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민주당 지도부가 21대 총선 압승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튜브 캡쳐]

미국의 동아시아정치 전문가가 16일(현지시각) “한국은 이제 ‘리버럴 국가’(Liberal Country)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총 300석의 3/5)을 획득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한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리버럴’은 통상 민주당 지지자 또는 진보주의자를 뜻한다.

워싱턴 DC에 있는 로펌 「코브레 &김」 소속 네이선 박(한국명 박상윤) 변호사는 이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실은 글을 통해 “문재인의 압승(crushing victories)이 그 나라의 정치 지형을 영구적으로 재편했다”고 봤다.

다수 정당이 난립하는 한국 역사에서 단일 정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2004년 열린우리당(152석), 2008년 한나라당(153석)뿐이다.  

단일 정당이 전체 의석의 3/5을 차지하는 경우는 더욱 찾기 어렵다. 4.19혁명으로 독재자 이승만을 축출한 직후 양원제로 치러진 1960년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이 민의원에서 175석(총 233석)을 획득한 바 있다.    
 
네이선 박은 180석은 국회선진화법이 규정한 장벽을 넘어설 수 있어 “절차상으로 중요한 벤치마크”라고 강조했다. “문재인과 여당은 그들의 오랜 목표들인 사법개혁과 차별금지법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21대 총선의 의미는 이런 단기적인 성과를 훌쩍 넘어선다. 

최근까지도 한국은 ‘보수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논객 유시민은 “한국에서 리버럴이 된다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과거 리버럴 진영의 승리는 중도 보수와 전략적으로 연대(DJP연대)하거나, 보수가 내전에 빠졌을 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수 진영이 단일전선을 형성했고 당명도 통합당이었다”고 네이선 박은 지적했다. 21대 총선의 투표율도 1992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가장 높은 66.2%였다. “총력전”에서 “민주당은 전례없는 승리를 거두었고 통합당은 참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네이선 박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한 정당의 전국 선거 4연승도 처음이라며 “이러한 승리들은 단기적 전술적 이동이 아니라 근본적 재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은 선거 때마다 리버럴이 ‘새로운 주류’(new mainstream)가 되는 중도좌파국가로 한국을 조금씩 이동시켜 마침내 리버럴 쪽으로 운동장을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에 잘 대처했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췄다. 반면, 보수세력은 점점 더 남동쪽에 있는 지역 거점에 갇혀서 “오래되고 편협한 정당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선 박은 “역동적인 한국 정치에서 최종적인 것은 없”으나 “한국의 보수세력이 이 구멍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북좌파’라는 비난 외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찾아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승리로 우리는 ‘레이건 혁명(Reagan Revolution)의 한국판’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적 경로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는 선거 승리”라는 것이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한국 총선 기사의 초점을 문재인 대통령에 맞췄다. 

이화여대에 재직중인 레이프-에릭 이즐리 교수는 “문재인은 당파주의와 스캔들과의 싸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과학에 기반한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강조하는 꾸준한 리더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국제무대에서 정책 기획과 실행, 협력의 긍정적 본보기로서 한국을 대변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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