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빅 브라더 
 - 서정춘

 어쩔 수 없네
 바쁜 길 걷다가 고샅길로 드네
 다급한 소피 시언코롬 보네
 어디서 하르른지 파르른지 인기척 있네
 찔금하고 이마 들고 우러를 보네
 모자 쓴 낮달이 아까 본 얼굴이네
 아까 보고 또 보네

 

평소에 하던 강의들이 다 휴강에 들어가 거의 매일 뒷산에 오른다. 봄, 꽃향기가 은은하다. 쉬엄쉬엄 산길을 간다. 살아있음! 산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하루에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몇 명씩 죽는다. 진단키트로 선제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선별하여 치료한 결과란다. 확진자가 나오면 그의 동선을 금방 파악하고 방역에 들어간다.

유발 하라리는 경고한다. ‘코로나 19’이후에 ‘전체주의적 감시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몸에 칩 하나 삽입하여 그 칩으로 전염병 감염을 파악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면 웬만한 전염병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이냐? 자유냐?’ 논쟁이 일어나고 떼죽음을 목격한 공포심은 ‘건강’을 택할 것이다.

몇 년마다 태풍처럼 몰려오는 전염병을 막아내고 일상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상의 파라다이스를 꿈꿀지 모른다.

거센 태풍이 불어오건 말건, 그 아래서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롱 포로롱 날며 일상을 즐기는 메추라기가 될 수 있다면 그 메추라기들의 즐거움이 최고가 아닌가!

하지만 인간이 메추라기의 즐거움으로 살 수 있을까?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고 나면 ‘일상의 즐거움’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뭔가 다 나은 것이 필요해!’ 항상 허기질 것이다. 깊은 권태와 우울감에 진저리 칠 것이다. 결국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마약에 탐닉하거나, 뭔가에 중독되거나...... 좀비가 되어 하루하루 생존해 갈 것이다.

우리는 전염병의 태풍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태풍을 타고 날아올라야 한다. 창공을 날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19’를 다른 나라보다 잘 막아내는 건, ‘촛불의 힘’이다. 수구세력을 몰아내고 민주정부를 세운 힘이다. 우리 하나하나가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었기 때문이다.

각자 대 자유를 누리는 대붕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메추라기가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 다른 생명체, 삼라만상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때 온다.

우리는 ‘빅 브라더’에 오랫동안 길들여졌다.

‘-/바쁜 길 걷다가 고샅길로 드네/다급한 소피 시언코롬 보네/어디서 하르른지 파르른지 인기척 있네/찔금하고 이마 들고 우러를 보네/모자 쓴 낮달이 아까 본 얼굴이네/-’

창공을 나는 대붕이 되면 달은 흙덩이 하나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는 아니지만, 시골 마을의 고샅길에서는 소피보는 게 흉이 아니라 천지자연의 운행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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