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사나운 짐승 
 - 구상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찔끔 놀라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때마다
 거울에다 얼굴도 마음도 비춰 보면서
 스스로가 사납고도 고약한 짐승이
 되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코로나 19’로 하루에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이탈리아를 보며 경악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일본의 크루즈 집단 감염, 미국의 대 확산을 볼 때는 ‘원래 그 나라들은 말만 선진국이지 야만적인 나라 아니었어?’하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유럽에 대해 가졌던 ‘선진국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은 다 어디 간 거야?’

 반면에 ‘헬조선’이라 여겼던 대한민국은 예상외로 잘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애국심’이 생기는 요즘이다. 

 역동적인 우리의 대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데모를 하면 세상이 바뀝니까?”라는 질문에 “네, 바뀝니다. 데모하는 사회로 바뀝니다.”라고 대답했단다.   
 
 아, 바로 이거였구나! 우리의 선방의 힘은. 

 ‘촛불의 힘’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이 정부로 하여금 이 땅 곳곳에 깊이 뿌리박은 적폐들을 청산하게 하는 힘은 계속 피어오르는 촛불의 힘일 것이다. 

 수구세력들의 무차별적인 ‘바이러스 공격’에 나라 전체가 흔들릴 때도 촛불을 피워 올렸던 시민들(네티즌들)은 떨쳐 일어났다.    

 데모를 하면 인간이 새로이 태어난다. 

 지배세력에게 굽실거리던 허리를 빳빳이 펴고 세상을 보게 된다. 세상의 실상이 훤히 보인다. 가야할 길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역사의 강물을 이룬다.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향해 도도하게 흘러가게 된다.  

 미국, 일본 나아가 유럽의 국가들은 오랫동안 데모가 사라졌다. 각자 안락한 생활에 젖어버린 듯하다.   

 ‘세계화’를 통해 전 지구를 미국화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시민은 어떤 인간이 되었을까? 

 구상 시인은 ‘가장 사나운 짐승’을 본다.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철책과 철망 속에는//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길러지고 있었는데//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찔끔 놀라게 하는데//-’  

 신자유주의는 가장 사나운 짐승을 만들어낸다.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를 위해 서로 연대하게하는 게 아니라 각자도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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