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운동의 막이 올랐다. 미 공화당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의 한반도 비핵 평화에 대한 초기 조치는 기적에 가까울 멋진 출발을 했다. 그러나 정작 합의한 선언 이행 단계에서 그만 발을 질질 끌며 지연작전을 쓰고 있다. 트럼프와의 특별 친분관계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침묵을 지켜왔지만, 정치적 자유의 몸이 된 트럼프로선 ‘새로운 계산법’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될 5~6월에는 뭔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민주당 주자들의 견해는 그 동안 별로 알려진 게 없었다. 마침 최근 <뉴욕 타임즈>(2/10)가 민주 선두주자 샌더스, 워런, 부티지지, 바이든, 불름버그, 등 5명에 던진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적 질문이라 볼 수 있는 ∆선 핵폐기, 후 보상 질문에서 바이든과 불룸버그는 찬성했다. 나머지 세 후보는 반대했다. 특히, 샌더스와 워런은 상황에 따라 제재는 융통성 있게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핵물질 생산 동결 시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바이든은 기권, 불룸버그는 반대했다. 나머지 세 후보는 찬성했다. 샌더스, 워런은 실용적 상호적 조치를 강조했고, 워런은 한 발 더 나가 검증가능한 합의 시엔 다른 신뢰구축 조치도 취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쟁점이 될 ∆완전 핵미사일 폐기 때까지 대북제재 유지 질문에서 바이든만 찬성했고 다른 네 후보들은 반대했다. 우리의 관심사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전부 반대했다. ‘묻어둔 꿀단지’에 꿀 따먹는 재미를 죽어도 못 버리겠다는 심보다.

∆트-김 두 정상의 개인적 외교 계승 여부 질문에 바이든, 불룸버그는 거부, 부티지지는 기권했다. 샌더스와 워런은 찬성했다. 끝으로 ∆북한 이란의 핵 미사일 억제를 위해 군사력 사용 여부 질문에 워런만 반대했고 나머지는 찬성했다. 모두 “신중”을 기한다고 했지만, 옛날 북한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북맹→무력사용→미국의 파멸로 귀결된다는 걸 모르고 있다.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는 발상은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는 걸 모르니 북에 대해 무지하다는 말이다. 후보들 중 바이든 전 부통령과 불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강성파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부시-체이니와 같은 극우보수 호전광으로 평가되면 무리다. 참고로, 불법적인 이라크 침략을 트럼프는 애초부터 반대했고, 바이든은 찬성표를 던졌고, 샌더스는 반대표를 던졌다.

바이든은 몇 번 트럼프를 공격하는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까지 폄훼해서 거친 설전이 김 위원장과 오간 바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김 위원장의 권위와 위신을 세워줘서 더욱 반항적이고 대담하게 됐다고 맹비난한다. 바이든만이 혹독한 대북 압박제재를 선호하고 있다.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 입안에 가담했던 향수 때문일까. 그는 두 번 연속 경선에서 하위로 밀려났고 최근 전국 여론조사도 센더스와 큰 격차로 뒤지는 걸로 보도됐다. 바이든의 대북 초강경책은 재미동포는 물론 우리 민족의 뜻을 정면으로 외면한 것이다. 우리의 지지를 기대하긴 어렵다. 민주당 주자들 중 우리의 의사와 뜻에 가장 근접한 대안을 제시한 후보는 샌더스 상원의원과 워런 상원의원이다.

이미 두 번 경선에서 샌더스는 부띠지지와 박빙의 선두를 차지했다. 최근 퀴니픽대학 여론조사(2/10)에서 샌더스가 25%를, 몬 머스대학 여론조사 (2/11)에서 26%로 각각 확고한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은 각각 17%, 16%로 2위를 차지했으나 1위와 격차가 크다. 아쉽게도 워런은 각각 14%, 13%로 4위, 3위다. 샌더스에겐 연속 기쁜 소식이 날라 들었다. 어제 더불라지오 뉴욕시장이 샌더스 지지를 발표했다. 센더스가 ‘천군만마’를 얻었다고들 한다. 다음 주엔 네바다 당원대회에서 샌더스와 함께 유세에도 나선다.

샌더스와 워런은 전쟁을 끝장내는 평화협정이 우선순위라고 한다. 정확한 진단이다. 북미 관계 개선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하고 평화와 핵폐기는 같이 가는 거라고 말한다. ‘선 비핵화’는 ‘무장해제’라며 강하게 거부한다. 먼저 상호 신뢰 구축을 쌓고, 실용적 상호적 원칙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매우 현실적 실질적 접근법이다.

주한미군 철수 반대는 미 지배계층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배계층인 대선주자들도 예외가 예외는 아니다. 75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분단’에 걸터앉아 적당히 긴장 위기를 조성하고 온갖 이권을 수탈하는 패권적 지배 근성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증거다. 그래도 샌더스와 워런은 타후보들과는 달리 철군은 동맹국과 충분한 협의와 한반도 평화 안보 환경에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명색이 진보로 분류되는 두 후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대선을 의식한 발언일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 통일에 결정적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힘의 균형’이 이뤄진 조건에서 공화 민주 중 누가 당선돼도 전쟁 불가요, 대화가 유일한 출로라는 건 진리가 됐다. 강경파인 바이든과 불름버그도 대화를 않겠다는 건 아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이 마냥 손 놓고 가만있을 리가 없고, 또 미 대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재선이 확실하면 북핵 문제로 모험을 하기보다는 현상유지 관리에, 재선이 버겁다고 판단되면 모험을 택할 가능성이 많다. 춘계 한미합동훈련 재개면 북측은 트럼프를 제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고전할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첫 단계로 핵미사일 동결과 동시에 평화협정과 제재 완화에 속도를 내려고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지지 협력 없는 어떤 조치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트럼프가 잘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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