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거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였다. 민주당이 압승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겠지만 남북문제 전문가로서는 국민들이 민주당의 당론인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지지를 표했다고 해석하고 싶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효율적인 대응, 야당의 무능과 몰역사 의식 등도 중요한 승리 요인이겠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어려운 시기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코로나19를 포함하여 한반도의 ‘불안정한 구조’를 타파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되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유지와 경제살리기에 성공한다면 2022년에 치러질 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승리하겠지만 만일 반대라면 모든 것을 잃고 비운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향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외교, 남북관계 등 모든 사안에 있어서 개혁적이고 전향적인 정책을 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보수와 야당은 민주당의 성공을 저지하기 위해 실수하기만을 학수고대하면서 발목잡기를 지속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한 미국과 중국의 장벽을 넘고 남한 극우세력의 준동, 이로 인한 남북관계의 경색 등을 헤치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절대로 오만하거나 자만해서는 않된다. 국민들은 정권을 만들 수도, 뒤엎을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자 변화무쌍한 생물이다. 지금의 지지가 언젠가는 비수가 되어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민주당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지평을 좀 넓힌다면 진보진영 전체도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가 토인비(Toynbee)는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창조적 소수’를 중시했지만 창조적 소수의 오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일단 도전에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자신과 자신이 창조한 제도를 우상화함으로써 창조성과 지도력을 잃게 되면서 문명이 쇠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소수가 ‘지배적 소수’로 전락하면 즉, 오만하면 새로운 문명은 자기 결정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절대로 오만해서는 안 되지만 승리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초심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미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다. 김구 선생님의 바람대로 한반도에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운 나라는 강대국 누구도 우리를 대신하여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한민족이 주인이 되어 아름다운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민족은 그럴 처지가 못 되고 있다. 일체의 남북대화가 중지되어 있고 주변국들은 이를 즐기면서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선량이자 엘리트이고 지성인이다. 지성인이 된 민주당 의원들은 퇴행적 구조의 타파를 위해 나서야 한다. 그것이 역사적 소명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민족의 비애가 어디서 왔고 그것을 고착시키는 구조가 무엇인가를 직시하여 그것을 타파하는 데 전위대적 역할을 해야 한다.

강대국 중심의 패권 구조는 타파되어야 한다. 구조타파는 혁명적 상황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마냥 때를 기다린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칠 창조적 지성인이 필요한 이유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지식인이 지성인이다. 현실은 암담하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동굴탐사자처럼 더듬거리면서 끝을 향해 목숨을 걸고 가는 것이 지성인이다.

우리 사회에는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와 같은 지식인들이 너무 많다. 국민을 호도하는 거짓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지식인, 일신의 영달을 위해 보수와 진보를 왔다 갔다 하는 지식인, 출세를 위해서는 조국과 민족도 기꺼이 팔아먹는 지식인, 이타심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지식인 등등.

사도 바울은 일찍이 ‘행동하는 신앙’을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그람시(Gramsci)는 ‘행동하는 지식인’ 즉, 대중과 함께 하는 ‘유기적 지식인’을 주장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주장했다. 바울은 믿음을 실천하다 로마황제에 의해 처형당했다. 그람시는 무소리니에게 저항하다 옥중사를 당했다. 독일의 본 훼퍼(Bon hoeffer)는 지성을 실천하다 히틀러에게 처형당하였다.

고초를 당한 지성인들의 공통점은 독재에 항거하거나 약자를 위해 살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버린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등을 비롯해 김구, 여운형, 김규식 등 수많은 의사와 열사들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변혁적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 동학군처럼 나라와 민족을 구하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다 의사와 열사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지배그룹 지식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욱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을 “대중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중 속으로 들어가 같이 호흡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논리를 창출해 내야 한다.

그람시의 말처럼 지성인은 “자신의 논지를 반복하는 데서 지칠 줄 몰라야” 하고 “대중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람시는 ‘진지전’을 매우 중시했다. 그 수단은 지속적인 교육이었다. 단기적인 선전·선동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변혁적 지식인’ 개념을 내세운 교육학자인 지루(Giroux)는 대학에서 ‘노동계급’을 팔아먹고 사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을 비판했다. “억압적 지식과 실천에 저항하는 집단이면 어떤 집단 출신이건, 어느 집단과 일하건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진보세력을 아우르는 아량을 보이고 이를 결집하여 한반도의 억압 구조 타파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진정한 창조적 소수가 되는 것이고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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