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양한 미디어 중에서 특히 "언론"이라고 칭하는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매체를 콕 짚어 "언론"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신문이 여론 형성을 하는 언론이었으나 곧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며 방송이 언론에 포함되었고, 인터넷이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이 언론이라고 할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었으니 언론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해진 시대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기성 매체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여론을 형성하는 경우를 볼 수 있으니, 영향력으로만 따지자면 특정 유튜브 채널은 언론이라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전통적인 언론 매체들이 급격히 영향력을 상실하는 경향까지 겹쳐지고 있기에, 더욱 언론의 기준이 애매해졌다. 유튜브로 상징되는 개인 미디어를 새로운 언론이라 볼 수 있을까?

먹방과 같은 흥미 위주의 자극적 유튜브를 제외하고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 유시민이 진행하는 알릴레오와 같은 채널은 일정 부분 언론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보인다. 일부 수용자층에게는 기존의 언론보다 훨씬 더 신뢰받는 언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보수적인 논객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은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특정 계층 사람들에게는 기존 언론을 완전히 대체한 대안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릴레오를 비롯한 유튜브 채널이 갖는 인기와 영향력의 원인으로 제약 없는 시원한 발언을 꼽을 수 있다. 절제된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는, 거의 막말이라 할 수준의 거침없는 발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유튜브 채널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보수 유튜버의 채널에서 더 심한 경향을 보이는데, 품격을 중요시하는 보수 본원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고,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유튜브나 SNS의 자극적인 발언 수위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데, 진중권의 예를 봐도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대안 미디어로 평가받는 김어준은 팟캐스트에서 벗어나서 전통 매체인 라디오 방송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어준의 인기 비결도 역시 거침없이 시원한 발언이다. 보수/진보를 떠나서 이런 자극적인 발언을 앞세운 대안 언론이 기존 언론을 대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우려되는 현실이다.

최소한의 윤리 규정이 있는 기존 언론에 비해 유튜브 등의 미디어들은 언론으로 분류하지 않기에 그런 제약이 없다. 이는 자극적인 발언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는 무책임한 내용이 제약 없이 전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유튜브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기존 미디어를 불신하고 터무니없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대부분 유튜브인 것을 보면, 이런 대안 미디어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일차적인 책임은 기존 언론에 있다. 기계적 중립에 매달리거나, 자본과 정치논리에 매몰되어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보도를 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하는 기존 언론들의 공신력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언론을 믿지 못하게 된 일반 수용자들은 대안 미디어를 찾을 수밖에 없고, 자신의 믿음과 성향에 부합하는 발언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유튜브나 SNS를 더 신뢰하고 의존하게 되었다.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진실로 믿고 유튜브가 진정한 언론이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기성 언론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수용자들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극적인 기사를 탐닉하고,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편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소비하고 키워준 것은 수용자들이다. 언론의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공정한 언론이 살아남도록 수용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설령 자본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존 언론의 몰락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수용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면 지금과 같이 터무니없는 내용의 유튜브 채널이 버젓이 언론 기능을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수용자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공정하고 건전한 언론의 존재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치와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건전한 감시와 비판을 하는,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언론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시민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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