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극을 국제적인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겨서는 안 돼 – 미국이 관련 증거 밝혀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을 두고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현충탑 헌화·분향 도중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묻자 이같이 말하고 “정부의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2015년 3월에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강화도 해병대 부대를 방문해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몰래 침투해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었다. 국방부도 지난해 3월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천안함 사건’ 또는 ‘북한에 의한 폭침’으로 불리는 이 비극은 10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이래 아직도 유가족이 대통령에게 그 원인에 대해 물어보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살피면 안타깝다.

천안함이 반파·침몰해 46명의 해군 승조원이 사망한 비극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1번 어뢰’가 천안함 아래 수중에서 폭발해 버블제트의 위력으로 배가 두 동강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물어 북한에 대해 이른바 ‘5.24조치’를 취해 남북관계를 사실상 차단했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까지 취해 이 사건은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한 핵심 요인의 하나가 되어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정권이 두 번 더 바뀌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진상규명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예훼손 재판을 10년째 받고 있고 그 과정에서 법정 증언대에 선 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언론은 이의 보도를 외면하고 있다.

유가족 등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가해자가 불분명한 영구미제 사건으로 여전히 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그 발생 원인에 대한 공식발표를 한 뒤 나온 국제기구에 성명 등에서 그 가해자가 언급되지 않았고 그 상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즉 2010년 7월 발표된 유엔 안보리 의장의 천안함 관련 성명에서는 이 사건의 행위자를 명시하지 않았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성명과 아세안+3(한.중.일) 의장성명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을 뿐 북한을 지목해 비난하거나 북한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연합뉴스 2010.7.22)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북한은 이 사건과 북한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남측의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비극은 피해자는 있는데 아직 그 가해자는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상태다. 모든 비극적 사건 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 등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의 경우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사건 발생 당시 그 현장인 서해북방한계선(NLL) 지역의 상황을 살피면 사건 원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즉 NLL 지역은 국제법적 근거가 미흡한데다 남북한 충돌이 잦은 지역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군사정보 탐지 체제가 항상 물 샐 틈 없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당시 그 부근에서 한미합동해상군사훈련이 전개 중이어서 최첨단 군함 수십 척이 포진해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감쪽같이 공격하고 도주하는 것을 상정키 힘들다.

만약 이 비극에 대한 조사에서 가해 북한 잠수정을 붙잡는 등의 방법으로 그 정체와 함께 침공 및 도주 루트 등을 밝혔다면 북한의 부인이나 다른 국가들의 이의제기 등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문 대통령이 최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장에서 그 피해자 가족의 갑작스런 질문 공세를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청와대나 국방부가 사건 발생 후 북한의 명백한 소행이라는 과학적 근거 등을 제시했더라면 오늘날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이 진행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해양강국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이런 모습이 외국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를 생각하면 그것은 국격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다.

돌이켜 보면, 사건 직후 국방부와 청와대가 북한에 의해 청와대 폭침이 자행되었다고 인식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할 때 한미연합해상군사훈련인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전개 중이었고 천안함도 거기에 참여했었기 때문이다. 이 훈련은 북한의 남침을 가상해 벌이는 것으로 실전과 다름없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실전처럼 치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훈련 과정에서 북한의 대응을 면밀히 살피 탐색작업도 병행되는데 이는 북한의 대응능력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도 한미군사훈련을 북침연습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한미가 훈련을 전개하는 동안 그에 대응해 방어 및 공격과 같은 대응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천안함이 사건 발생 직후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중요하다. 이 보고 내용은 국방부에 의해 다른 함정으로부터의 북한 공격 가능성 등에 대해 점검한 뒤 대응태세 등을 종합적으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천안함 사고 직후 한국 공군기가 현장으로 출격해 괴물체를 포착해 추적했으나 새떼를 오인했었다는 것은 널이 보도된 바 있다. 공군기가 출동했다면 서해 휴전선 해상과 지상 그리고 첩보위성의 탐색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 결과라라고 보아야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해상과 지상, 공중에서는 상시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동향 등을 탐지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군사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된 적은 거의 없다.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이런 탐지기능이 작동한 것은 물론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에 참가했던 한미 함정 등이 북한의 공격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대응했을 것이라는 점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북한의 대남 군사력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 발생에 대해 북한 잠수정의 침공 등에 대한 탐색 작업이 신속하고 치밀하게 수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군 전투기가 현장으로 출격했지만 북한 잠수정이 아닌 새떼로 확인된 것은 이런 탐색작업이 마무리된 최종단계로 추정된다. 그러면 당시 상황은 어떻게 종합적으로 결론이 났을까? 이는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했느냐 하는 것에서 그 내용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서는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2020년 3월 26일 ‘천안함 10년 2심재판서 밝혀진 의혹 8가지’에서 상세히 밝혔다. 기사 원문의 해당 부분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지난 2019년 5월16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해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처음엔 자신도 어뢰피격이라는 주장을 미심쩍어 했으며, 최초 보고는 좌초였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처음엔 좌초로 비슷하게 보고받았다. 해군이 정확한 사고사실을 몰라 저한테 애매하게 보고됐고, 제가 대통령께도 (좌초라고-기자 주) 말씀드렸더니 이 전 대통령이 ‘이거를 북한의 행동이라고 어떻게 확인할 수도 없는 것이니 정확히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조사하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최원일 천안함장을 만나 물었더니 울면서 어뢰피격이라고 해 그 때부터 어뢰라고 확인(판단)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북한 공격이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했다. ---

이 기사와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이 미군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이다.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실시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에는 미국의 최첨단 해군함정인 이지스함 2척 등 다수의 함정이 참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시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천안함을 공격했다면 미국은 그것을 미군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이 가동 중인 NLL 부근 첩보위성 등을 가동했을 때 북한 잠수정이 천안함 공격 후 도주 또는 북한 해군기지로 귀환하는 과정 등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했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군의 대응만이 국방부 발표 등으로 공개되었을 뿐이다.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한 것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시작된 신상철 전 민·군 천안함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는 10년째 벌어지고 있는 이 재판의 지난 4년 여에 걸친 항소심 재판에서 확인된 사실을 아래과 같이 위의 자신의 기사에서 보도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최초 보고가 좌초였으며 이명박 대통령에도 그렇게 보고했다고 증언했고, 생존자진술서 원본을 보면 58명 가운데 24명이 ‘충격’이었다고 진술했다. 천안함 선체를 인양한 업체 책임자는 폭발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구조하러갔던 UDT대대장은 최초 수색 때부터 선체 절단면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부 백서에 나온 함수의 수심과 위치에 오류가 밝혀졌다. 천안함 프로펠러가 저절로 부러졌다는 법정에서의 해군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절단기로 절단했다고 실토했다.---

이상과 같은 사실을 토대로 할 때 한미 연합해상군사훈련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해 정부가 발족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은 수준 미달이어서 의혹을 자초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 결과 그 피해자들은 물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아직도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식이어서 그 의혹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내용으로 볼 때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 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방치되는 것으로 그것은 정부가 취할 선택이 아니다. 흔히 그러하듯 ‘북한이 아니면 누가 그랬겠어?’ 하는 방식으로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내용은 여기저기에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형국인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제시된 바 있다. △미국과 한국의 최첨단 이지스함 등 다수의 군함이 포진해 있는 합동군사훈련 상황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 잠수정이 무사히 도주했다는 추리는 일반적인 군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 △사고 해역은 잠수함 운항이 자살행위라 할 만큼 악조건이라는 점,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는 상황에서 배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 가운데 폭음에 의한 고막 파열이나 물기둥에 의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천안함 파괴 상태가 어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 △어뢰에 붙어 있던 조개껍질이 천안함 사고 발생이전에 부착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 등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쪽이 미국이다. 미국은 사고 당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참가 차 이지스함 등 첨단 함선 다수가 참가한 것은 물론 첩보 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사고 해역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고 있었을 터이지만 지금껏 이 사건과 관련한 당시의 정황이나 기록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천안함과 관련해 갖가지 루머가 떠돌게 만드는 결정적 실마리가 되었다.

한국 언론이나 정치권이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듯한 미국의 천안함 사고 관련 내용은 사건 발생 두 달 여 만인 그 해 6월초 처음 나왔다. <AP통신>은 2010년 6월 5일(현지시간) 천안함 침몰 당시 한국과 미국 양국군이 사건 발생장소에서 75마일(120㎞) 떨어진 곳에서 합동으로 한국잠수함을 표적으로 대잠수함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주한미군 대변인인 제인 크라이튼 대령이 “한미 양국군의 대잠수함 훈련이 3월 25일 저녁 10시에 시작돼 천안함이 침몰한 다음날(26일) 저녁 9시에 끝났다”고 말했다면서 이 훈련은 천안함 폭발 때문에 종료됐다고 덧붙였다.(뷰스앤뉴스 2010.6.7)

이를 볼 때, 천안함 사고의 진상은 미국이 입을 열어야 제대고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침묵 속에 사고 한국정부 주도로 조사가 마무리된 결과 북한의 ‘스텔스 잠수정이 이지스함의 탐지 기능을 완전 무력화 시키고 최첨단 어뢰로 공격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세계 무기 시장에 대 지각 변동이 생겨야 했지만 지난 10년 간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이 막강한 방어벽을 뚫을 수 있고 공격이 가능한 최첨단 무기를 발명했다면 세계 무기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을 것이란 가설이 제기될 법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상황이 확인된 적은 없다.

정부의 허술한 조사 결과의 치명적인 약점은 천안함 피해의 ‘가해자’를 국제법을 충족시킬 수준에서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이 국제적인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기게 되었다는 불행한 사실이다. 사고 원인이 불분명한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것은 희생된 장병들을 욕되게 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북한의 반발도 뒤따랐는데, 남측 정부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물밑 교섭에서 천안함 사고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구걸했던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천안함 비극 10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남북 관계는 완전 중단 상태이고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가 강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해 지구촌 차원의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으나 개성공단의 마스크 생산 시설 가동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단과 대립의 비극이 어떤 지경인지를 실감케 하는 현상의 하나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공명정대한 재조사를 통해 희생된 46인의 장병이 미제 사건의 희생자라는 불명예를 씻어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를 위해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상을 규명해서 만약 북한의 책임이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결론이 날 경우 남북 평화공존과 통일의 방안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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