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절 행사가 열린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그간 세간에 나돌던 ‘건강 이상설’이 불식되긴 했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비교적 장기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예외 없이 궁금증을 넘어 괴담이나 음모론이 되풀이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20일간 잠행(?)에 들어가자 대북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에서 호들갑을 떨면서 ‘신변 이상설’, ‘후계구도설’, ‘코로나19 감염설’ 그리고 ‘통치술 일환설’ 등을 퍼트렸다. 자료에 의하면, 김 위원장이 과거에도 20일 이상 잠행한 경우가 4차례나 된다. 이번 사례가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왜 ‘설’(說)들이 반복되는가?

물론 북측사회의 특수성이 있다. 북측사회가 외부세계와 단절된 폐쇄성으로 인해 내부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고 따라서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문제는 서로 아는 것같이 나서서 온갖 거짓정보와 가짜뉴스를 내지르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는 점이다. 냉전시대 때부터 정보기관에서 일하면서 소련을 담당하다 북한을 맡게 된 미국의 한 대북전문가조차 소련에 대한 정보활동이 ‘오픈 북(open book)’처럼 (쉽게) 느껴진다면 북한은 ‘퍼즐 조각 맞추기’처럼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 기회에 올바른 대북정보나 대북보도를 감별하는 방법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언론매체의 편향성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측에는 민족화해적인 언론과 민족대결적인 언론으로 대별된다. 대략 후자는 ‘북한 붕괴론’에 서있기 때문에 반북적인 보도를 하거나 특히 북측의 최고지도자에 대해서는 잘못되기를 바라는 듯한 ‘소망사고’적인 보도와 논평을 일삼기 마련이다. 북측에 대해 억측보도와 편파보도를 밥 먹듯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대북 대결적인 언론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댔다. 지어 조선일보는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거짓으로 판명되자, 새로운 건수를 잡듯 미국도 오발로 인정한 3일 GP총격 사건을 김정은 잠행과 연결시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 가능성으로 확대시켰다. 민족대결적인 언론의 대북보도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둘째, 대북보도에 있어 소식통이 단수냐 복수냐, 이다. 이 차이는 크다. 단수면 틀릴 확률이 절대적이며 복수면 좀 낫긴 하다. 이번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달 21일 미국 CNN이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 이때 소식통은 한 명이었다. 언론계의 오래된 속설대로 소식통이 한 명인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쓰레기일 뿐이다. 더욱이 대북소식은 이편과 저편과의 크로스 체크를 하기가 쉽지 않기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북측에 대해 잘 모르기에 주장과 반론에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다.

셋째, 대북정보 취재원이 어디고 누구냐는 것이다. 물론 정보 취재원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도 중요하다. 첫 보도를 한 데일리NK는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이 묘향산지구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때 인용한 익명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묘연하다. 최근 대북정보는 탈북민으로부터 많이 나오는 편인데, 탈북민이나 북한 내부 소식통은 모두 과장되게 말하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생활과 신변을 이들이 알리는 만무하다. 특히, 이번 와중에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은 김 위원장이 “일어설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고, 지성호 당선인은 한발 더 나아가 “김정은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한다”고 말해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넷째, 정부당국의 정보가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부가 그간 축적해둔 인적 물적 자료와 정보가 가장 방대하고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이다. 남측 정부는 일관하게 ‘북한 내부 특이 동향 없음’을 발신했으며, 그래도 여러 설들이 확산되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을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유행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현상), ‘가짜뉴스’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말 많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교적 절제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불확실성을 키운 면이 적지 않다.

다섯째, 북측의 반응이다. 외부에서 건강 이상설이 한창일 때 북측 매체는 김 위원장의 동정보도, 즉 외국 정상과의 서신교환 그리고 근로자에 대한 감사, 생일상 전달 등을 전했다. 일상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북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 북측 보도를 애써 외면하거나 과소평가했다. 특히 북측은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이래 ‘정상국가’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미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 사달이 났다면 북측은 바로 공표했을 것이고, 설사 아직 발표를 하지 않았다면 외부세계는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궁금증은 외부에서는 이리 난리인데 북측은 왜 바로 나서 증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온당하지 않다. 한마디로 북측에겐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시시콜콜 답하지도 않는다. 역으로 묻자. 외부가 만든 일에 북측이 왜 끼어드는가? 실제로 외부세계에서 나도는 주요 인사들의 유고설에 대해서도 북측은 특별한 반응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한때 현송월, 최룡해, 김경희 ‘숙청설’이 나돌았으나 북측은 바로 해명하지 않고 때에 맞춰 인물을 등장시켜 불식시켰다. 이번 김 위원장의 등장처럼 북측은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을 밝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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