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후 미 정찰기의 우리 영공 비행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의 전략적 행동을 사전 포착‧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말 그럴까. 미 정찰기는 북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2월 11일 기사다. 한반도 상공에서 한동안 뜸했던 미 정찰기의 공개 활동이 최근 다시 잦아지고 있다. 11일 해외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전날(10일) 미 해군의 P-3C 오라이언 해상초계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펼쳤다. 최근 1주일 새 5번째 미 특수정찰기의 공개 작전이다. 지난 5일 E-8C 조인트스타스(JSTARS)와 EP-3E에 이어 6일 RC-12X, 7일 다시 E-8C가 번갈아가며 한반도 상공에 등장했다.1) 그러나 북의 움직임은 없었다.

2월 21일 기사다. 한반도 상공에서 어제(20일) 하루 최소 5대의 미군 정찰기가 포착됐다. 민간 항공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미군의 ‘RC-135W 리벳 조인트’와 ‘E-8C 조인트 스타즈’ 정찰기가 이날 한국 상공 각각 3만1천 피트와 2만9천 피트에 전개됐다고 밝혔다. 또다른 항공추적 트위터 계정인 ‘노 콜사인(No Callsign)’과 ‘캐네디언 스카이 와처(Canadian Skywatcher)’도 ‘리벳 조인트’와 더불어 ‘드래곤 레이디’로 불리는 미 공군의 고고도 정찰기 ‘록히드 U-2’의 한반도 상공 출현을 알렸다. VOA(미국의소리)도 20일 밤 늦은 시각, 또다른 미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포착했다.2) 역시 북의 행동은 없었다. 미국의 목표가 북이라면 그들은 연속 두 번이나 헛스윙을 한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3월 2일 북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시험 발사하자, 미국은 하루 뒤에야 정찰기 1대를 띄웠다.3) 이번에는 뒷북이다. 그리고 3월 9일, 북이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3발을 시험 발사했을 때에야 비로소 미 정찰기는 하늘에 떠 있었다. 네 번 만에야 겨우 시기를 맞춘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북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찬찬히 보자.

2월부터 미국이 겨냥한 것은 중국이었다. 미 정찰기가 우리 상공에서 집중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직후인 2월 12일, 미 전략폭격기 B-52H 2대가 대만 주변 해역에 출격했다.4) 그리고 15일 미 해군의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즈빌(CG-62)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5)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2.11) 국가적 위기에 처한 중국을 거세게 두드린 것이다.

또한, 미국은 2월 12일에서 28일까지 미국, 일본, 호주의 대규모 항공 군사훈련(코프 노스)을 벌여6) 중국 압박에 더욱 힘을 넣었다. 정찰기 5대를 우리 상공에 올렸던 2월 20일은 그 훈련 기간과 겹친다.

그럼, 3월 9일의 정찰은 어떤 배경을 가진 것일까. 3월 8일 기사다. 평택 주한미군기지에 미 육군 특수정찰기 RC-12X 5대가 추가 배치됐다. 이 정찰기는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곳과 그 주변의 신호첩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임무다. RC-12X 정찰기가 한국에 무려 10대나 배치되고, RC-135W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7)

그러나 미국이 ‘공격’한 것은 중국이었다. 3월 10일 미 구축함 맥캠벨함(DDG-85)이 중국의 시사(西沙) 영해로 들어섰다. 13일에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LHA-6)이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14일에는 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이 남중국해의 중사(中沙)군도 수역으로 들어갔다.

이어 15일부터 18일까지 루스벨트함과 아메리카함 등이 남중국해에서 ‘원정 타격부대’ 행동 훈련을 전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8일과 19일 사이엔 괌의 앤더슨 기지와 일본의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와 KC-135 공중 급유기, 그리고 전자정찰기 RC-135와 EP-3 등을 포함한 여러 군용기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했다.8)

지금까지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중국 압박용으로 사용한 ‘항행의 자유’ 작전은 중국과 주변국의 주장이 겹치면서도 중국이 실효지배하는 사실상의 중국 영해를 침범, 중국의 주장에 상처를 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항모전단 급 해상전력을 두 개나 동원했고 B-52폭격기에 공중급유를 하는 훈련까지 했다. 중국 본토를 타격하는 모의 연습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렇게 거칠어졌을까.

3월 9일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논의가 결렬되고, 3월 1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감산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그 여파로 미 세일석유 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면서 3월 11일 뉴욕증시에서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폭락을 거듭하여 지난달 고점(29551.42) 기준 20.3% 주저 앉았다.9)

절정까지 부풀어 오른 미국의 거품 경제가 코로나19라는 굵은 바늘에 터진 것이다. 결국 3월 15일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내리고,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달러 찍어 뿌리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 직후 미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고10), 미 국채 가격은 폭락했다.11) 달러 가치가 내려앉으며 달러 패권이 또다시 위기에 처하자 미국이 중국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한 것이다.

미 정찰기는 4월 4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4월 11일 기사다. 지난 한주간 한반도에는 여러 종류의 미국 정찰기들이 포착됐다. 4일과 7일, 10일에는 미 공군 소속 정찰기 ‘RC-135W 리벳 조인트’, 8일에는 미 해군 소속 EP-3E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는 사실이 항공 추적 전문 트위터 계정 등을 통해 전해졌다.12) 그 직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4월 10~11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베리함(DDG-52)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사실상의 휴전선인 중간선의 중국 측 해역으로 항행했다.13) ‘전쟁을 멈춘 선(휴전선)’을 넘었다는 것은 화약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3월보다도 현저히 과격해진 것이다. 왜 이럴까.

3월 23일 미 연준은 7,000억 달러로 정했던(3.15) 양적완화의 한도를 아예 없앴다. ‘무제한 달러 찍어 뿌리기’를 선언한 것이다. 현재 미 연준은 국채에서 신용카드 채권까지 거의 모든 증서를 사들이고 있다.14)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달러 가치 하락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는 상황에서 중국이 달러를 버리면 달러 가치는 무제한 추락할 수 있다.

미국 기득권층의 요즘 ‘상태’를 드러내는 글이 있다. 4월 13일 기사다. 미 해군의 군사잡지인 <프로시딩스(Proceedings)> 4월호에 ‘사(私)나포선을 풀어주라(Unleash Privateers!)’는 제하의 글이 실렸다.15) 여기서 ‘사(私)나포선’의 ‘사’는 공식 군대가 아닌 사적 영역을 뜻하고 ‘나포선’은 해적선을, ‘풀어주라’는 허가하라를 의미한다. 미국의 민간 상선에게 적국 상선에 대한 해적질을 허가하라는 말이다. 다시 기사로 돌아가 보자.

저자들의 주장은 미 해군 전략가들이 부상하는 중국 해군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더 많은 전함과 전투기를 건조해 중국을 압도적으로 누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제한된 국방 예산으론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중국은 취약하지만, 미국은 덜 취약한, 즉 중국의 비대칭적 약점을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중국의 상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중국 상선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얻게 되는 이익은 막대하다. 선박과 화물을 노획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국 경제가 글로벌 무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경제를 와해시키고 최종적으론 중국 사회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16)

미중 간 전략 균형에 바늘만한 틈이라도 보이면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 가능하다. 전쟁을 봉인한 병뚜껑이 열리는 순간, 주한미군기지가 있는 이 땅은 불바다에 휩쓸려 들게 된다. 군사주권을 되찾는 일은 우리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 가장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다.


<주>

1) 중앙일보 2020.02.11. 12:12 <北 도발징후 포착했나···발신기 켠 美정찰기 다시 한반도 떴다>

2) 미국의소리(VOA) 2020.2.21 오전 7:30 <미군 정찰기들 한반도 상공 잇단 비행...하룻동안 최소 5대 포착 '이례적'?>

3) 중앙일보 2020.03.03 16:01 <北 방사포 발사에 美 ‘통신감청' 특수정찰기 한반도 전개>

4) ~ 5) 연합뉴스 2020-02-16 12:10 <미국 군함, 대만해협 또다시 통과…미·중 긴장고조>

6) 미국의소리(VOA) 2020.2.29 오전 6:00 <주일미군사령관 “북한 최대 위협…연합훈련 그대로 진행”>

7) 뉴데일리 2019-03-08 18:42 <한반도 상공 떠다니는 美특수정찰기들 - 육군 정찰기 RC-12X 5기 평택에 추가 배치… 공군 RC-135W도 최근 비행>

8) 중앙일보 2020.03.23 10:06 <시진핑 코로나 승리 선언 이후…미군, 남중국해 매일 출몰>

9) 조선일보 2020.03.12 10:01 <11년만에 황소 떠난 美증시 “추가 하락 이어진다”>

10) 한겨레 2020-03-16 08:07 <미 연준 ‘제로 금리’로 1%P 전격 인하에도 선물 ‘-5% 제한폭’ 하락>

11) 뷰스앤뉴스 2020-03-23 09:06:55 <기재차관 "'제일 단단한 바위' 美국채마저 흔들리다니" - "천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 "미국 특단의 대책 빨리 나오기를">

12) 미국의소리(VOA) 2020.4.11 오전 4:00 <미 정찰기 이번주 한반도 출격 20여회…북 도발 연관성 주목>

13) 중앙일보 2020.04.12 12:56 <美이지스함, 대만해협 중국쪽 항행···이례적 루트로 경고 날렸다>

14) 중앙일보 2020.03.24 09:10 <위기는 중앙은행을 낳고 탈바꿈한다…'마지막 매수자'의 탄생>

15) ~ 16) 중앙일보 2020.04.13. <"상선 약탈 허용하자"···中해상 견제로 별의별 생각 다하는 美>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저서로 『미·중 충돌시대 한반도의 길』(통일뉴스, 201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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