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月이 오네 (11-完)

어린 넋은 통곡(慟哭)한다

 

사월공원은 언제 이루어지나

= 희생된 181 충혼(忠魂)을 빨리 옮겨야지 =

어린 넋은 독재자를 증오한다

 

○... 「아! 슬퍼요. 아침 하늘이 밝아 오면은 달음박질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녁놀이 사라질 때면, 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 나는 알아요. 우리는 알아요. 엄마 아빠 아무 말 안 해도 오빠와 언니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

금년에 5학년이 되었을 서울수송국민학교 「강명희」양이 4.19때 읊은 단장의 시 한 귀절이다.

이 시가 방송되었던 그때 온 국민은 배음(背音)에서 흘러나오는 「G선상의 아리아」의 선율 속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함께 통곡했었다.

백지장 같이 티 없는 어린이가 그렇게도 독재를 증오하고, 그다지도 역사를 직시했기에 공감한 나머지 흘린 눈물이었던 것이다.

 

○... 지금 「사월혁명 유족회」 사무실 좁은 2층 방에는 꽃답게 져간 181주의 넋이 고요히 잠들고 있다.

그곳이 바로 독재의 괴수 이기붕(李起鵬)이 살던 집이다. 더우기 그 방은 온갖 흉계를 짜내던 비밀회의실이었다.

「이 어린 것들을 이기붕의 집에 두다니 불안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하루빨리 사월공원을 세워서 그곳에 옮겨야만 발을 펴고 잘 수 있겠어요....」

어린 아들을 잃은 이춘남(李春南)여사는 안타깝게 말한다.

남산에 총공사비 1억8천만환으로 세울 예정인 사월공원은 사월유족회와 경향신문 공동주관으로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김세중 교수가 설계한 이 공원은 오는 4월 19일까지는 착공할 것을 서두르고 있으나 뜻대로 되어가지 않고 있다.

혁명으로 희생된 영령 181주를 이곳에 안치하여 영원한 거울로 삼게 할 목적인 것이나 일은 난관에 빠지고 있다.

이들의 피로 이룩된 정부가 애당초 사월공원의 건립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다짐은 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과거사처럼 되었다. 국민들의 성금과 정부의 보조로 마련할 작정이었던 이 묘지였건만 공사는 엉거주춤하여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형편에 있다.

「이것들로 세워진 정부가 그렇게도 감쪽같이 모른 체할 수 없읍니다. 정치는 말이 아니고 부패와 빈곤만이 자꾸 늘어가다니 어떻게 정부를 믿고 살겠읍니까? 안타깝고 가슴이 터집니다. 어린 넋은 통곡할 것입니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영령 앞에서 통곡하였다.

 

○... 「오빠와 언니들이 배우다 남은 학교에서, 배우다 남은 책상에서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뒤를 따르렵니다.」

강(姜)양의 시(詩)는 이렇게 맺어 그들의 넋을 영원히 이어받겠다고 맹세했건만 4월을 맞는 위정자들은 무슨 꿈을 꾸고만 있는 것인가? 「4월의 넋」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사월공원 가상도)

▲ 4月이 오네 (11-完)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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