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0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러던 참에 북측이 신종 코로나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지구 철거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지난 1월 30일 23시경 남측에 알려왔습니다. 흘깃 지나칠 수 있는 북측의 통보에는 최근 남북관계 실정과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먼저, 남북 간 연락 문제와 관련해 소통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북 간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측의 신종 코로나 방역 관련 요청으로 1월 30일 오전 잠정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잠정 중단되면서, 차후 그 재개 시점을 ‘신종 코로나 위협의 완전 해소’까지로 다소 모호하게 정해놓은 터라, 남측은 차후 사무소 재개나 그 사이 소통 문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우려를 했을 것입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이 중단된 30일 서울-평양 간 직통 전화가 새로 설치됐는데, 이 전화가 개통되자마자 북측이 직통 전화로 연결된 팩스를 통해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금강산지구 철거 일정 당분간 연기’ 내용의 통보문을 보내온 것입니다. 소통이 됐으니 남측으로선 한시름 놓았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 방역에 대한 북측의 심각한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활을 건 모습입니다. 아직 북측지역 내 감염자 여부는 전해진 바 없지만, 북측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달 30일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습니다.

북측은 북중 접경지역을 국경 봉쇄에 가까운 철저한 통제에 들어갔으며, 남북 접경지역에서도 군사분계선 통제에 들어간 것입니다. 군사분계선 통제의 사례로 북측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잠정 중단 요청에 이어, 2월 중으로 예정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도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통보까지 해 온 것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 발병 때는 찾아볼 수 없던 강력한 조치입니다. 오죽하면 북측은 <노동신문> 1월 31일자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대책과 관련 ‘우엉’의 약효성분을 추출한 것으로 보이는 ‘우엉 항바이러스제’ 개발 생산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자체 힘으로 막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북측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연기를 결정한데 이어 그 사실을 남측에 즉각 통보한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말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측은 2월 안으로 남측이 시설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북측이 직접 철거에 나서겠다고 이미 남측에 통보해 온 터입니다. 그런데 북측이 김 위원장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도 이번에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연기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2월이 들어서기 하루 이틀 전에 ‘친절하게’ 남측에 통보한 것입니다.

남측은 일단 한숨을 돌렸습니다. 당장 철거 위기를 모면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국면 이후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북측은 당연히 남측에 금강산 시설 철거 압박을 재개하거나 또는 직접 철거에 나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는 것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방법은? 남측이 호들갑을 떨었던 금강산 개별 관광은 지금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는 무망합니다.

지금부터 신종 코로나 사태 진정 국면까지의 그 기간 동안에 남측은 뭔가 수를 내야 합니다. 이제까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미 협상 재개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관련 ‘창의적 해법’ 얘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겪고 있는 신종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그 ‘창의적 해법’을 내와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 퇴치를 위해 남북이 공조한다면, 이는 향후 금강산 철거 문제나 금강산 개별 관광 문제 해결 등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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