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위기의 반복   

그동안 통일문제와 관련 정세변화에 따라 남북 간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와 적대적 대결에 따른 위기의 반복이 분단시대 특징 중의 하나였다면, 근래에 이르러 그 규모나 성격의 강도가 그동안의 다른 때와도 사뭇 달랐던 것 같다.    
   
금년 한 해 동안 북측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것임을 암시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대결을 할 수도 어떤 상황도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 측은 이전과 다름없이 대북 제재와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면서도 대북 대화를 요구하였고 ‘도발’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맞서 왔던 것이 그러하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선언에 이은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 분야 합의는 물론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잠시나마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같은 선언과 합의들의 이행 실천은 지지부진한 채 금년에 이르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스톡홀름 북·미 실무 접촉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남북 간의 대화도 경직 단절되는 등 한반도 통일정세는 기대와 실망이 반복 요동치는 현실에서 여전히 밝은 전망도, 비관적 절망도 가늠하기 어려운 채 해가 바뀌었다.

통일의 당위성과 국가주권의 확보 문제                          
   
이 같은 정세 전개 과정을 통해서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들 모두는 통일의 ‘당위’ 문제와 함께 ‘국가주권 부재’라는 치욕적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비극적 분단 현실에서 통일을 목마르게 기다리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 의지의 발동과 실천은 지극히 당연한 민족구성원 ‘당위’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문화와 전통이 같은 한 핏줄의 혈족들이 분단 상황에서 다시 만나 살아야 하는 당연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통일은 되어도 좋고 안 돼도 되는 그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또 하루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연한 사업이다. 그것은 곧 민족구성원 그 누구도 분단극복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분단 유지 세력, 다시 말하면 우리의 민족 분단을 매개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이른바 내외적 분단 적폐세력의 몽니로 말미암아 6.25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참극을 겪기도 했다. 또한 분단 이후 오늘에 이르도록 크고 작은 분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불행을 감안할 때 통일은 우리 민족구성원 당위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둘째,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인데도 우리민족끼리가 아니라 그 구체적 실상이 북·미간의 문제로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남측은 당사자이면서도 협정 서명자로 참여하지 못했던 연장선상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국가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치욕적 현실이기도 하다.  
   
본래 우리 민족의 통일은 민족구성원들끼리 화해하고 또 쟁취해야할 생존권 문제다. 그런데도 민족구성원으로서 우리의 통일문제가 북·미간의 문제로 되어 있는 이 분단구조에 대해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자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민족의 문제를 외세에게 맡겨놓은 채 자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분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는 지속될 수 없는 분단 상황의 한계                           
   
이와 같이 민족통일은 민족구성원 대중들 ‘당위’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우리민족끼리의 관계 개선과 자주권의 문제가 패권적 외세의 힘에 종속된 채 한반도 분단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요동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국내외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분단 유지세력이 더 이상 분단을 지속시켜가기 힘든 한계점에 이르러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더 이상 전쟁도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만약 일촉즉발의 그 위기가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전 민족이 공멸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같은 현상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그 위기를 빌미로 최신무기 도입, 군사훈련의 강화 등 전투력을 증진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고, 통일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흔히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지만 궁극적으로 통일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나 번영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 계층 간의 갈등과 분열의 심화, 비리·부정·부패의 만연, 몰염치와 도덕적 타락, 사회 정의 구현의 문제 등은 분단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원천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국가주권의 회복 문제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는 그동안 분단의 유지 존속을 위해 동원되었던 그 모든 국내외적 ‘분단적폐’가 척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어서 한반도 통일문제가 북·미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고 경직될 수도 있는 한·미간의 종속적 상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 같은 사실들이 대중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일정 부분은 공론화가 되고 있는 것은 이제 분단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에 분단 75년에 이르는 민족적 고통과 불행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하며 그것은 곧 분단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임무이기도 하다.

우리민족끼리 더불어 함께
   
지금 한반도 분단 상황이 더 이상의 유지가 어렵게 된 시점에서 민족적 염원과 소망의 달성을 위한 관건은 우리민족끼리 더불어 함께 하는 ‘민족 공조의 실현’과 자기의 민족문제를 주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국가주권의 확보’로 요약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명제가 통일운동의 중심 내용으로 되고, 또 그것이 실천적으로 활기를 띨 수 있어야만 새해에 우리 민족구성원 모두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통일은 되어야 하지만 안 돼도 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한다든가, 민족 생존권의 문제가 우리끼리가 아닌 외세의 힘에 의해 농단되는 상황을 보면서도 그것을 외면한다면 우리 민족의 불행한 분단 상황은 더 오래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사회운동의 내용은 직간접적으로 ‘민족 공조의 실현’과 ‘국가주권의 확보’ 문제와 연계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운동 자체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새해에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깊은  인식과 함께 각 부문에서 국가주권을 되찾는 과감한 실천 운동이 요구된다. 국가주권의 확보 없이는 통일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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