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석좌교수)

 

희망찬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한반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불길한 생각이 스쳐간다. 그 중 가장 필자가 원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외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민족의 자멸이며 인류의 최고의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하고 전쟁 예방이 필자의 최고의 가치이고 우리 민족이 살 길이다. 따라서 2020년 새해에는 ‘한반도 비핵-평화’의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2019년 하반기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미국과 북한이 각자의 레드 라인(금지선)을 긋고 넘기만 하면 무력사용을 위협하였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강도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한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2019년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하였고 일부 논객들이 북한의 새로운 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예측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빗나간 예측이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레드 라인을 넘었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스웨덴 북미 실무회담(10.5)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였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부장관은 한국과 일본 방문(12.15-19) 후 귀국할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중국(12.19-20)을 방문하였다. 그의 방중 목표는 첫째, 북한의 ICBM 발사 재개는 미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는 행동이며 이 레드 라인을 넘지 않도록 중국과 논의하였다. 그리고 중.러가 제출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12.16)과 관련하여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의 중재로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베이징에서 북미 실무 접촉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북미 실무 회동은 끝내 불발하였으며 결국 비건 대표 일행은 빈손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이번 비건 대표의 동북아 순방에는 대북 실무협상팀 전원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호응하였다면 공식적인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끝내 호응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비핵화 협상의 진정성 문제와도 연관이 있어 보여 대단히 유감스럽다.

북한은 서울과 베이징에서 비건 특별대표의 실무협상 요청을 거부하면서도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였다. 북한은 2019년 ‘연말 시한’까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대하였지만 미국은 ‘무시’로 일관하였다. 북한이 위협했던 고강도 도발이란 ‘크리스마스 선물’로 ICBM이나 위성 발사체 등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군사행동이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12.28-31)에서 채택한 결정서로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한 것이다. 본 결정서의 정치적 함의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육성 발표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으로 2020년 북한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문서이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트럼프 행정부는 '묵살'한데 대한 김 위원장의 실망과 좌절감이 그대로 김 위원장의 발언 속에 내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게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재 주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향후 미국의 태도변화에 따라 북한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이겠다고 확실하게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도 넘지 않았고 미국과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하였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두 전제조건을 재 강조했다: (1)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2)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이다. 이 두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비핵화한다고 재강조하였다. 물론 두 조건이 연관이 있으며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핵을 포기할 수 없음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한편,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실패하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북한이 지난 2년간 선제적으로 핵.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을 유예(moratorium), 중단할 것을 암시하였고 내부적으로 경제적 자력갱생을 강조해 왔다. 

이젠 공이 다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넘어와 그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현시점에서 미국의 선택은 두 가지이다. 첫째, 미국이 김 위원장의 '주문'을 ‘무시’해 버리고 미국의 해법인 선 비핵화 조치 입장을 고수한다면 북한에게 레드 라인을 넘도록 강요하게 되고 그럴 경우에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대북무력 사용을 해야 하는 선택이다. 
두 번째 선택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교착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두 번째 선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첫 번째 선택은 한국정부가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양보 없이 선 비핵화 조치를 고집한다면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미사일 전략무기 실험을 재개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략무기 실험을 재개하면 미국이 대북 무력을 사용할까? 만약 미국이 대북 무력사용을 한다면, 그것도 문재인 정부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무력사용을 한다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반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만약 일어난다면 서울과 평양이 불바다가 되지 않을까?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가능성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것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만약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는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군부가 어떤 구상을 하게 될까? 만약 미국이 대북 군사 행동을 결정하면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문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미국이 존중할까? 만약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한다면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예고했고 과연 북한이 그럴 용기(?)가 있을까?  그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아름답게 설계한 평양 거리가 온전할까? 평양도 불바다로 변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양측의 무력사용은 자멸행위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러한 자멸 행위를 할까?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자멸 행위를 할 어리석은 지도자가 아니길 바란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은 선택은 무엇인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길 바란다. 김정은 위원장은 ‘생존권’과 ‘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테이블에 나와 보유하고 있는 핵을 갖고 최고의 빅딜(best big deal)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호기를 놓치지 말길 바라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즉각 나오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결론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외교협상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길 이외는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2020년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등,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30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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