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고위 외교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CNN>이 10일(현지시각)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발언이 사실인지, 설사 사실이라 해도 그대로 지켜질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지금 시기에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이 다소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되자 북미 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무죄로 결정 나면서 탄핵 국면이 끝나고 빠르게 대선 정국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고,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행보에서 북한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가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 결정이 나기 전까지 북한과 미국은 서로 ‘의도적인’ 조심을 해온 흔적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은 탄핵 기간인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을 꺼냈으나 침묵을 지켰으며, 지난해 미국에 대해 ‘연말 시한’을 두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혔으나 그 ‘새로운 길’이 미국과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북미 대결의 길은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말까지 북한에 대해 자극적인 발언을 삼갔으며, 특히 지난 4일 취임 후 세 번째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정연설에서 대북 최대 압박을 강조했고, 지난해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전격 발표한 바 있는데, 올해는 부러 대북 발언을 삼간 듯합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걸었던 ‘연말 시한’도 지난해 말로 끝났고 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도 이제 종결된 만큼, 두 정상이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향후 북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의 입장은 대강 나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현 정세를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으로 규정하고, 현 정세 타파를 위해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전을 벌일 것을 천명했습니다.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지난해 제시한 ‘연말 시한’ 담론으로 표현하자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일 뿐, 바꿔 말해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온다면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탄핵 국면 종결 후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스탠스에는 두 가지가 예상됐습니다. 하나는 재선용 외교 성과를 위해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변수가 재선 여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모두에서 나왔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올 대선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후자를 택한 게 됩니다. 그런데 이미 김 위원장은 위의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대선을 치르겠다는 심사인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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