 코로나 19 이후엔 서로 아픔을 나눌 만큼 작은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인류가 노자가 말하는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도 서로 왕래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소위 ‘선진국들’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를 향해 시민들이 데모를 했단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아, 그게 자유란 말인가? 코로나 19로 인해 비상사태인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가치란 말인가!

 죽음을 불사하고 술을 마시고 춤추는 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되건 말건 마음껏 쾌락에 탐닉하는 게?  
 
 그건 자본주의,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세뇌한 사이비 자유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쾌락, 오로지 소비의 쾌락에 빠져 사는 인간을 탄생시켰다.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건 불꽃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충만해지는 것이다. 죽음까지 품으며 영원히 타오르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공부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말을 한다. 

 그건 단편적 지식 위주의 교육에 익숙한 사고다. 단편적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굳이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온라인의 스타 강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지식을 예쁘게 포장하여 우리 머릿속에 쏙 집어 넣어준다. 그런 강사들이 TV에서도 유명인들이 되어 있다.

 원래 공부는 삶 그 자체다. 공부에 건강은 이미 포함되어 있다. 몸과 마음, 사회의 건강이 공부다. 불꽃이 되어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인간이 교육의 목표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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