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김없이 새해가 찾아온다. 사람이면 누구나 묵은해를 뒤돌아보고 새해를 그려보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버릴 2019년은 정말 희비쌍곡선이 교차되는 특별한 한 해였다. 남북,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가 손에 닿을 듯하다가 그만 아득하게 멀어지곤 하기를 반복했으니… 참으로 야속하고 원망스럽기 짝이 없는 한 해였다. 이 밤이 가고 동이 트면 새해다. 지금이 바로 설날 전야다. 사람들은 이 밤이 가는 걸 아쉬워하며 각양각색 행동을 달리 한다. 뉴욕 메디슨 광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 불꽃놀이에 정신없는 사람, 정말 가지가지다. 그러나 나는 용꿈이던 개꿈이던 무슨 꿈이라도 꾸겠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만가지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머리가 복잡하다. 결국 지난해에 있었던 기쁨과 실망을 더듬어 보는 데에 고정된다. 따지고 보니, 기쁨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건 너무 짧았고 잠시였다. 대부분이 절망의 연속이었다. 가장 우리가 흥분했던 건 ‘하노이 회담’과 ‘판문점 회동’일 것이다. 둘 다 북미 회담 반대세력 등살에 못 이겨 트럼프가 타협하는 바람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판문점 정상 회동 이후 석 달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스톡홀름 실무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판에 박힌 ‘빅딜’과 ‘일괄타결’ 나팔만 불어대서 결렬됐다. 알고 보니 이놈의 ‘빅딜’이라는 건 진정한 제안이 아니라 지연작전을 쓰기 위한 도구(구실)였다.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북한이 먼저 발가벗고 손들고 나오라는 소리다. 그런데도 전문가라 불리는 논객들이 북미 간 기싸움, 샅바싸움으로 몰고 ‘양보와 타협’을 주장한다. 가장 합리적 원칙이라 평가되는 북의 ‘동시적 단계적‘ (행동 대 행동)이 적용되면 양보, 타협 소리가 나올 이유가 없다. 하나씩 주고받는 데 왜 시비가 있겠나. ‘연말 시한’이 다가오자 워싱턴과 서울은 성탄절 선물 소동으로 온통 좌불안석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 NHK는 북의 미사일이 일본 해상에 떨어졌다는 오보를 냈다. 난리가 났다.

동두천 주한미군도 사이렌 오작동으로 뛰고 기고 큰 소동이 벌어졌다. 작년 하와이에서 경보 오작동으로 북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주민들이 기겁을 하고 대피소로 뜀박질 하던 걸 연상케 한다. 성탄절 선물이 두려워 미군은 북녘 정찰을 대폭 강화하고 비건 대표가 서울로 급파됐다. 그는 대화 준비가 됐으니 당장 나와 만나 끝장을 내자고 북녘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끝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집요하게도 베이징까지 달려가 북녘을 향해 손짓을 했다. 역시 대답이 없었다. 북측은 빈손으로 온 비건이 대화를 빙자해 성탄절이나 넘기고 보자는 수작을 벌인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로, 비건은 빈손으로 서울에 나타나 말만 요란하게 떠벌리고 갔다는 게 밝혀졌다.

런던에 이어 트럼프가 대북 발언을 했다. 한 기자가 “성탄절 선물이 장거리 미사일로 귀결되면 어떤 옵션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지켜보자. 아마 멋진 선물일지도 모른다. 예쁜 꽃병일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의 발언을 잘 음미하면, 핵담판에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 성탄절 선물 소동은 북의 사정권에 들어있는 미국이 처음으로 위기감을 깊이 절감한 계기가 됐다는 건 분명하다. 의회 <The Hill> 잡지(12/25)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외교 과제 중 1순위가 북한 문제라 했다. 그는 자기 아니었으면 북한과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자주 한다. 또, 미사일 발사 중지를 외교업적이라며 늘상 자랑한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의 시대로 복귀한다는 건 상상키 어렵다. 지난 12월 17일, 중러는 북측 주장이 반영된 유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북한은 중러 우군을 앞세워 대미, 대유엔 외교를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 게 눈에 뛴다. 김 위원장의 놀라운 국제정치 외교술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명년 봄이면 미 대선전이 본격 시작되고 탄핵 소동이 좀 가라앉을 시기다. 이때가 ‘3차 북미회담’ 적기라고 보는 것 같다. 이미 그는 재선 운동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키 위해 국제외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분쟁지역에서 발을 빼고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들과 친선관계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미 무역전쟁 봉합, 아프칸 평화회의, 그리고 대폭 미군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 위협 해소가 지상 최대의 과제다. 북미 관계 개선이 정답이다. 물론 그건 재선 승리에도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다. 지금 전 세계가 김정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젠 미 대선 선두주자들의 김 위원장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건 매우 고무적 징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이 미 대선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되는 것과 무관한 게 아니다. 지금 눈을 감고 생각하면 할수록 가장 안타까운 사연은 하노이 회담 결렬이다. 북의 최선희 부상의 말과 같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미국이 걷어차고 말았다. 바로 김 위원장은 ‘새 계산법’ 연말 시한을 설정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 아쉽다.

지금 지난 과거를 탓하고만 있을 한가한 시간이 아니다. 뭔가 생산적 말과 행동을 해야 할 때다. 지금 막 출발한 중러의 비핵 평화 열차에 문 대통령이 올라타야 한다. 북미 양자 회담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 중러의 6자회담 제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둘을 하나로 만들자는 온 겨레의 열화 같은 마음이 모아지고 합쳐지고 있다. 우리는 하나로 합쳐야 되고, 합칠 능력도 있다. 제 민족의 힘을 믿으면 못할 게 없고, 안되는 게 없다. 바로 이게 밤을 지새며 꿈을 꾼 ‘용꿈’이다. 죄 없는 우리 자식들에게 ‘분단’을 물려줘선 안 된다. 둘은 하나가 돼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제 겨우 잠이 든다. 이게 ‘용꿈’이 아니라면 뭐가 ‘용꿈’인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