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빅 브라더
- 서정춘
어쩔 수 없네
바쁜 길 걷다가 고샅길로 드네
다급한 소피 시언코롬 보네
어디서 하르른지 파르른지 인기척 있네
찔금하고 이마 들고 우러를 보네
모자 쓴 낮달이 아까 본 얼굴이네
아까 보고 또 보네
평소에 하던 강의들이 다 휴강에 들어가 거의 매일 뒷산에 오른다. 봄, 꽃향기가 은은하다. 쉬엄쉬엄 산길을 간다. 살아있음! 산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하루에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몇 명씩 죽는다. 진단키트로 선제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선별하여 치료한 결과란다. 확진자가 나오면 그의 동선을 금방 파악하고 방역에 들어간다.
유발 하라리는 경고한다. ‘코로나 19’이후에 ‘전체주의적 감시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몸에 칩 하나 삽입하여 그 칩으로 전염병 감염을 파악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면 웬만한 전염병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이냐? 자유냐?’ 논쟁이 일어나고 떼죽음을 목격한 공포심은 ‘건강’을 택할 것이다.
몇 년마다 태풍처럼 몰려오는 전염병을 막아내고 일상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상의 파라다이스를 꿈꿀지 모른다.
거센 태풍이 불어오건 말건, 그 아래서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롱 포로롱 날며 일상을 즐기는 메추라기가 될 수 있다면 그 메추라기들의 즐거움이 최고가 아닌가!
하지만 인간이 메추라기의 즐거움으로 살 수 있을까?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고 나면 ‘일상의 즐거움’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뭔가 다 나은 것이 필요해!’ 항상 허기질 것이다. 깊은 권태와 우울감에 진저리 칠 것이다. 결국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마약에 탐닉하거나, 뭔가에 중독되거나...... 좀비가 되어 하루하루 생존해 갈 것이다.
우리는 전염병의 태풍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태풍을 타고 날아올라야 한다. 창공을 날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19’를 다른 나라보다 잘 막아내는 건, ‘촛불의 힘’이다. 수구세력을 몰아내고 민주정부를 세운 힘이다. 우리 하나하나가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었기 때문이다.
각자 대 자유를 누리는 대붕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메추라기가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 다른 생명체, 삼라만상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때 온다.
우리는 ‘빅 브라더’에 오랫동안 길들여졌다.
‘-/바쁜 길 걷다가 고샅길로 드네/다급한 소피 시언코롬 보네/어디서 하르른지 파르른지 인기척 있네/찔금하고 이마 들고 우러를 보네/모자 쓴 낮달이 아까 본 얼굴이네/-’
창공을 나는 대붕이 되면 달은 흙덩이 하나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는 아니지만, 시골 마을의 고샅길에서는 소피보는 게 흉이 아니라 천지자연의 운행임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