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미 상원 의원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샌더스는 24일 현재까지 아이오와 주·뉴햄프셔 주·네바다 주 등 3개주에서 실시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샌더스가 유력 후보로 부상한 만큼 우리의 관심이 그의 대북관에 쏠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특히 제멋대로 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가는 터라 새로운 대북 파트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참이다. 

마침 샌더스가 지난 23일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나는 이 세상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왔지만, 내게 있어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들어갔다”면서 “그것은 사진을 찍기 위한 기회였을 뿐, 회담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종류의 외교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샌더스의 일단의 대북관이 드러난다. 트럼프처럼 김정은을 만나겠지만 방식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샌더스는 민주당 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유연한 대북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샌더스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해법은 북한과의 평화관계 촉진을 통한 문제 해결인데, 이는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그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의 미 민주당 대선주자 설문조사에서, ‘북핵 물질 개발 동결을 대가로 점진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밝혀, 그가 대통령이 돼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경우 김정은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샌더스의 이러한 발언과 대북관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특히 트럼프보다 더 진정성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샌더스의 정체성과 연관돼 있는 듯싶다. 자본주의 최고 단계를 구가하는 미국에서 샌더스는 특이한 존재인데, 그는 미국의 근본주의자인 스콧 니어링을 연상시킨다. 스콧 니어링은 부인 헬렌과 함께 1932년 버몬트 주 오지에 들어가 인생의 황금기 20년을 보냈는데, 샌더스 역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버몬트 주 하원의원을 거쳐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둘 다 진보적 인사로서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다. 특히 스콧 니어링은 사회주의자인데 샌더스도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이다.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자연 속에 묻혀 산 스콧 니어링의 삶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데, 최고의 자본주의 미국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샌더스에게도 그만큼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느낌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미국 주류나 기득권층과 달리 전격적으로 김정은과 만난 것을 평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단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이벤트를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노딜’은 트럼프의 진정성에 큰 흠집을 남겼으며, 이후 트럼프의 대북 행보는 북미 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피로감과 실망을 주었다. 이러던 참에 김정은과 만날 수 있고 또 ‘대북 제재 해제’를 표명한 샌더스의 부상은 새로운 기대를 주고 있다.

문제는 샌더스가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또 현직 대통령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미 민주당에서는 당내 대선 레이스에서 파죽지세로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샌더스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자이자 진보주의자인 샌더스가 중간층 유권자를 흡수하기 어렵다는 논리이다. 이들에게 지난 대선에서 극단성과 일방주의 때문에 힐러리에 필패할 것이라는 트럼프도 신승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특히 ‘선거는 예술’이라고 갈파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금언을 일깨워주고 싶다. 분명한 건 샌더스의 부상이 미국을 위해서나 한반도를 위해서 안정적 변화와 평화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샌더스라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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