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 상황에서 북미대화 무의하다고 판단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나흘 간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7시간 보고를 통해 현 정세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가 현재 상태에서는 무의히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완전히 거부한다고도 표명하지는 않았다. 상황 또는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다시 대화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표명했다.

북한은 이러한 변화는 앉아서 기다린다고 오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다가는 더 곤란해지므로, 핵무력 강화와 경제력 건설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서 가져오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2018년 4월에 있었던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 결정부터 작년 4월 최고인민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등까지 최고 수위에서 공식적으로 표명한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정상화 전략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가 현재 상태에서 무의한 이유로 미국이 이중적 행태, 즉 미국판 화전양면술을 사용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겉으로는 협상을 운운하면서, 실제 속으로는 북한 적대시정책을 기본 노선으로 잡고 북한의 국력을 소모시키며, 약화시켜서 붕괴를 노리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기본 정책인 적대시정책이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얻어낼 것이 없고, 장기적인 교착상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얻는 것도 없이 자원만 소비하게 되므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들의 순수한 대화 의도를 미국이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이중적 행태를 간파하고 이를 깨기 위해서 국가 안전과 존엄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 조미대화 악용 불허, 충격적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전략적 방침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태도는 이달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한 담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북한이 일방적인 강요를 당하는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고, 미국이 북한의 요구사항들을 모두 수긍하지 않으면 북미대화가 다시 성립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화만 중단한 채 기다리지만은 않고 자신들의 갈 길, 즉 경제건설집중과 정치외교‧군사적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래에서 북한이 밝힌 정치외교‧군사적 활동 강화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보겠다.

비핵화노선 사실상 폐기

이번 5차 전원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비핵화노선을 잠정적 폐기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한 보고에서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동원태세 유지”를 언급했는데, 경상적이라는 의미는 상시적이라는 의미이고, 2018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항상 유지”하겠다는 의미와 같다.

그 외에도 그는 “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을 의미하는 “전략무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 “전략무기개발도 더 활기차게 밀고나가야 한다”라고 언급하여 북한이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을 계속 개발할 것이고, 곧 멀지 않아 이를 공개할 것을 천명했다.

또한, 그는 “핵억제력의 경상적동원태세 유지” 발언 다음에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라고 언급하여 상시적인 핵사용 상태의 수준을 상승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는 더 나아가 북한이 선제적 조치로 취한 핵시험 중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핵시험장 폐기를 지속할 근거가 없어졌으며 미국이 “핵군축과 전파방지를 위한 우리(북한)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런 언급들을 보면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핵전파방지에 관해서도 종전보다 후퇴한 입장을 조심스레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발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북한은 이번 5차 전원회의를 통해 비핵화노선을 사실상 폐기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침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고, 그런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천명하였다.

이러한 조건을 역으로 해석해 보면, 전략무기 계속 개발 등 핵개발을 통해 대북한 적대시정책을 철회시키겠다는 의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북미 관계를 규정짓는 토대는 군사력에서 온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위해 아무런 변화 가능성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북한은 북미 대화를 지속하기보다 핵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는 2018년 신년사 이래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핵무기 개발제작·시험·사용·전파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번 5차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원칙이 전면적으로 달라졌다.

전략무기의 개발과 제작을 활기차게 하겠다고 선언했고, 핵시험과 관련해서는 선제적 조치인 핵시험 중지 등도 지속할 근거가 없어졌다고 한발 후퇴하였다.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서는 “핵억제력의 경상적동원태세 유지”하겠다고 하여 2018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항상 유지”하겠다는 수준으로 되돌아갔으며, 책임있는 핵강국으로서 행동하겠다는 전제(2018년 신년사)를 달지 않았다. 핵전파와 관련해서는 “핵군축과 전파방지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회의감을 나타내 전파방지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던 과거(3차 전원회의, 2019년 신년사)와 달라졌다.

북한이 핵전파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처럼 표현하였지만, 이란 등에게 핵무기 또는 기술을 이전하는 등 실제 실행에 옮긴다면 핵보유국들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으므로, 북한이 그 파장력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을 긴장시키는 수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정은 위원장 발언 중에 “(절대병기들 개발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의 쟁쟁한 인재부대가 자라난 것 더 없이 기쁘”다는 발언이다. 과학기술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 이 발언이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핵억제력의 경상적동원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발언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어떠한 위협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런 의도라고 한다면, 향후 북미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더라도, 과학기술자들의 머릿속까지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한 과학기술자들과 그 기술을 계속 보유할 수밖에 없고 마음만 먹으면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경고하기 위해 한 발언이다.

즉, 어차피 핵무기의 물리적인 폐기를 통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는 불가능하고, 북한이 핵을 개발할 필요와 의도를 갖지 않도록 대북 적대시정책을 폐기하고 북미 사이에 항구적인 평화관계를 구축해야 완전한 CVID가 가능하니 물리적 폐기에 집착하지 말고 관계개선을 앞세우는 셈법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019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중 핵무력 관련 부분

우리는 이미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것이라는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

조선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2018년 4월) 결정서 중 핵무력 관련 부분

둘째,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것이다.

셋째,핵시험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다.

넷째,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중 핵무력 관련 부분

핵무기 연구 부문과 로케트 공업 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합니다.또한 적들의 핵 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항상 유지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나 위협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전략무기, 충격적 실제행동은?
군사위성 발사,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SLBM 탑재형 신형잠수함, 다탄두형 ICBM, 지하 핵미사일 기지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과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가?

위성발사, 특히 군사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016년 광명성 4호를 발사한 이후 2020년까지 더 많은 지구 관측 위성과 첫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시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위성을 발사할 경우 ICBM을 발사하는 것보다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유엔안보리는 ICBM을 발사한 경우 대부분 제재결의를 했다. 하지만, 유엔안보리는 2006년도 핵실험 이후 북한이 4차례 위성을 발사한데 대해 2012년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에 대해서만 제재했다(안보리 결의안 2087호). 그 결의안에도 모든 국가의 우주 탐사와 이용에 대한 자유를 확인했고, 다만 광명성 3호 2호기가 안보리가 북한에 금지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제재했던 것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탄도미사일 기술과 같은 기술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가가 우주 개발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엔안보리가 제재에 나서기는 비교적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에만 그칠 것 같지 않다. ‘전략무기’는 핵폭탄과 그 투발수단, 즉 ICBM,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을 의미하는데, 이미 핵탄두와 ICBM은 갖추고 있으므로, ‘새로운’ 무기라면 이 무기체계가 아닌 무기거나 이미 개발한 전략무기체계라도 비약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무기라야 한다.

북한이 자체 전투기를 생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 자원, 경험 부족과 효율성 측면에서 전략폭격기를 개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예상해보면,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형 신형잠수함 진수, 다탄두형 ICBM, 지하 핵미사일 기지 등이 북한이 개발하고 공개할 ‘새로운 전략무기’ 후보에 들 수 있을 것이다.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잠수함 개발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위반되지 않는다. 북한이 소형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은 자체 잠수함 개발 역사가 길고, 그 기술이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소형원자로를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은 항속거리가 무제한에 가까워 SLBM을 탑재하여 생존성을 높이면서 은밀히 핵보복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북한이 SLBM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한다면 미국의 안보 위협은 현재보다 현저히 증대될 것이다.

다탄두 ICBM 개발 가능성도 높다. 북한이 화성-15형 발사 시험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미국과 핵무력 면에서 동등하다고 할 수 없다. 핵무기 수와 양으로 미국과 동등할 정도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거나 자원낭비다. 중국도 미국만큼 핵무기 숫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핵능력으로 북한을 전부파괴(Totally distroy)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을 전부파괴 시킬 정도는 아니고, 중량급 수소탄을 화성-15형에 실어 주요 도시 몇 개를 전부파괴 시킬 수 있는 정도의 핵능력을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 정도 핵무력도 미국에겐 큰 위협이라서 대미 전쟁억제력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지만,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 전역을 핵무기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력을 강화할 것이다. 그 수단은 다탄두 ICBM이다. 러시아가 생산하고 있는 다탄두 미사일 사르맛(RS-28 Sarmat)은 핵탄두 10발 이상(총탄두중량 5톤)을 탑재할 수 있는 ICBM으로서 텍사스 또는 프랑스 넓이를 한방에 초토화 시킬 만큼 위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회피할 수 있으며, 산술적으로 12발이면 미국 본토를 초토화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춘 다탄두 미사일을 개발한다면 미국과 핵무력 면에서 동등한 수준을 갖출 수 있다.

그런데, 사르맛과 같은 다탄두 미사일은 중량과 크기로 인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가 불가능해서 고정식 발사대(사일로)에서 발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고정식 발사대는 상대국에 의해 항상 감시당하고 있고, 발사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타격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중국은 고정식 발사대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산맥의 지하에 수천킬로미터에 이르는 터널을 구축해서 수백개의 발새대를 연결한 일명 ‘지하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도 다탄두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 천혜의 산악지형을 이용하여 지하 터널을 뚫어 발사대를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되는 새로운 전략무기를 북한이 개발한다면, 미국이 관개개선을 위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할 것으로 북한은 기대할 것이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 안 해, 종전 경제건설집중 노선 유지하되 자원 배분 일정 조정할 듯

북한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핵화 노선을 잠정적으로 폐기했다고 한다면, 다시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를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병진노선으로 회귀했다고 보기 어렵고,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집중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에 기본전선을 경제전선으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정치외교‧군사적 노선을 위치 지웠다. 이러한 전략은 2018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병진노선 승리와 경제건설집중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경제건설집중 노선은 4차 전원회의,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시정연설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북한은 다시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필요가 없고, 복귀하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3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논리를 보면 북한은 핵무력을 이미 완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외교‧군사적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였고, 핵무력 분야에 더 힘 쏟을 필요 없이 충분하므로, 이제 남은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경제강국으로 가자면서 경제건설집중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제 와서 병진노선으로 회귀를 선언한다면, 종전에 천명한 핵무력에 기반한 정치외교군사적 강국이 아니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므로, 병진노선으로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도 북한이 6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화성 15형 발사 성공으로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할 것이므로 다시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번 5차 전원회의에서 종전 경제력건설집중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종전에 채택한 경제건설집중 노선을 유지하되, 국방건설사업에 배분하는 국가적 자원의 비중을 종전 보다 늘리고,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며, 언제라도 발사 준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후자를 보면 ‘새로운 길’이라 할 만 하다.

국방건설사업에 배분하는 국가적 자원의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예를 들면, 국방건설사업에 투입하던 자원 총량의 비율을 30%에서 5차 전원회의 이후부터 40%로 늘리겠다는 것이고, 하지만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가 아니므로 그 비율이 50%를 넘지 않을 것이다.

국방건설사업에 배분하는 자원을 늘릴 것이라는 추론은 김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한 보고에서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 전략무기 개발사업을 더 활기차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국방건설사업에 계속해서 전국가적인 총력과 깊은 관심, 아낌없는 지원을 따라세워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상기해 보면 도달할 수 있다.

경제전선을 기본전선으로 한 것은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 때문인가?
북한 경제 현저한 성장, 농업 생산 최고년도 생산량 돌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재로 인해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이 이 번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전선을 기본노선으로 한 정면돌파전을 채택한 것은 그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방증한다고 평가한다.

그렇지 않다. 경제전선을 기본전선으로 채택한 것은 2018년 3차 전원회의서 경제건설집중 노선을 채택한 이후부터이고, 2019년 신년사, 4차 전원회의, 시정연설을 거쳐 5차 전원회의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노선이다. 북한은 3차 전원회의에서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로선”이라고 천명했다. 경제건설집중 노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북한의 경제가 제재로 현재 어려워졌다고 평가하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현저한 성장추세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제재 때문에 경제전설을 기본전선으로 한 전면돌격전 구호가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5차 전원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보고한 내용 중 경제관련 부분을 살펴보자.

김정은 위원장 발언의 요지는 2019년 북한 경제의 현저한 성장추세, 농사에서 최고 수확을 올렸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농사에서 최고수확년도를 돌파하는 전례 없는 대풍이 마련”됐다고 보고했다. 또 그는 인민경제 거의 모든 부문이 현저한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고, 지방경제도 뚜렷한 실적으로 올리고 있으며, 다양한 건설공사가 완공되거나 면밀히 추진 중이라고 했다.

관련자들이 모두 참여한 당 전원회의에 하는 보고라는 점, 보도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되고, 대중적 학습을 통해 이 발언을 분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경제가 현저한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일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으로 경제전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문제점으로 “나라 형편이 눈에 띄우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두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경제가 ‘현저한’ 성장추세를 보이지만 자신이 기대하는 만큼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띠게’ 좋아진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눈의 띠게 좋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경제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로 그렇게 발언했을 가능성이 있고, 또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하는 경제성장 목표가 원체 높아서 실적이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서 눈에 띠게 좋아지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일 수 있다. 그 발언이 경제가 후퇴했다는 근거가 되긴 어렵다.

어쨌든 북한이 제재로 경제가 악화되거나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고, 오히려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어려움이 정면돌파전을 강요했다고 분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남측의 대응전략은?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11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정국 구상을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5차 전원회의 마무리 발언으로 미국과 적대세력은 북한이 편하게 가만두리라는 꿈을 버리라고 말했다. 북한은 조만간 새로운 전략무기를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정신 차릴 새 없이, 마치 2017년에 했던 것과 같이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한 남측의 현실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추진한다면 남측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측에서 핵무장론이 득세할 수도 있고,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조약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 한미공조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남한 정부도 중재자나 운전자 역할을 하기 어렵고, 긴장된 상태에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곤란할 것이다. 그렇다고 군사충돌을 감수하고 적대행위를 하기도 어렵다.

북한은 5차 전원회의에서 제재 지속을 통한 소모전에 약하다는 약점을 드러냈다. 제재만으로 자력갱생에 능한 북한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긴 어려워도, 제재 상태에서 국가 자원을 대규모로 소비하도록 한다면 꽤 치명적일 것이다. 군비경쟁과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이 북한에 자원 소비를 강요했었다. 그러나 한 민족으로서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하는 남한 정부가 대규모 연합 전쟁 연습을 통한 북한 국력을 소모하게 하는 전략에 가세하기도 곤란하다.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곤란한 것 투성이다.

그렇지만, 2017년 대립적 정세가 끝나고 2018년 화해 시대가 왔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갈등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번 갈등 시기는 미국 대선이 끝날 무렵까지 이어지는 꽃샘추위라고 생각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고, 하원의 정치 지형이 변한다면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북미간 토대가 변경됐기 때문에 북미대화는 다시 열리고 소기의 결실을 이룰 것이다.

춥고 눈 많이 오면 바로 옆 동생 집에 다니기도 어렵다. 욕심을 버리고 집밖에 나다니지 말고 눈 녹을 때까지 봄을 준비하면서 잘 견디는 것이 답이다. 눈 녹으면 밭에 무엇을 심을지 영농계획을 세우고, 좋은 종자를 골라 놓아야 한다.

정부가 미국이 말려도 독자적인 남북교류를 추진하려는 것 같은데, 고생만하고 체면도 구기고 성과가 없을 수 있다. 힘을 아껴두는 것이 좋겠다. 남측은 꽃샘추위 기간에 전략적 인내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공존을 넘어 교류와 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이런 상태를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시킬 것인지, 비핵적인 방법으로 정치군사적 열세를 만회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 정부와 시민사회가 고민하고 토론하고 합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유익할 것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취소 행정소송(한강담당)과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 형사사건 1심을 공동으로 변론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에 참여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통일위원회와 미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을 벌였고,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변호하였다.

저서로는 「골목사장 생존법」, 「변호사가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Ⅰ, 하도급편」(개정판)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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