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에 대하여
- 황인숙

1
순수한 영혼과 타락한 현실간의 대립이
환멸, 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것이 뭐가 환멸이야? 자랑이지.
타락한 영혼과 순수한 현실, 의 대립, 이야말로,
하긴 순수한 영혼아, 네가 어찌 환멸을 알겠니?

2
영혼이란 게 몸 안에서
불덩이처럼 굴러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멀미가 난다.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아. 영혼이든 뭐든.

나는 영혼이
나뭇가지를 샅샅이 훑고 다니는
바람이라면 좋겠다.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온다. “운동하는 게 힘들지 않아? 몸도 안 좋은데...... .” 나는 속으로 ‘나를 아는 사람으로 착각하나?’ 했다.

할머니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고, 얼굴은 무표정했다. 나는 순간, 빤히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소리쳤다. “저리 가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왜 까칠하게 구냐는 듯이 나의 팔을 잡았다. 나는 획 뿌리치며 급히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는데, 할머니의 느닷없는 출현은 한순간에 공원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멀어져가는 할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아! 무슨 종교를 전도하는 거구나!’

내가 할머니와 말을 주고받았다면, 할머니는 서서히 나의 목줄을 죌 것이다. 그리고는 ‘무병장수하는 나라’로 나를 끌고 갈 것이다. 나는 그 할머니의 개가 되어, 아니 그 할머니가 믿는 신(神)의 개가 되어 지상을 떠나 ‘천국’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거꾸로 선 땅’이라고 했다. 한평생을 노역에 바치다 결국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인간에게 종교는 ‘믿음’ 하나로 젖과 꿀이 흐르는 영생의 땅을 약속한다.

우리는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순수한 영혼과 타락한 현실간의 대립’

현실이 강요하는 선과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악 사이의 끝없는 대립은 우리에게 환멸을 가져온다. 인간을 부정하고 생(生)을 부정하게 한다.

그러다 ‘순수한 영혼이란 게 몸 안에서/불덩이처럼 굴러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소유’에 바탕을 둔 체제다. 그 생각은 ‘자신이 영혼을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착각은 종교를 만나 점점 확고해지고, 결국엔 현실은 사라지고 종교만 남게 된다.

‘코로나 19’가 대유행하여 이웃이 죽어나가는 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성전에 모여 예배를 본다.

신을 만나려면 예수가 말했듯 다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 하는데, 무소유가 되어 생각이 텅 비어야 하는데.

무소유의 삶은 싫고 소유의 삶을 살면서 신을 만나려니 환상적인 신을 믿게 된다. 삶 전체가 거짓이 되고 허상이 된다.

나는 오랜 방황 끝에 인문학, 사회과학, 사회운동을 만나며 종교의 안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바세계(娑婆世界)를 벗어나는 길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때 나의 영혼은 ‘나뭇가지를 샅샅이 훑고 다니는/바람’이었다.

그전에는 도무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멀미가 난다./속이 울렁거려./토할 것 같아. 영혼이든 뭐든.’

아이들은 자연 속에 가만히 두면 주어진 것들 가지고 마냥 신나게 논다.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장난감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은 항상 부족하게 된다.

만일 우리가 ‘동심(童心)’만 고이 간직할 수 있다면 누구나 성인(聖人)이 될 것(이탁오)’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우리를 부족하게 만들어 새로운 것을 꿈꾸게 한다. ‘새로운 세상(신천지)’을 향해 끝없이 일을 해야 하고 소비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찾는 강박증 환자가 된다.

‘코로나 19’는 이런 비인간적인 세상이 끝장날 때까지 지상에 끝없이 변신하며 출몰하여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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