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천국의 예감
- 전윤호

아이가 장난감 상자를 뒤집어 버린 듯
계절이 흐트러지고
폭우가 쏟아졌다
축대가 무너지고
길이 끊겼다
고립된 채 물바다가 된 마을들 이제 천둥과 번개가 가득한 하늘아래
빌딩들은 폐쇄되고
신전은 무너질 것이다
폐허마다 운명처럼
덩굴이 올라갈 것이다
은행들은 바오밥 나무를 껴안은 채 사라지고
관공서엔 보아뱀이 알을 품을 것이다
즐거운 열대우림
바지 하나 걸치고 바나나나무 위에서 살리라
그때를 위하여
잠시 불편한 지금을 참을 수밖에

 

나는 숲을 좋아한다. 어느 날 숲속에서 망연히 앉아 있다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숲에서 보면 나무들은 모두 기형이다. 멀리서 보면 한 그루의 나무 같아도 가까이 가서 보면 두 그루의 나무이다. 서로를 향해서는 여린 가지들이 뻗어 있고, 다른 방향으로는 굵고 강한 가지들이 뻗어 있다. 참으로 사이좋게 커가고 있다./뒤틀리고 비비꼬인 모습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들이다. 그래서 멋지다. 꾸불꾸불 길을 가다 훤한 허공을 만나 환희에 찬 모습들도 보인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치열한 삶이 일궈 낸 숲의 아름다움. 햇살을 받기 위한 뜨거운 열정들이 보기에 좋은 모습을 만들었다./땅 속에서도 땅 위와 같은 모습들을 연출할 것이다. 물을 향한 간절한 소망들이 얽히고설켜 있을 것이다. 서로 배려하며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다. 그래서 도를 찾는 사람들은 숲을 찾나 보다.’  

숲에서 깨어난 바이러스가 인간 세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숲을 마구 파헤친 인간의 업보다.

숲에서 평화롭게 산 원시인. 그들은 ‘신화적 사고’로 살았다. 신화학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신화적 사고를 ‘대칭적 사고’라고 했다.

자신과 상대방을 항상 ‘대칭’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인간, 다른 생명체, 사물이 서로 ‘대등’했다. 그래서 그들은 남을 해칠 줄 몰랐다. 이방인을 환대하고,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죽이지 않았고, 숲을 공경하며 대했다.

그렇게 그들은 3∼4만년 동안 평화롭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9천여 년 전에 인간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다른 부족을 침략하여 땅을 빼앗고 그들을 노예로 삼았다. 기생충이 된 지배계급은 더 많은 부를 쌓아갔다. 그들은 다른 사람, 다른 생명체, 사물을 오로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그 결과 그들은 ‘이성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그 결과 2백여 년 전에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인간의 탐욕을 위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인간은 스스로 신(神)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못할 게 없었다.

‘코로나 19’가 인류의 종말을 가져오는 듯하다.

전윤호 시인은 ‘천국’을 예감한다.

‘아이가 장난감 상자를 뒤집어 버린 듯/계절이 흐트러지고/폭우가 쏟아졌다/축대가 무너지고/길이 끊겼다/-/빌딩들은 폐쇄되고/신전은 무너질 것이다/-/은행들은 바오밥 나무를 껴안은 채 사라지고/관공서엔 보아뱀이 알을 품을 것이다/즐거운 열대우림/-/그때를 위하여/잠시 불편한 지금을 참을 수밖에’

하지만 ‘천국’은 오지 않고 인류는 과학과 기술을 통해 ‘코로나 19’를 종식하고 새로운 지상 낙원을 열어갈 것이다.

바이러스에 끄떡없는 인간과 세상을 창조해낼 것이다. 이미 ‘신’ ‘총균쇠’ ‘호모데우스’ 같은 문명사회의 사제들이 쓴 예언서들이 널리 읽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가는 인간(유전자 조작, 사이보그 등)’이 과연 인간일까? 인간의 마음이 사라져가는 인간이 사는 세상이 전정으로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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